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9회

앵무새 소리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이 세상의 질서, 조물주가 세운 질서, 그것을 탈선했을 때 그것은 파괴요 불행이요 좌절이었다.

“연남동에 자리 잡은 한옥이에요.”

“모델하우스도 같이 경영하고 있다고 들었지!”

“민 선생님께서 저를 초대해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전 새로운 모델의 하우스를 자각했으니까요,”

“당신에게 정말 행운이었군!”

“그런데 왜 모델하우스란 이름을 지었을까!”

“현대인들은 화려하고 멋진 모델하우스를 찾아다니잖아요. 진정한 모델하우스를 제시하고 싶었겠죠. 그것은 보이지 않는 내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현대인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근원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곳에는 지금 버려진 청소년들을 보살피고 있어요.”

자료=이미지 참조

“…나의 모델하우스에 대해서 현대인들은 부동산의 호황과 연관한 투자가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 정부의 정책과 손을 맞잡고 날로 판촉행사를 펼치는 새로운 모형의 모델하우스! 어떻게 하면 그림같이 아름답고 편안한 특이한 모형의 모델하우스를 사들여 돈방석을 안겨줄 투자가치를 가늠하며 게임과 도박이 연일 이루어지고 있지. 말하자면 현대인의 요구에 적절한 모형의 건물들인 셈이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집안엔〈고호의 해바라기〉와 같은 그림은 당장에 쓰레기 매립장에 집어 던져지고 그 대신 불안, 적대감, 분노, 피해의식, 힘과 권력으로 그들의 실내를 차지하게 하고 있지. 음란한 접속문화, 고립과 단절의 문화,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에 그들은 열광하며 박수를 치고 광란의 파티를 연일 베풀고 있지!”

“냉장고 안에는 풍요 속에 비축해 둔 썩은 고깃덩어리가 가득 차 있고 한쪽에선 기아로 허덕이고 아사가 벌어져 죽은 시체가 되어도 냉장고에 콱콱 잠겨 두어 부패시키고 있지요. 이제 그들의 유일한 일거리는 썩어서 부패된 그 음식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즐거운 노동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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