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논설위원장 / 문화커뮤니케이터

오늘은 전국적으로 지역의 지도자들을 뽑는 선거가 치뤄진다. 모든 후보들이 한결같이 내거는 공약들을 보면 물질적, 경제적 측면이 강하다. 그것을 통해 주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유세로 펼쳐왔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행복감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요인을 보면 선진국의 경우 소득 상승이 더 이상 개인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가난한 나라의 경우에는 소득이 조금만 나아져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인간관계의 끈끈한 정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반면 선진국의 사람들은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소외감을 느낀다. 군중 속의 고독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소유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불행을 더욱 심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 역시 경제학의 주요 연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위 ‘행복경제학’(Happiness Economics)이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 질수록 우선은 적어도 그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또 그만큼 더 많은 필요와 욕구를 갖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더욱 더 열심히 경제생산 활동에 나서게 만드는 동기가 부여되기도 한다.

이는 바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을 추구하는 경쟁의 쳇바퀴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래서 일정한 부의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그때부터 사회적 역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풍요로 인해 모두가 정신적인 만족을 누려야 하지만 오히려 물질의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윤택해 졌지만 아직도 상대적 결핍 심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정서는 궁극적으로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형세다.

결국은 국가가 부자가 되면 당연히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전제가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경제적 부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경제는 우리에게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 가르쳐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문화에 앞서 경제가 최우선이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그러했다. 그러나 경제가치의 우선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곧 정신적 만족과 공동체 의식이 우리 생각의 한가운데가 아닌 언저리로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 결과 계층 간, 지역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부정부패와 상호불신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기회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등 각종 사회문제들이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는 현실에 직면하였다.

이는 한편으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자기중심의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는 개인 이기주의를 만연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실상은 물질보다 정신을 앞세웠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을 ‘격정과 격동의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행복은 결코 소득순이 아니라는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고도 산업화된 국가들을 보면 지난 50년 동안 부의 수준은 2~3배 높아졌지만 행복감과 삶의 만족 수준은 그에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50년대에 비해 현재 3만불 기대의 국민소득을 따져보면 무려 500배의 경제성장을 이룬 경이로운 나라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빈곤국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반면, 선진국은 행복도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이를 토대로 소득이 일정 수준에 다다라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 증가가 더 이상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역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 뮌헨대학 요하네스 발라허 교수는 ‘더 많은 소유와 소비가 삶의 만족을 주지 않는 대신 안정적 사회관계, 일에 대한 만족감, 사회참여와 건강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에 걸맞는 정신적인 여유와 만족을 갖는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 의식의 전환이 없는 한 경제성장이 더 되면 될 수록 감성의 빈곤함은 더 절실해 질 수도 있다. 이제는 경제력과 행복감이 비례하는 그런 사회문화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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