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마지막 회

앵무새 소리

채성은 애춘이 시니컬하게 풍부한 어휘력을 발휘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에 놀랐다. 언제나 언어의 어휘가 한정되고 고정되었으며 단순하고 기계적이었는데, 앵무새 같이 반복적인 그녀가 이젠 창조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해부하고 여과한 언어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자라왔고 추종하고 자랑하며 숭배해 왔던 삶에 대한 허탈감 때문인지 더욱 언어표현이 절실해 보였다. 채성은 현대인에 대한 애춘의 통찰에 아연해질 지경이었다.

“송 박사는 대학 때부터 우리들과는 달랐지. 그를 보면 늘 태양을 갈망하는 그런 생기를 느꼈지. 그때부터 그는〈모델하우스〉동아리를 만들고 뜻있는 동지들을 규합하기 시작했지. 모두들 그를 돈키호테처럼 비웃었어.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지.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key를 접근해가며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운동하며 뜻을 펼치는 그런 사람이었어. 그때 나는 나의 문제에만 빠져 있어서 사회니, 국가니 그런 거창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 그가 나에게 준 영향은 참으로 컸어. 그런데 외롭고 쓸쓸한 의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 모습은 나를 감동케 했지. 세월이 흐르고 보니 진정 그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난 깨달았어!”

“정말 진실한 분이세요!”

“어때? 이번 주 금요일 7시야, 함께 가지!”

“민 선생께서 당신과 나타나면 놀라실 거에요!”

“피곤하니까 좀 쉬구려!”

애춘은 모처럼 편안한 맘으로 침대 위에 누웠다. 모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 채성은 천천히 침실에서 나와 거실의 창가로 다가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앵무새가 부르짖었다.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 모델하우스……….”

앵무새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힘이 있고 또렷했다. 그리고 털에 윤기가 돌고 눈빛도 생동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모델하우스….”

채성은 그 소리를 읊조리며 어렴풋이 떠오르는 동녘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밤이 깊으면 반드시 새벽이 밝아 오리라.’

그 깊은 밤 절망과 혼돈의 밤은 가고….

그 밤이 너무도 깊었기 때문에 새날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새날을….

“그렇다! 이제부터 출발이야!”

그는 감격하며 중얼거리듯 외쳤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그는 화실이 있는 2층으로 향했다. 어느새 일어났는지 아내가 화실에서 붓대를 움직이고 있었다. 붓대가 힘차게 춤추기 시작하였다. 에너지가 충만한 모습이었다.

채성은 그림에 몰입하고 있는 애춘을 바라보고 말없이 기쁨과 함께 옥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밝아오는 세상은 기쁨으로 충만 되고 고요 속의 여명은 빛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은 꿈틀거리며 삼라만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파트, 큰 빌딩, 도시의 아침을….

멀리 저편에서 산과 나무들 그리고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어느덧 둥그렇고 커다란 광명이 떠올랐다.

이제 밤의 모든 여명은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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