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 상 섭 경북도립대교수•지방행정학 한국지방자치연구소장

‘평화무드’에 취하고, 월드컵 열광에 젖어 있던 사이에 어느덧 민선자치 6기가 막을 내리고 내달 2일부터는 민선 7기 출범이란 역사적인 장이 열린다. 먼저 이번에 취임하는 전국의 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과 교육위원(제주특별자치도) 에게는 축하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모든 분께는 감사를 드린다.

지방의회 부활 28년, 민선자치 24년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이쯤 되면 풀뿌리민주주의가 만개할만한 시기가 되었건만 왠지 미덥지 못하고 불안하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혹자는 아직도 ‘나잇값’을 못하고 오히려 퇴보했다는 따가운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지방자치 예찬론자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제일 큰 걱정은 고질화‧만성화되어버린 지방부패와 도덕적 해이다. 전시행정과 헤픈 씀씀이로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의 고갈, 세원과 사무의 중앙편중현상의 심화, 자치구조의 왜곡현상, 강시장—약의회으로 ‘견제와 균형원리’의 실종, 토호세력과 측근의 만행 등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척박한 자치토양과 태생적 한계 속에서 성과가 많았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먼저 주민 ‘삶의 변화’와 주민의 지위가 ‘통치의 객체에서 주체’로 바뀐 점이 가장 크다. 지방권력의 기회균등과 신분상승(4.016명), 양질의 행정서비스,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민복지 증진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공과(功過)가 상존하였기에 실로 만감이 교차한 전환기였다고 회고하면서 위안을 찾는다. 그러나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높고 건너야 할강은  깊다. 민선7기가 구현해야할 핵심 과제는 ‘참여민주주의의 완성과 지방의회의 혁신’이다.

이를 위한 첫 과제로는 부정과 비리의 근절이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우리나라 기초단체장 226명 중 민선1기 23명, 2기 59명, 3기 78명, 4기는 무려 110명, 5기 55명, 6기 43명이나 뇌물수수, 횡령, 배임 등 온갖 몹쓸 비리로 법정에 섰다. 운 좋게 빠진 자도 많다고 한다. 이정도면 가히 기네스북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비리백화점’급이다. 벌써부터 당선자의 선거공신 중에는 무슨 ‘완장’이라도 찬 듯 목하 설치기 시작했다니 4년 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지적들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선거 빚’ 때문에 불씨를 안고 간다면 반드시 공멸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명심하기 바란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민선5기까지 무려 1.035명이나 기소되었다. 전체 의원 중 80∼90%가 해당되는 의회도 여럿 있어 심각한 문제다. 본전 생각은 절대 금물이며 임기 내 어떤 이권에도 바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예산낭비다. 2017년 말 현재 지자체의 88.5%가 재정자립 50%미만이고, 150여개 단체는 자립도 10∼30%다. 더욱이 이중 반은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공무원 인건비충당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초호화판 신청사 건립 등 흥청망청 퍼주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곳간에 양식이 없어도 파티는 하겠다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격이다. 혈세를 아끼면서 부족한 재원마련에 매진하기 바란다.

지방의원의 분발이다. 의원의 주된 책무는 조례의 재‧개정, 행정사무감사, 예‧결산심의가 먼저다. 민선6기 첫해 1년간 대구광역시 기초의원 115명의 조례발의 건수가 1인당 0.4건이며, 구정질의도 중구의회는 0,2차례로 1년에 한 번도 질의를 안 한 의원이 거의 다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래서 ‘기초의회폐지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경북도 오십보 백보다. ‘직무태만’이니 ‘빈 깡통이 더 요란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하기 바란다.

소통과 화합이다.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후보자간 앙금은 하루속히 풀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열 번이라도 찾아가서 설득하고 반드시 동참시키기 바란다. 반대한 주민도 포용해야한다. 주민과 함께해야 비로소 ‘참여민주주의가 완성’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까지 하였고, 문제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이어받아 탄생한 정부라고 늘 자랑하고 있다. 더욱이 6.13지방선거까지 압승하였다. 그러나 오만과 독주는 금물이다. 이제는 촛불정신을 살려 지역과 고향을 변화시킬 때가 바로 지금이다. 촛불을 지방으로 옮겨와야 한다. 우리가 뽑은 단체장, 교육감, 지방의원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거나, 예산을 함부로 낭비하고 맡은바 소임을 이행하지 못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른 채 하지 말고 주민이 다 같이 나서서(참여) 통제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참여민주주의가 드디어 완성이 되기 때문이다. 민선 7기가 그 원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방자치의 양대 축은 자치단체와 의회다. 동반자적 관계가 필수다. 이젠 ‘대립과 갈등’에서 ‘협력과 경쟁’의 새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한다. 화이불류(和而不流-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의 자세가 답이다. 그리고 맡은바 의원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한다. 이게 진정한 ‘지방의회의 혁신’이다.

끝으로 후보시절의 초심을 부디 잃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기간 내내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리고 쉰 목소리로 애절하게 호소하던 그때의 그 모습과 약속들을 주민들은 모조리 기억할 것이다. 민선7기의 순항을 기원하면서 건투와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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