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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삶을 배우다 웰다잉(Well Dying), 품위있는 죽음을 준비하다
  • 안데레사 기자
  • 승인 2018.07.03 15:05
  • 수정 2018.07.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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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 톨스토이

우리나라에서 잘 죽는다는 것, 연명의료결정법

웰다잉은 생(生)과 사(死)를 다루는 인생의 인문학으로서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맞물려 등장한 현상이다. 삶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길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뜻깊게 보낼 뿐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타났다. 올해 2월 4일부터 임종을 앞둔 환자에 한해서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다. 이와 관련해 행복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잘 사는 것만큼 죽음을 잘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존엄한 죽음, 연명의료결정법이란 무엇일까?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
또한 노인 1인 가구 증가로 가족의 도움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졌다. 고독사를 예방하고 그동안의 삶을 기록하거나 유언장을 미리 준비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자신 머문 자리를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다. 웰다잉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1990년대지만 초기에는 장례문화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거나 ‘임사체험’ 같은 호기심이 전부로서 웰다잉에 대한 왜곡이 많았다. 웰다잉이 단순히 ‘잘 죽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자기의 주변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죽음의 두려움의 해결책으로써 웰다잉이 출발한다. 우선 연명의료는 생명 연장이 목적인 항암제,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심폐 소생술의 네 가지 의료행위를 말하며,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가 임종에 다다라 연명치료가 더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생명 연장 중단 여부를 본인에게 미리 물어보고 결정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는 2008년 식물인간 상태로 연명치료를 받고 있던 김 할머니의 생전 유언에 따라 가족들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 이전까지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면 법적으로 살인죄에 해당했기 때문에 병원 측과 가족 간의 마찰이 불가피했고, 이에 부당함을 느낀 가족들이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결국 승소했다. 이는 처음으로 대법원이 연명의료의 중단을 허용한 판례로 남았으며, 이후 이 사례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 결과 현재는 한 명의 전문의와 담당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의논했을 때 연명치료 중단 여부에 대한 서로의 의학적 소견이 일치하고,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건강하거나 의식이 있을 때 연명의료 여부를 미리 정해놓는 문서)’가 존재하면 법적으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연명의료 중단 이후의 삶
오해하기 쉽지만, 연명의료를 포기하게 된다고 다른 의료 지원 등을 하나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본인의 의지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임종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통증의 경감, 죽음의 문턱에서 느끼는 정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임종을 앞둔 환자의 평안한 마무리를 위해 고통이나 불안을 덜어주는 데 중점을 둔 시설)를 지원한다. 실제로 이번에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에서도 본인이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한 후에 호스피스 지원을 결정할 기회가 부여되고, 건강보험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의 ‘죽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호상(好喪)이라고 여겼으며, 마지막 순간을 친지, 가족들과 함께 익숙한 장소에서 보내는 것을 하나의 복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한해 사망자 수 약 28만 명 중 75%는 병원에서 치료 중 죽음을 맞이한다. 실제로 암 환자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높은 90%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들 중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16%밖에 안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9명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으며, 집에서 본인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가족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연명치료 진행과 중단을 고민하는 많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임종을 준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전까지의 사회적 분위기와 가족의 요구에 따라 연명치료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환자는 마지막을 준비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제 장례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자키 사토루 전 고마쓰 사장

“지난달 몸 상태가 많이 나빠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예상치 못한 담낭암이 발견됐고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인생을 충분히 즐겼으니 연명치료는 받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기력이 있을 때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건설·기계로 유명한 일본의 대기업인 고마쓰의 전 사장 안자키 사토루가 ‘생전 장례식’을 연다는 광고를 신문에 실어 작년 말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안자키 전 사장은 광고에서 “억지로 수명을 연장하기보다 제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싶습니다”라는 뜻을 전하고, “제가 고마쓰와 함께 일한 40여 년 동안 신세를 진 많은 사람들에게 한 분 한 분 직접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생전 장례식을 열게 된 이유도 함께 밝혔다.

일본에서 ‘생전 장례식’에 대한 기록은 300여 년 전인 에도 막부 시대에서도 발견될 만큼 그 역사가 깊지만, 이런 문화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더욱이 그동안 대기업 사장 출신이 생전 장례식을 연 사례가 드물어 일본 사회에서 안자키 전 사장의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뜻의 ‘종활(終活)’은 특히 2010년대 이후 일본의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주로 소지품 등 주변을 미리 정리하고 상속 관련 자료를 준비한다. 그뿐만 아니라 유언장 작성과 휴대전화 데이터 정리를 포함한 죽음을 대비하는 모든 활동이 ‘종활’에 포함된다.

이는 일본이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27%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임을 반영하는 한편, 본인 스스로 장례식 준비부터 유산 정리까지 책임지겠다는 생의 마무리에 대한 능동적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런 문화에 영향을 받아 최근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노인층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죽음에 대해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삶의 마지막 단계,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국가별 죽음의 질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인 40개 국가 중 하위권인 32위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타인이나 어른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준비도 미흡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연명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인 죽음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즉, ‘어떻게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에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이 1051만 명 초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수 시대를 맞아 노인 대상의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람들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 할 절대 진리인 죽음을 터부시 하고, 말하기를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고 자연적 현상으로 인식해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가진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이고 애정적이고 측은한 마음으로 인식변화를 하게 되어 부부관계, 가족이나 인간관계의 회복을 하게 되고, 생명존중으로 자살예방에 기여해 자살률 세계 1위의 멍에를 벗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기에 웰다잉 교육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외국이 사례처럼 초등학교에서부터 죽음교육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청소년들의 사회문제는 많이 해소 할 것이다. 웰다잉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후회 없는 삶’, ‘행복한 삶’이다.

국가의 복지 정책이 노인의 문제에 더욱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제는 노인에게도 새로운 방법의 지식교육과 함께 장수 시대에 걸맞은 인성교육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 볼 때 웰다잉 교육은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교육하며 배우며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이며, 체험하는 활동으로써 인생의 필연적인 죽음 앞에 두려움 없이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웰다잉이 미개척 분야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적인 명제 앞에서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웰다잉 교육은 이제는 불가피한 트렌드가 되었다. 웰다잉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은 이 시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웰다잉 교육의 분위기가 성숙되면 청소년 웰다잉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귀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되어 이웃과 더불어 소통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며, 친구 집단 괴롭힘이나 청소년 자살 문제 등 사회문제 예방에 기여해 사회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어르신들께는 건강하면서 행복한 노후 생활이 되어 품위 있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죽음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 영국에서는 좋은 죽음을 네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이 좋은 죽음의 조건이다. 최근에는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임종체험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우리 사회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준비 없이 죽음의 문턱에 이른다면 아마 우왕좌왕할 것이다. 다양한 체험과 고민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면, ‘죽음은 삶의 끝이다’라는 생각보다 ‘삶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격언을 끝으로 마무리 짓겠다.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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