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뉴스프리존=손우진 기자]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대한변호사협회와 하창우 전 회장을 압박하고 사찰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 시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고위 법관이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과 이듬해 상고법원 신설에 반대하던 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한변협이 양 대법원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하 전 회장은 서울 서초동 개인변호사 사무실에서 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의심만 했던 압박 정황들이 대법원의 치밀한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돼 너무 충격적이고 허탈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변협은 상고법원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하 전 회장을 뒷조사를 하고 압박을 시도한 것에 대해 충격적이고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검찰에 제출한 비공개 문건과 관련자 명단을 공개하라며 대법원의 대국민 사과도 촉구했습니다.」 변협은 양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에 대한 고발도 검토 중이다.

검찰이 법원에서 넘겨받은 관련 문건들 가운데 일부에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등이 제안한 내용이라고 명기돼 있다. 410개 문건을 분석 중인 검찰은 하 전 회장 사찰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사법정책실 제안 내용에는 변호사들이 법원에 증거를 늦게 제출하면 종전보다 엄격하게 판단해 각하하는 것을 검토하는 방안이나 변호사들만 할 수 있는 소송 대리를 변리사들에게도 맡기겠다고 외부에 알리는 등 변협을 압박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하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문건에 적힌 수십개의 압박 방안 중 실현된 것과 일부 실현된 것, 실현되지 않은 것을 분류했다. 실행된 것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는 “매년 8월에 하는 변호사대회에 대법원장이 빠짐없이 와서 축사를 하는데, 양 전 원장은 내가 회장인 2015~2016년 두 해 연속 오지 않았다”며 “설마 상고법원에 반대해서 그런가 의심만 했는데 문건에 ‘변호사대회 불참’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대법원과 변협 사이에 1년에 1회 이상 진행하던 간담회도 끊겼다. 그는 “변호사들이 재판 진행과 관련한 건의사항을 전달하고, 재판 협조사항을 전달받는 중요한 자리인데, 한 번도 안 했다”며 “문건에 굵은 활자로 ‘대한변협과의 간담회 중단’이라고 적혀 있는데, 정말 너무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이 주관하던 경력법관 심사를 각 지방변호사회로 넘긴다는 방안도 2016년에 실행됐다. 그는 “문건에 이 방안을 설명하면서 원교근공(遠交近攻·가까운 나라를 치기 위해 먼 나라와 손잡아라)이라는 전국시대 전쟁 고사를 인용했다. 변협이 무슨 적대국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사법정책실장은 한승 현 전주지방법원장이었다.

그런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문건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문건 관여 의혹이 있는 한승 법원장 등을 조사하지도 않았다.

또 지난 20일 열린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도 한승 법원장과 관련된 의혹을 알리지 않았고 회의 결과 한승 법원장은 후보로 추천됐다. 하 전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의 1·2차 조사 때까지만 해도 설마 대법원이 법관 사찰 문건을 만들었을까 했는데 이번에 나를 대상으로 한 사찰 문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나 같은 재야단체 수장도 사찰하는데 법원 내부 사찰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각한 건 국민들 사이에 ‘대법원이 개인 사찰도 하는데 내부에 판결 부탁 하나 못하겠나’라는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신속한 검찰 수사와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대법원이 관련자 하드디스크 제출을 미루는 가운데 검찰은 법원행정처를 직접 방문해 복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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