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손보사, 장기보험에 눈독 車보험 '의무보험' 팔아도 적자..장기보험, 꾸준한 자금 유입 메리트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대표 상품인 자동차보험보다 2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보험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8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의 지난해 1~11월 신계약 건수 집계를 보면 일반보험 3043만3000건, 자동차보험 2219만8000건, 장기보험 949만3000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2014년 연간 신계약 건수가 일반보험 3175만8000건, 자동차보험 2428만7000건, 장기보험 976만8000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일반보험은 1325건, 자동차보험 2089건, 장기보험 275건으로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한 달 간의 신계약 건수가 더해지면 장기보험은 2014년 실적을 무난히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보험은 실손·암·배상책임·화재·상해보험 등 만기 2년 이상짜리 보험을 뜻한다. 원래 손보사들은 화재·해상보험 등 일반보험에서 주로 수익을 내야하지만 우리나라 일반보험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다보니 돈이 되지 않아 손보사들이 소극적이다.

특히 손보사들의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장기보험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이다보니 손보사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중이 일정 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통 사고율이 세계 1위인데다 보험사기도 지능화되면서 2014년 기준 1조1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실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0년 79.9%를 기록한 이후 2011년 82.3%, 2012년 84%, 2013년 86.8%로 상승세를 이어가다 2014년에 88.4%로 사상최고 수준까지 뛰어 올랐다. 손해율은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보험료 수입으로 나눈 숫자로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손해율이 계속해서 치솟자 보험사들은 인수 전 심사를 강화하면서 우량 고객 확보전에 나섰고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할증 관련 불만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 할증 관련 민원은 2013년 72건에서 2014년 132건으로 83.3% 증가한 데 이어 2015년 245건으로 1년새 다시 85.6%나 늘었다.

자동차보험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손보사들도 생보사와의 밥그릇 싸움으로 눈치를 보던 장기보험 시장에서 점점 적극적인 모습이다. 장기보험은 꾸준히 보험료가 유입되기 때문에 이 돈을 잘 굴리면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보험은 1년 미만 단기계약이기 때문에 꾸준한 자금 유입을 보장할 수 없어 장기적인 자산운용이 힘들다.

손보사들이 장기보험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생보사와 경쟁을 하기 위해 특화 상품으로 실손형 의료보험을 내놓았고, 인구 3400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으로 불릴 만큼 대중화됐다.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의사나 병원 사무장을 앞세운 보험사기까지 활기를 띠면서 실손보험이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손보사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이 90.3%로 치솟았다. 받은 보험료 대부분을 보험금 지급으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포화된 보험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보·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이 이미 유병자 보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지만 장기보험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며 "특히 보장성 상품 비중을 늘리고자 손보사들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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