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시판에 올라온 가짜 뉴스가 결국 <인사이트>에서 기사로 탈바꿈했다. 사진 누리집 갈무리.

디시인사이드 허위 글, 온라인 매체 거쳐 방송 뉴스까지 등장해
국제도서관연맹(IFLA)이 지난해 공개한 ‘가짜 뉴스 판별법’ 이슈

국내외 저명한 팩트체크 전문가들이 국내에 모여 가짜뉴스 대처 방안을 논의합니다.

세계적인 팩트체크 전문가를 초빙해 국내에서 컨퍼런스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는 오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거짓 정보 시대의 저널리즘'을 주제로 '2018 팩트체크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국장이 이번 콘퍼런스 연사로 나섭니다.

아데어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팩트체크 매체인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창립자로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팩트체크로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세계 팩트체크기관의 연대 기구인 IFCN의 만찰리스 국장은 팩트체커들의 연례행사인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을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출처 불명의 글이 누리집을 떠돌았습니다. 베트남의 23살 이하(U-23) 국가 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훈련 태만을 지적하며 “너희들이 입고 있는 경기복, 신발, 먹고 마시는 어느 것 하나 국민들의 피와 땀이 아닌 게 없다. 겨우 그 정도가 힘들어 편한 걸 찾으려면 축구선수 하지 말고 다른 것 해라”라고 호통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해당 글에서 익명의 글쓴이는 박항서 감독이 당시 선수들에게 “힘들면 가슴에 붙어있는 금성홍기(베트남 국기 이름) 하나만 생각해라. 넘어지고 실패해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베트남 선수들이 박항서 감독의 말을 듣고 눈물 콧물을 흘렸다”고 되어있는 이 글은 1월 21일 디시인사이드의 ‘해외축구 갤러리’에 처음으로 올라왔습니다.

한 게시판에 올라온 가짜 뉴스가 결국 <인사이트>에서 기사로 탈바꿈했다. 사진 누리집 갈무리.
해당 글을 보면, 이 누리꾼이 주장한 내용의 출처는 ‘경제시보(Thoi Bao Kinh te) 2017년 11월 25일자’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5일 전후로 1주일치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이런 내용의 기사는 없었습니다. 가짜 뉴스였습니다.

며칠 뒤 가짜 뉴스 작성자가 이 내용이 허위임을 실토했습니다. 이 작성자는 이 글을 올렸던 게시판에 “내가 올렸는데 사실 그거 뻥이었다”며 특정 기자를 “낚기 위해” 작성한 허위 기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 이야기는 퍼질 만큼 퍼진 뒤였습니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오자마자 스포츠 관련 게시판을 타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더니 급기야 <인사이트>라는 매체에서 기사가 작성됐습니다. “해당 게시물의 진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라는 문장과 함께 ‘훈련 힘들다고 반항하던 선수들 눈물 쏟게 만든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였습니다.

가짜 뉴스의 확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28일 엠비엔(MBN)의 ‘뉴스8’을 마무리하면서 최일구 앵커가 이 일화를 방송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박항서 감독에게) 주장이 이러다가 경기 전에 쓰러질 것 같다. 훈련량을 줄여달라고 했다더라”라며 “이 정도 갖고 훈련 힘들다고 하면 차라리 축구선수 그만두라고 정신교육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모두가 한 게시글 작성자의 농간에 놀아난 격입니다.

▲사진: 엠비엔(MBN)이 박항서 감독의 허위 기사를 언급하는 장면. 사진 엔비엔 영상 갈무리.

 이런 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시기나 내용이 다른 진짜 기사를 왜곡해 자신이 원하는 논조를 만들고, 이를 편견 확산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게시판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삼성전자 탈광주, 미련 없다. 광주시 ‘독자 브랜드’로 맞대응”이라는 기사가 그렇습니다. 삼성전자가 광주에 있는 백색가전 사업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기사입니다. 문화방송(MBC) 뉴스의 화면을 캡처해 마치 ‘진짜 뉴스’처럼 보이는 게시글에서 글쓴이는 “총수까지 정부의 볼모로 잡혀있는 상황이라면 미련 없이 이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해당 뉴스는 2016년에 광주 MBC에서 보도한 과거 기사입니다. 그럼에도 일간베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게시판에서 마치 현 정부 들어 생긴 일인 것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일간베스트 등의 게시판에 떠돌고 있는 게시글.

이런 허위 보도는 교황이 경고한 ‘가짜 뉴스’의 완벽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가짜 뉴스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낸 바 있습니다. 지난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제 소통의 날을 기념해 신자들에게 보내는 ‘가짜 뉴스와 평화를 위한 저널리즘’이라는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편지에서 교황은 가짜 뉴스의 속성과 그 목적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관련 기사 : 교황이 말한 ‘가짜 뉴스 판별법’은 트럼프 향한 메시지?)

 “독자를 조종하고 기만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왜곡된 데이터에 기반을 둔 허위 정보를 말하며 , 특정한 목적을 진작하거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주거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

“거짓된 이야기들은 너무도 빨리 퍼져서 당국 (또는 당사자 )이 이를 부정하더라도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

“가짜 뉴스가 효과적인 이유는 진짜 뉴스를 흉내 내고 그럴듯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 또한 이 거짓이지만 믿음직해 보이는 뉴스는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편견에 호소하고 불안 , 분노 , 경멸 , 좌절 등의 즉각적 감정을 이용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
- 1월 24일 프란치스코 교황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 뉴스를 골라내야 할까요? 국제도서관연맹(IFLA)이 지난해 2월에 발표한 ‘가짜 뉴스 판별법’과 기자들이 소스를 확인하는 몇 가지 팁을 취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1. 뉴스 사이트의 ‘회사 소개 ’를 참조하세요
- 기사의 내용이 의심스럽다면 매체의 전신 , 연혁 , 설립 목적 등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는지도 신뢰성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

2. 같은 내용을 쓴 다른 매체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기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를 쓴 매체가 단 하나뿐이라면 , 잠시 믿음을 거두고 다른 매체의 보도를 살펴봐야 합니다 . 아마 그 시간에 기자들이 열심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을 테니까요 .

3. 기자의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 클릭을 위한 미끼 기사의 경우 기자의 이름을 공란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름을 썼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의심스러운 기사는 해당 기자의 이름과 매체 명을 같이 넣어 구글에서 반드시 검색해보세요 .

4. 범죄기사는 사법당국의 입장을 확인하세요
- 범죄기사라면 수사 중인 지역 경찰의 입장이 들어가 있기 마련입니다 . 경찰이나 검찰 , 사법당국의 입장이 없다면 소위 ‘주작 ’(관심을 받기 위해 꾸민 게시물 )일 가능성이 큽니다 .

5. 정보원을 확인하세요
- 제대로 된 기사라면 해당 사실을 어떻게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보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표기합니다 . ‘ ㄱ쪽은 〈한겨레 〉에 ㄴ이라고 말했다 ’라는 문장이 등장한다면 ㄱ이 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세요 .

6. 국외 기사의 경우 원 출처 ’이름’을 확인하세요
- 교묘하게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시카고 트리뷴 ’은 권위 있는 매체이지만 ‘보스턴 트리뷴 ’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등장했다 사라진 가짜 뉴스 매체입니다 . 지금은 없어진 시엔엔 트렌딩 (CNN-trending)도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 (CNN)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

7. 농담인지 확인하세요
- 국외 매체 중에는 시사에 기반을 둔 풍자를 주로 올리는 매체가 여럿 있습니다 . 미국의 매체 ‘어니언 ’이나 〈뉴요커 〉의 ‘보로위츠 리포트 ’ 꼭지가 대표적입니다 . ‘어니언 ’에서는 “교황이 새로운 신과의 의견 충돌로 자신의 직업 안전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 ”복음주의 과학자가 ‘지적 낙하 ’의 개념으로 중력을 반박하다 “ 등의 기사를 내보냅니다 . ‘보로위츠 리포트 ’는 미국에서 가장 웃긴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앤디 보로위츠가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 예를 들어, 지난 11일 트럼프가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거지소굴 ’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보로위츠는 ”백악관의 전자레인지가 트럼프가 확실히 ‘거지소굴 ’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며 전자레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바 있습니다 . 그러나 가끔 이런 기사 중에 너무도 ‘있음직한 ’ 이야기라 국내 독자는 물론 기자들마저 속는 경우가 있습니다 .

 국제도서관연맹(IFLA)이 지난 2017년 2월에 발표한 ‘가짜 뉴스 판별법’의 픽토그램을 참조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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