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 없이 찾아오는 조문객은 상임장례위원장인 이정미 대표와 호상을 맡은 심상정 전 대표, 김종대·추혜선·윤소하 의원 등 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맞고 있다. 정의당 창당 주역인 유시민 작가도 이날 오후부터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30분 쯤 빈소에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부인 김정순씨와 빈소를 찾았다.

김 지사는 전날(24일)에도 경남 창원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꼭 와봐야 될 것 같아서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석현‧박광온‧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오전 11시25분쯤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많이 힘들어 하신다"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차마 드릴 말씀이 없다. 다시는 좋은 사람을 이렇게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명계남씨 소설가 조정래씨, 가수 이은미씨, 전원책 변호사 등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오후에도 조문객의 발길은 이어졌다. 오후 2시10분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빈소를 찾아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인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황망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이수 헌법재판관도 빈소를 찾았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일어나야지"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시민들은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빈소를 찾았다. 시민들이 다녀갈 때마다 빈소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늘어났다.

노 원내대표의 입관식은 오전 10시, 부인 김지선씨와 동생 노회건씨 등 가족들만 배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엄수됐다. 장례식이 정의당장(葬)에서 국회장으로 승격되는 26일에는 노 원내대표의 추모문화제가 오후 7시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과 노 원내대표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시청 앞 문화광장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정치인은 '교도소 위 담장을 걷는 직업'이라는 말이 있다.

불법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합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난다는 뜻이다.

실제로 불법행위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이권이 개입된 검은 돈을 받는 경우도 있고, 선거를 치르기 위해 부적절한 정치자금을 받기도 한다.

물론 어떤 경우도 법적, 도덕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도 이런 부분에서 비롯됐지만 법 보다는 스스로 도덕성을 이기지 못한 선택에 가깝다.

노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은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이다.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폭로한 '삼성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치 야인이었다. 당시 경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면 더더욱 후원금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의 불법자금 수수액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4000만원'이었지만 '노회찬은 그랬을 리 없다'는 진보진영의 시각에 부담을 느낀 노 의원은 스스로를 멸(滅)하는 극단을 선택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은 소멸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당에 대한 걱정이 많이 담겼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본인의 허물이 정의당의 잘못으로 번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는 이렇게 부탁했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의 마지막 부탁은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를 향한 추모 물결이 연일 이어지고 있고,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두 정치인의 삶은 많이 닮았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데 헌신했고 기득권에 저항하는 고달픈 삶을 영위했다.

노 의원이 진보진영의 촌철살인으로 불렸다면 노 전 대통령도 '달변의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둘 모두 입심을 자랑했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 반대와 5공화국 비리 청문회를 통해 민주 진보 진영의 스타로 등극했다면 노 의원은 각종 방송이 1순위 섭외 대상으로 삼을 만큼 큰 인기를 구가했다.

둘은 마지막 가는 길도 비슷했다.

여야에 두루 자금을 댄 정치 장사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후원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과의 최후 선택은 여기저기 정치권에 줄을 대려던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은 노 의원과 같은 투신이었다.

자신을 내던짐으로써 스스로 단죄함은 물론 자신과 뜻을 같이 했던 정치적 동료들을 지킨 셈이다.

수장을 잃은 친노(친노무현)계는 한 때 '폐족'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친문(친문재인)으로 변화하며 당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에는 정권 교체에도 성공했다.

정의당도 노 의원의 간절한 바람대로 계속 전진할 수 있을까. 그의 마지막 길은 정의당에 '그래야 한다'는 의무를 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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