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75m 높이 굴뚝 위, 난간에 기대선 두 사람이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에 야윈 모습이다. 연일 40도에 가까운 더위에도 하늘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땡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 지부장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박준호 사무장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스타플렉스(파인텍) 승계 약속 등 현안문제 해결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천막과 현수막으로 만든 좁은 그늘 고공 농성중인 파인텍 노조원들의 쉼터가 전부이다. 동료들이 올려보낸 찬물로 달아오른 얼굴을 적셔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들은 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시노동자 김재주,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홍기탁의 고공농성은 애시당초 이 사태를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들의 고공농성이 마무리되고 무사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오른 택시지부 김재주 전 지부장은 오늘로 338일째 고공농성 중이고,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고공농성은 269일째를 맞고 있다.〈노동과 세계〉에 따르면 고공농성 중인 이들 세 노동자를 검진한 의료진들은 “협소한 공간에서 장기간 농성을 지속하면서 체중과 근육량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근골격계 통증도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길벗한의사회 오춘상 원장은 택시지부 김재주 전 지부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고공농성으로 인한 스트레스, 좁은 공간으로 인한 운동 제한에 따른 근력 및 신체기능 저하로 복부창만,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배변장애, 후중감 들의 증상이 점점 만성으로 진행되고 있고, 수술한 어깨관절의 재활치료가 필요하며, 약물치료에만 제한된 류마티스 관리 또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는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재난적인 폭염 속에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위를 내쫓기 위해 찬물을 마시고 싶어도 위장문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마음껏 마시지 못하고, 근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부족한 수분 섭취 속에 탈수로 인한 신체기능 부전이 우려된다”면서 말했다.
지난 7월 30일 목동 열병합방전소 75m 굴뚝 농성장에 설치된 온도계의 수은주는 최대기온인 섭씨 50도를 가리켰다. 당일 지상 기온은 섭씨 37도였다. 한편 8월 6일 전주시청 앞 20m 조명탑 고공농성장 온도는 42도로, 당일 지상 기온은 33.8도 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섭씨 50도 고공농성장의 노동자가 타들어간다”며 “청와대는 고공농성 현안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청와대에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투쟁에 기록적인 폭염이 겹치면서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내려올 수 없다는 노동자들, 누군가 귀 기울여줄 때만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