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언론사, 아웃링크 주장하며 네이버 압박…정작 사용자들에겐 ‘외면’ 당해

드루킹 사태 이후 사실상 네이버에 종속돼 있던 언론들이 네이버 권력을 토로했다. 그 방안으로 뉴스를 네이버에 가두는 인링크 방식에서 아웃링크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런 여론에 따라 9일 네이버가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내용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집 같았다.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아웃링크로의 전환은 ‘아웃링크 선택’ 기회를 준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매일 3000만명 이상이 네이버를 통해 정보를 확인한다. 이들은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보는 인링크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한 때 네이버의 인링크 방식에 반발한 조중동 등이 아웃링크 방식을 택했지만 결국 백기투항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인링크와 아웃링크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인링크 방식을 통해 더 많은 접속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언론들은 네이버의 인링크 방식에 반발하는 걸까. 그건 네이버의 ‘편집질’에 의해 여론이 호도되고, 주요뉴스는 갑자기 사라지는 등 ‘언론 위의 언론’ 네이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네이버는 ‘편집에서 손 뗀다’ ‘실검도 안 보이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보면 첫 화면에서 안 하고 둘째 화면에서는 다 한다는 얘기다. 또 AI를 통한 편집을 말했지만 우선순위에 배치되는 알고리즘도 알 수 없어 신뢰가 안 간다.

이번 네이버의 ‘선택적 아웃링크’는 언론들에게 ‘해볼 테면 해보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결국 뉴스장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언론들도 기존의 ‘네이버 하청업체’격인 네이버 뉴스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네이버에 언론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명예훼손 등의 글이나 댓글 등을 삭제하도록 의무화하고 오보가 노출되면 법적 책임을 지우는 등의 말이다. 그럴 것이 아니라면 네이버 스스로 ‘언론 아닌 척 언론 행세’를 하는 지금의 인링크 방식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언론들은 ‘자기반성’은 안 하고 왜 네이버 앞에서 징징대는 거지? 네이버 아니면 누가 미쳤다고 쓰레기(광고) 덕지덕지 붙여놓은 언론사 홈피(홈페이지) 찾아가나?”

‘네이버 아웃링크 전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아웃링크란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넘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 이후 언론사들 사이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인 주장은 “제2의 드루킹을 막으려면 뉴스 편집권을 언론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도 아웃링크 법제화를 강조하며 힘을 보탰다.

그럼 뉴스를 소비하는 국민들의 생각도 같을까. 이번 취재를 위해 기자가 접촉한 12명의 뉴스 사용자들은 모두 아웃링크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학생 문모은씨(23)는 “언론 사이트마다 화면 구성이 달라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주의씨(24)는 “인링크(아웃링크와 반대로 포털 내에서 기사를 읽는 방식)에선 콘텐츠 사이의 이동이 자유로운데 아웃링크에선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강민수씨(44)는 “네이버가 아웃링크 기사만 제공한다면 다른 포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 일러스트 김세중

뉴스 사용자들 한결같이 “아웃링크 불편”

무엇보다 광고는 아웃링크를 기피하는 공통 요인으로 꼽혔다. 게임업계 근무자 공아무개씨(24)는 “언론 사이트에 민망한 광고가 너무 많다”면서 “잘못 누르면 광고 페이지로 넘어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정상연씨(30)는 “많은 광고를 보다 보면 머릿속에 기사 내용이 아닌 언론사의 수익구조만 떠오른다”고 했다. 고등학교 교사 조아무개씨(46)는 “기사 내용을 가리는 광고가 뜨면 불질러버리고 싶다”는 격한 표현까지 쓰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언론사는 그럼에도 전면적 아웃링크를 고집하고 있다. 네이버가 “언론사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아웃링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5월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일괄 도입 아니면 무효”란 취지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개별 언론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웃링크가 필요하다는 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대형 언론사가 짠 프레임”이라며 “다른 언론사는 이미 프레임에 갇혔다”고 주장했다. 아웃링크 논란을 얘기할 때 ‘언론사’의 개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형 언론사가 아웃링크를 내세우는 진짜 이유는 자신들의 수익과 영향력 확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은 인링크를 포기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6년 상반기 PC 언론사 사이트 방문 현황을 조사해 ‘인터넷 언론백서’에 실었다. 여기에 따르면, 국내에서 뉴스를 보기 위해 언론사 사이트를 찾는 비율은 13%에 그쳤다. 이마저 대형 언론사 위주로 굴러가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은 “2016년 6월 기준 PC 이용자 5명 중 1명 가까이는 조선닷컴(조선일보)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조선일보를 포함해 중앙일보·동아일보·연합뉴스·머니투데이 등은 2016년 1~6월 기준 방문자 수 톱5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선 아웃링크가 대형 언론사의 독식 구조를 더 키울 것이란 우려가 있다.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스의 전혁수 기자는 “뉴스 소비가 이름 있는 대형 언론사 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방문자 수는 곧 광고 수익으로 연결된다. 조중동이 참여하는 한국신문협회는 4월19일 “인링크 때문에 언론사 경영이 악화됐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바꿔 말하면 아웃링크가 수익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대형 언론사에 국한된 얘기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중소 언론사는 기사 공급 대가로 네이버에서 받는 전재료가 광고 수익보다 크다”면서 “아웃링크는 오히려 이들 중소 언론사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5월9일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 고성준

“아웃링크는 주류 언론의 권력 유지 방식”

네이버는 인링크 제휴를 맺은 언론사(CP 언론사)에 한해 전재료를 나눠준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그 규모를 연 11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통신사와 대형 언론사들이 절반 가까이 가져간다. 나머지를 100여 개의 중소 언론사가 챙기는데, 그 액수가 1억원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이마저도 언론사가 아웃링크로 떨어져 나가면 줄 수 없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소 언론사의 경영난으로 미디어 다양성이 악화될 수 있다”(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 기자)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도 CP 언론사는 규모를 떠나 인링크와 아웃링크 사이에서 저울질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문제는 CP 제휴가 되지 않은 언론사들이다. 과거 CP 언론사에 속해 있다가 독립한 한 인터넷 매체의 부장 A씨는 “CP 제휴를 맺지 못한 매체는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광고주는 영향력이 낮은 매체에 광고료를 적게 주려 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까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CP 제휴가 안 된 또 다른 인터넷 매체 편집장 B씨는 “인링크가 되면 인지도가 커지기 때문에 (CP 제휴) 신청을 꾸준히 해 왔다”고 했다. 아웃링크 전면 도입이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기자가 취재 중에 접촉한 관계자들은 대형 언론사, 특히 조·중·동의 아웃링크 도입 주장에 시커먼 속내가 숨어 있다는 의혹을 꺼내 놓았다. “연합뉴스처럼 네이버 메인을 매번 차지하는 통신사의 영향력을 뺏어오려는 것” “네이버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여 전재료를 더 받아내려는 것” 등이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아웃링크는 주류 언론사가 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네이버에 미디어로서 책임 묻는 건 당연”

물론 ‘공룡 포털’ 네이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최진순 교수는 “네이버의 집중도를 고려한다면 미디어로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네이버는 ‘이용자 관점’에 대한 개념 정의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네이버 뉴스편집자문위원은 기자와 만나 “이번 개선방안으로 바뀌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뉴스 사용자가 아예 제3의 뉴스 소비 공간을 찾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전면 도입하면 사용자들이 언론 사이트로 고스란히 유입될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언론 사이트에 들어가야만 한다면 차라리 피들리로 기사를 보겠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백윤호씨(29)의 말이다. 피들리(feedly)란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 안의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내 언론사들이 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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