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8월 18일 지겹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청명한 가을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 떠있는 평화로운 날이었습니다. 판문점 주변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북한군 30여 명이 백주에 도끼를 휘둘러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관리 및 경비를 하고 있던 주한 미군장교 2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주한 미군과 우리 국군병력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루나무는 공동경비구역 내에 있는 15미터 크기의 25년생 미루나무로 우리나라와 북한이 상대방을 감시하기 위한 시계확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습니다.
휴전으로 비록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언제 또 도발을 일으킬지 모르는 북한군을 상대로 유엔군 측 주한 미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제5관측소에서 제3초소와 비무장지대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군 3개 초소에 둘러싸인 제3초소 부근, 미루나무 가지가 무성하게 자란 탓으로 제대로 관측하기에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8월 18일 오전 10시경 주한미군 경비중대장, 소대장 등 장교2명, 부사관 및 병사 4명, 우리 국군도 장교1명 부사관을 포함한 병사 4명 등 11명이 작업관리와 경비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들은 곧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 유엔군 측 제3초소 부근의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전지작업을 위한 일반인 작업자 5명은 작업을 실시, 군병력은 관리감독 및 경비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북한군 박철 중위 등 장교 2명이 15명의 병사와 함께 작업현장에 나타나 전지작업 중지를 요구하였습니다. 미루나무가 서있는 위치가 유엔군 측 관할에 속했으므로 작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보니파스 대위는 경비중대장 직권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시켰습니다.
박철의 지원 요청을 받은 북한군은 트럭을 이용하여 인근 초소 병사 20여 명이 도착, 박철 중위가 또 다시 작업중지 요청을 하였으나
보니파스 대위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박철 중위의 공격명령에 따라 북한군은 트럭에 싣고 온 곡괭이와 몽둥이 등으로 위협을 가하며 우리측 작업자들이 가져가던 도끼를 빼앗아 휘두르며 기습공격을 했습니다. 북한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주한마군 경비중대장 보니파스 대위와 배럿 중위가 이마와 머리 등에 큰 중상을 입고 쓰러져 이송 중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이날 사건으로 주한미군 부사관 및 병사 4명, 우리 국군장교와 병사 4명 등이 중경상의 피해를 입고 유엔군 측 트럭 3대가 파손되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백악관에서는 워싱턴 특별 대책반이 소집, 미 국무성과 함께 '이 사건의 결과로 빚어지는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그 책임은 북한에 있다' 라는 공동 성명을 당일에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스틸웰 주한미군 사령관은 문제의 미루나무를 아예 베어내고 공동경비구역 내 북한군이 설치한 불법 방호벽과 바리케이트 등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세웠습니다.
폴 버니언으로 명명된 이 작전(Operation Paul Bunyan : 미국 전설에 등장하는 거구의 나무꾼 폴 버니언에서 따온 작전명) 을 기본으로 F-4, F-111,B-52 폭격기, 미드웨이호 등을 동원하는 대 규모 무력시위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준 전투준비 태세인 데프콘 3을 발령, 폴 버니언 작전 시 유엔군은 데프콘2(공격준비태세)를 발령, 미국 본토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F-111 전투기 20대를 긴급 파견, 괌 기지의 B-52폭격기 3대,
오키나와 카테나 미 공군기지에서 F-4 전투기 24대가 출격, 한반도 상공을 선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재기 66대를 탑재한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는 순양함 등 중무장한 호위함 5척을 거느리고 동해로 북상 한국해역 인근에 배치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은 특전사 제1공수특전여단 김종헌 소령을 지휘관으로 선임, 64인의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결사대를 편성해 보복작전이 전개되었습니다. 64인의 특전사 요원들은 M-16 소총과 수류탄, 크레모아 등을 트럭에 숨기고 카투사로 위장한 뒤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폴 버니언 작전에 투입, 북한군 초소 4개를 폭파시켰습니다.
만약 북한군이 이에 무력으로 대응할 경우 과감히 사살하여 보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니 또 한 번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 전운의 먹구름이 한반도 상공을 가득 메웠습니다. 하지만 일한 우리군의 기세에 겁먹은 북한군이 일체 대응하지 않고 물러서므로 더이상 무력사태로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폴 버니언 작전 후 북한은 긴급 수석대표 회의를 요청, 김일성의 유감성명을 전달했으나 미국은 북한의 유감성명이 잘못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며 거부, 24시간 만에 태도를 바꿔 이를 수락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북한은 1년 반동안 준 전시상태를 유지한 채 긴장을 풀지 못했으며 남한도 북한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사자인 미국이 한발 물러선 상태에서도 남북간 군사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판문점 내 공동경비 구역에도 경계를 설정, 경계밖 북한지역에 있던 초소는 모두 철거되고 콘크리트 단을 만들어 경계를 표시했습니다. 얼마전 북한의 김정은이 판문점 남북정상 회담차 내려와 우리 대통령과 손잡고 넘나들었던 지점이 바로 경계표시입니다.
사건 10주년이 되던 1986년 8월 18일 공동경비구역 근처에 있는 주한미군 캠프 키티호크(Camp Kitty Hawk )가 보니파스 대위를 기려 캠프 보니파스(Camp Bonitas)로 개칭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정전 68년 만에 북한의 핵 폐기 약속과 종전선언 이라는 말들이 나도는 가운데 그제부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해무드가 잘 이어져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이루어 진다면 그것은 우리민족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며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