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트레이트 영상 갈무리

[뉴스프리존= 김현태 기자] 2013년 4일 새벽녘에 서울 중구청 직원들과 경찰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천막과 분향소를 철거했다. 그 천막은 2009년 정리해고 이후 노동자와 그 가족들 당시 24명의 목숨을 앗게 한 쌍용차 사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정부 차원의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세워졌다.

쌍용사태 이후 고(故) 김주중 해고노동자는(지난달 8월 18일, 쌍용차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른 번째 해고노동자 故김주중 씨 49재가 봉행된다.) 지난 6월 27일 아내에게 “못난 남편 만나 고생이 많다. 부디 행복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로써 모두 30명의 쌍용차 희생자가 가족과 동료의 곁을 떠났다.

폭염속에서 쌍용차 희생자 30명의 죽음과 멍에를 상징하는 이동식 무대를 선두로 죽음과 모욕을 상징하는 그림자 인형을 어깨에 짊어진 해고노동자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다시 그날 2009년 4월 8일, 사측은 전 직원의 36%인 2,646명을 해고하는 내용의 인력감축안이 포함된 경영정상화안을 내놓는다. 이에 노조는 84%의 찬성으로 구조조정 반대 총 파업을 가결하고 5월 21일 평택공장을 점거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의 파업에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사측이 해고 계획신고서를 제출하고 한 달 뒤인 6월 8일,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974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사측은 노조가 회사의 제안을 수용하면 7월 10일부터 협상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노조측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다음날인 11일 경찰은 출입문을 확보한 채 테이저건,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 등을 이용해 노조원들을 진압했다.

같은 달 20일, 법원은 퇴거명령을 내리고 공권력을 투입하는 등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고 이후 경찰과 노조 간 격렬한 대치가 계속됐다. 그러다 마침내 30일, 노사 간 대화가 재개됐으나 나흘 뒤 협상은 결렬됐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8월 6일 다시 협상이 이뤄졌고, 노사양측은 회사를 정상화하고 정리해고자 974명중 52%는 희망퇴직을 받거나 정리해고하고 48%는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보장한다는 최종안에 합의했다.

8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살인진압 진상보고 및 피해자 증언대회’ 

공장 안에서의 77일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된 후 국회에서 ‘쌍용자동차 살인진압 진상보고 및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 노조원들은 도장공장 안에서 77일간 겪은 전쟁 같은 삶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특공대는 소방호스와 고무탄이 장전된 총으로 노조원들을 위협했고, 경찰은 정찰용 헬기에서 옥상 위의 노조원을 향해 최루액을 투하했다.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은 방송국 촬영 헬기가 없을 때를 노려 19mm짜리 벌크 서너 개를 집어넣은 철컵을 새총으로 쐈다.

사측은 노조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물과 전기는 물론 의약품 반입까지 금지했고, 의료진 출입도 가로막았다. 이에 최루액에 맞아 물집 잡힌, 고무탄에 맞아 피부가 찢어진, 철컵에 맞아 골절이 생긴 노조원들뿐 아니라 지병이 있던 사람도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위와 같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비상 전력을 가동해 페인트가 굳는 것을 막았던, 회사를 진정으로 걱정했던 노조원들은 77일 후 세상 밖을 나와 보니 쌍용자동차와 지역경제를 망친 주범이 돼 있었다.

공장 밖의 세상, 언론의 보도

 고등학교 정치시간에 여론 형성은 언론의 역할 중 하나라고 배운다. 다음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방송 3사의 뉴스를 모니터한 자료이다. 민언련은 “6월 8일 KBS에서 보도된 ‘협력업체도 스톱’은 쌍용차 협력 업체들이 파업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보도내용이다. 7월 8일 MBC에서 보도한 ‘꽉 막힌 쌍용차’는 쌍용차 생산중단의 장기화로 인해 판매망이 붕괴하고 있다는 회사의 현실을 보여주며 사회적 손실을 생각해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중재노력을 보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부족했다”고 각각의 방송을 평가했다.

위의 보도내용만 보면 쌍용차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협력업체와 쌍용차 자사 모두 피해를 보고 있고 피해의 책임은 파업을 이끌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정부나 사측의 수수방관한 태도와 폭력적인 진압에 대한 보도가 부재한 상태에서 파업을 장기화시키는 자로 지목되는 건 겉으로 보이는 노조원들이기 때문이다.

SBS는 7월 21일과 7월 23일,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 집압에 대해선 다루지 않고, 경찰과 대치중인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영상을 보도했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다음날인 7일, 방송 3사는 노조원들이 있던 현장에 남아있는 화염병, 새총, 비상식량 등을 보여주며 노조원들의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언론의 보도가 ‘쌍용차노조가 폭력적이다’, ‘쌍용차 노조원들이 이번 사태의 문제다’라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 2009년 8월 4일 화염병을 던지는 노조의 모습으로 노사간 대립상태를 보도한 중앙일보 사진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이란

노동운동은 본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노동 3권중 단체행동권에 속하는 것으로 노동자가 지니는 기본적인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은 기본권이 아닌 사회악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번 쌍용차사태도 노조파업이 아니라 2005년 산업은행이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자동차를 헐값에 넘긴 것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상하이자동차가 기술만 빼가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정부는 쌍용차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이 지금 쌍용차 사태의 시초가 된 것이다.

경영자와 정부의 잘못으로 쌍용차가 위기에 처했는데 사측은 노동자들이 그 손실을 다 감수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우리 언론과 여론은 경영자와 정부 결정의 피해자인 노동자를 가해자로 몰았다. 피해노동자가 격렬한 가해노동자가 되는 세상에서, 기본권을 실현하는 데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쌍용자동차 노조들은 무급휴직 48%, 정리해고 52%에 만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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