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2016년 8월 17일 작성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를 얻기 위해 대통령에게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주는 것은 물론 사건 선정에까지 청와대 의중을 반영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로비 의혹으로 확대된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창 진행 중이던 때이다. 문건은 "현재 법률안에도 여러 중요 사건들을 유형별로 구분해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 범위를 얼마든 재조정할 수 있다"고 적었다.

문건에는 특히 검찰이 청구한 '계좌추적 및 통신 관련 압수수색 영장 내역'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H(청와대)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을 필수적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추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그 예로 ▲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체 ▲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전체 ▲ 1심 형사합의 사건 전체 ▲ 중앙행정기관 또는 그 장이 피고인 행정사건 등을 거론했다.

수사 내용을 일일이 행정처에 보고하면서, 검찰이 수사대상으로 삼은 판사 3명의 명단을 대고 "수사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더라도 여전히 중요 사건은 대법원이 처리하겠으니 청와대가 불필요한 우려는 하지 말라는 취지를 담은 대목이다.

"검찰은 더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로 영장전담판사로부터 정보를 빼내야 한다고까지 돼 있었다. 문건은 또 "BH 등 정부의 공식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면서 "올해 초 도입된 상고 사건에서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에 따라 정부가 사건 분류 단계에서 특정 사건을 대법원 심판사건으로 정해 달라는 공식적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 전후로 보고된 다른 문건들에서는 법원 내부 정보와 영장 내역을 토대로, 총 5~6명의 판사 이름을 언급한 정황도 포착됐다.그러면서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정부 의견은 대부분 수용·반영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당시 최유정 변호사가 변호하던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재판을 담당하는 등 관련돼 있던 판사들이었다. 이 같은 문건 내용은 청와대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해 줄 경우 재판 진행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의 의중을 반영해주겠다는 취지로 읽혀, 사법부가 스스로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검찰 압박을 위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교체하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VIP'의 의중을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

정 전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당시 김 전 총장이 중앙지검장이었으며 무혐의의 문제점을 언론에 흘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고법원 판사 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을 "VIP 측 위원이 사실상 과반수로서 추천을 주도하도록 구성한다"고 적었다.

검찰은 실제 이 문건이 실행돼 김수천 판사만 기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피추천자 중 후보자 최종 선택 과정에서도 BH의 의중이 반영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판사의 실질적 임명권한을 포기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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