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 로스는 현대인의 편향성이 사회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방어적 기제임을 강조한다

▲ 하워드 J. 로스 -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

프랑스산과 독일산 와인이 네 병씩 진열돼 있다. 매장엔 프랑스 아코디언 음악과 독일 비어켈러 음악이 차례로 흐른다. 아코디언 연주가 나오는 날은 프랑스 와인이 전체 판매량의 76.9%를, 비어켈러 음악이 흐를 때는 독일 와인이 73.3%를 차지했다. 《우리 뇌는 왜 늘 삐딱할까》의 저자는 와인뿐 아니라 백인 심판과 실험실의 여성 연구원, 비만 환자를 대하는 의사 등의 사례를 들어 ‘일상에서의 편향성’을 보여준다. 인간은 반세기 동안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 등의 개념을 변형하며 평등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하워드 J. 로스는 여전히 편견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을 진단한다. 로스는 타인을 볼 때, 그에게 타인은 비뚤어진 저울에 놓인 존재이다. 프롤로그와 1장에 드러나듯,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 집필한 책이 아니므로 훈계보다는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다.

 먼저 편향성에 의해 야기되는 심리 패턴을 10가지로 분류한다. 선택적 관심, 진단 편향, 내면화된 억압 등은 간단한 심리 테스트로도 도출되는 전형적 특징인데, 주어진 상황에 대해 갖는 편견이 각인된 반응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 관한 편견을 저항 없이 수용해온 피지배 집단의 구성원은 지배 집단의 구성원을 긍정적으로 연상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도 편향된 시선의 결과이다.

 각각의 심리 패턴은 사회 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다른 직원이 자신을 무능하게 여길까 두려워하는 직원은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제안된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활용하지 못한다. 인사 채용 시 면접관의 성별, 경력에 대한 편견이 지원자의 당락에 결정적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마저도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로스는 현대인의 편향성이 사회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방어적 기제임을 강조한다. ‘기울어짐’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누구나 편향됨을 의식해 벗어나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스 개인의 경험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도 왜곡된 형태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 고정관념이 악용된 사례는 고집스러운 인상 파악이 초래할 수 있는 재앙을 경고한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편향성을 인정하기를 꺼려한다. 평등을 외치고, 인종차별, 학살 등 편견에서 발생한 사례를 비난한다. 하지만 뇌과학에 기반한 로스의 설명은 인간이 가진 편향성을 깨닫게 하고 충격을 준다. 지적은 날카롭지만,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듯하다. 소수자의 특징이 아닌 편견이 문제라는 굳건한 입장은 저마다의 이유로 편견에 부딪히는 현대인에게 버팀목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삐딱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선 와인 실험에서도 구매자의 14%만 ‘매장에 어떤 음악이 나오고 있는지 알았다’고 답했다. ‘음악이 와인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사람은 44명 중 한 명뿐이었다. 저자는 “스스로가 적지 않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반감과 혐오를 앞세운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오늘, 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견으로부터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우리 안의 편향성을 정확히 인식하면 그것이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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