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충분히 즐거웠다.” 화제를 모았던 ‘알쓸신잡3’에 출연하는 김상욱(물리학) 교수의 촬영 소감이다.

우리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교양’으로 치부되는 것들이 있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것을 창피해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교양으로 여겨짐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 2법칙은 어떠한가? 김 교수는 “과학도 교양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물리학은 직업이자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김 교수는 여느 1등 학생들처럼 판·검사를 꿈꿨다. 그러나 우연히 접한 <양자역학>이라는 책은 김 교수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길로 인도했다. 고등학생이었던 김 교수는 이를 몇 십번 읽으면서 “나는 평생 양자역학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양자역학>은 허름한 책이었다”며 “어떻게 이렇게 허름한 책을 보고 인생을 결정했나 싶다”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당시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 교수는 자타공인 ‘철학하는 물리학자’로 통한다. “물리학자는 온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며 “우주를 논하다 보면 자동으로 인간을 탐구하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우주적 차원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저를 인문학적이라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부산대에 재직하던 시절에는 ‘양자정보 연료 엔진’을 최초로 제안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연구와 강의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과학전도사의 역할도 톡톡히 해왔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과학수다1·2>, <김상욱의 양자공부>등의 저서들이 그것이다. 그의 책은 여느 딱딱한 과학책과는 달리 일상적인 언어와 유머로 어려운 내용들을 자연스레 녹인다. 그래서인지 김 교수는 책 전문가 46인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하는 물리학자’라는 그의 별명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에게 주어진 훈장인 셈이다. 김 교수는 인문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양자역학으로 움직이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 인문학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문학이 구성원들의 합의와 그 과정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과학은 합의에 최소한의 것을 규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소 수입 사건 때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과학자를 향했다. “광우병 소고기를 먹어도 안전한가요?”에 대한 과학적 답을 원하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광우병 소고기를 먹으면 백만분의 일 확률로 병에 걸립니다”가 과학자가 할 수 있는 답의 전부라고 말했다. 광우병 소 수입 여부는 인문학의 몫인 셈이다. 이에 김 교수는 “대부분의 문제는 중간에 있지만 양쪽 극단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인문학의 영역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와 마찬가지로 과학도 교양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교양은 앎으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성찰의 결과를 행동으로 이끄는 모든 지식”이라며 “과학도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교양과목처럼 성찰을 돕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 교수는 세포를 ‘레고블럭’에 비유했다. “조립이 자유로운 레고처럼 세포를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되고 저렇게 조립하면 바퀴벌레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어느 생명체가 더 우월한지는 우스운 이야기가 된다. 김 교수는 “과학은 우리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해 행동을 변화시켰다”며 과학 역시 교양으로 인식돼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김 교수의 바람에도 물리학, 즉 과학은 소위 말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학문이다. 특히 문학이나 역사와 달리 인문계열 학생들은 그것을 전혀 접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과학공부에 대한 당위성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학습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업은 학생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할 뿐 수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다”며 과학 학습의 당위성을 깨닫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학기에 경희사이버대학과 연계해 개설한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는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 목표는 모든 타 전공 학생들이 물리학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모두를 위한 물리학’에 대해 “소설을 읽기 전과 후의 삶이 다르다면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마찬가지로 물리학이 그러한 학문이기를 바라면서 만든 강의”라고 말했다.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SF영화와 인문학적 비유를 사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라는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과학 학습의 당위성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가 출연하는 ‘알쓸신잡3’는 오는 21일 첫 방송된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김 교수는 “공부와 연구에 힘을 쏟아 과학지식 전달자 역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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