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대안을 마련하길 촉구해야 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적지 않은 국민들을 실망케 만들었다.

대정부질문 전부터 불거진 한국당 심재철 의원 측의 '비공개 예산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이고 당내에서도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책 야당, 수권 야당의 모습은 없고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보 유출 논란에 대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심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공방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언급처럼 “이미 끝난 게임”이고 “판정패”당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심 의원은 정보의 취득 적법성에 대해 불리함을 느끼자 한국재정정보원의 보안 취약성을 질타하면서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폭로를 이어가며 역전을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거꾸로 심 의원이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역풍’이 불면서 불리한 지경에 빠졌다.

대정부질문자를 심 의원으로 교체하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불법사용' 관련 내용을 예고했던 한국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예상과 달리 심 의원의 대정부질문과 추가 폭로는 이슈화는커녕 청와대의 ‘청렴성’만 부각시켜주는 역효과를 낳은 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설전에서 정보취득 경위의 불법성만 부각됐다.

심 의원의 정보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당은 내부적으로 폭로된 업무추진비 내역이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히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고발당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자 ‘야당 탄압’이라며 장외 투쟁까지 나섰던 한국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내에서는 대정부질문에서 그동안 조용한 모습으로 비쳐졌던 김동연 부총리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오히려 역공까지 하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다.

심 의원과 한국당은 결론적으로 전략의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는데, 내용과 방식, 그리고 시기에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만약 심 의원이 정보를 취득한 상황에서 중요한 자료를 뽑아 적법하게 정부에 자료 요청을 하고 이에 따라 청와대나 정부가 업무추진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쓰고 있다고 주장했거나 기재부의 정보 관리가 잘못 됐다고 질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 의원 개인의 ‘욕심’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인가’ 구역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정보를 다운로드받았고 이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불법 사용을 밝혀내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심 의원 개인이나 한국당 모두 패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심 의원이 폭로(이제는 폭로라고 할 수도 없는)한 업무추진비 등 집행 내역에서 논란이 일 수 있는 내역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즉각적으로 반박하고 나서자 ‘조금만 확인했어도’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반대로 여당인 민주당이나 청와대.정부는 심 의원의 정보 취득경위를 놓고 "자물쇠를 안 채웠다고 남의 집에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가도 되나"고 지적한 것은 한국당의 '적법취득', '정부의 허술한 보안 관리' 주장에 설득력을 빼앗아 버려 전략적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당 지도부나 기재위원 등은 이번 논쟁에서 가장 큰 패배요인으로 심 의원의 독단성을 꼽는 모습이다.

심 의원이 '큰 건 들고 있다'고 했던 말을 듣고 그런 줄 알았는데, 정작 내용을 보니 큰 건은커녕 쓸데없이 정부만 공격한다는 얘기를 들어도 할 말 없는 자료만 있었다는 한 의원의 볼멘 목소리도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한국당은 심 의원 논란보다 유은혜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임명 철회 공세에 당력을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3일, 유 장관이 임명되자 한국당은 이에 반발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규탄했지만 이어서 열린 심 의원의 대정부질문을 참관하기 위해 부랴부랴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사안에만 당력을 집중해도 될까 말까한 일들을 중구난방식의 모습을 보인 것도 이번 논란의 패인이다.

결국 내용은 둘째치고 정부.여당을 곤혹스럽게 할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패배하면서 역풍을 최소화할 '출구전략'을 짜내야 하는 제1야당 한국당의 모습이 됐다.

한국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심 의원이 확보한 정보에 대해서 자료취득의 적법성과 정부의 허술한 보안관리 문제를 집중 제기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칼을 빼들었는데 그냥 칼집에 집어넣을 수는 없고 호통이라도 쳐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이 된 것이다.

심 의원이 취득한 자료에 접근금지나 비밀, 공개금지 등의 표시가 없었는데 정부나 여당이 이를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식의 공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런 주장이 먹힐 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검찰 조사에서 불법성이 확인되거나 감사원의 전수조사 결과 청와대의 업무추진비가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한국당이 이런 저런 전략을 동원한다고 한들 여론의 ‘역풍’은 상당히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당의 입장에서 심 의원의 정보유출 논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일단 한국당은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예상했던 대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제2의 청문회’ 공세를 벌였다.

논란이 된 이슈를 다른 이슈로 덮겠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또한 여론의 비판 뭇매를 맞고 있다.

우선 대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경위에서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된 유 부총리에 대해 한국당은 교육정책의 문제점 지적과 대안제시 보다 흠집 내는 일에만 몰두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유 부총리가 인사말을 전하는 과정부터 한국당은 고성과 막말을 내질렀고 장관이 아닌 ‘유 의원’으로 부르는 모습까지 보였다.

질의 내용도 이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자녀 위장전입과 병역비리 의혹 등을 또 한 번 반복하는가 하면 무조건 장관으로서 자질이 없다느니 응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였다.

이날 대정부질의에는 경기 화성시 소재 향남중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한 상황이었다.

‘전일제 현장직업 체험의 날’이라는 취지로 국회를 방문한 학생들은 배운 것보다 국회의원들의 욕설과 고성, 그리고 몸싸움만 구경하고 갔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 장관이 연단에 서자 한국당측에서 "무슨 장관이야"라고 언성을 높였고 주광덕 의원이 유 장관의 사생활 등의 문제제기를 이어가는 와중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본회의장 단상으로 나와 "대정부질문 하는데 이런 내용의 질문을 하면 부의장이 제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너무도 명백하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쳤는데 이런 식으로 대정부질문을 하면 되나"라고 회의 진행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질의한 게 무슨 잘못이냐 잘못한 것 전혀 없다"고 맞섰고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나와 홍 원내대표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으면서 연단 밑으로 미는 모습도 공개됐다.

30분간 이어진 주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한국당에서는 "주광덕 사이다", "잘했어"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박수와 악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대정부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당 의원 수십명은 줄줄이 퇴장했다.

이를 지켜본 한 학생은 “대정부질문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의원들이 저렇게 퇴장해도 되느냐?”라며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순서가 끝나면 우르르 몰려나가는 무슨 가수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고 어이없어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앞으로 대입시험은 어떻게 할 것인지, 중.고등 교육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 따지는 게 아닌 것 같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교육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힘들었다”고 지적한 뒤 “진짜 욕은 잘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의 정보유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논란은 자신들이 만든 거 아닌가?) 유 부총리에 대한 맹공으로 대정부질문을 끝낸 한국당.

청문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재탕.삼탕해 놓고 자기들끼리 서로 잘했다고 박수치는 한국당 의원들의 모습을 지켜본 학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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