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밀레니엄 특집'으로 마련된 < Going Global in New Millennium >에 필자의 영문 칼럼이 게재 되었었던 코리아타임스 1면 자료(1999년 12월 8일자).

◇ 세계의 문화를 지배하는 미국영어

언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B.C. 10만 년 전 이었다고 한다. 이 언어가 인간을 구별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어 왔다. 역사를 보면 언어를 통해서 인간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진전시켜왔다. 그래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언어는 역사의 기록 창고다’라고 했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고 형성하면서 동시에 문화를 지배한다. 아니 언어와 문화는 공존한다고 하는 게 맞다. 언어를 떼어놓고 문화를 생각할 수 없으며, 문화를 배제하며 언어를 논할 수 없다. 그래서 언어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원래 한국 사람이 쓰는 단어와 표현은 당연히 한국 문화를 전달하게 되고, 본토 중국인이 쓰게 되면 중국 문화를, 영어 원어민이면 영어권 문화를 전파하기 마련이다. 영어 중에서도 미국인이 쓰는 단어나 표현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문화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문화적인 장벽이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세계엔 7,000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

언어는 인간의 육체가 해내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인간만이 갖고 있는 언어를 통해 그 집단이나 그 민족의 문화가 형성된다.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으며 각 언어마다에는 그만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문화는 영어 학습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다. 이미 1960년대에 미국에서는 언어학자와 교육학자, 그리고 심리학자들이 나서 언어 학습에 앞서 문화 교육부터 실시하기 시작했다. 연구결과 문화적인 지식 전수가 수반되지 않는 영어 학습은 그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언어란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절대적인 매개체이다. 그런데 그 소통은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니다. 정보만 교환한다면야 데이터 처리를 하는 컴퓨터와 같은 기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소통은 의미와 가치와 정서를 함께 나누는 문화적 공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중에서 단연 영어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 영어 중에서도 미국영어가 세계시장을 움직이며 미국의 엄청난 문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미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가 우리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이른바 ‘미드’(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생활영어 교재가 넘쳐난다. 그리고 냉정히 보면 미국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참고서들로 서대가 꽉 채워져 있다. 그런데 반해 영국 드라마나 영국영어를 주제로 한 교재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 영어를 전파하는 미국의 대중문화 콘텐츠

요즘은 영국에서조차 미국영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영국에 유학 온 외국 학생들조차 미국영어를 익히려고 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를 휘어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원어민의 거의 70 퍼센트가 미국인이다. 그러한 지배력이 ‘미국 파워'를 만들어내고, 바로 그 언어가 득세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영어가 자연스럽게 들리게 하고 영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 정통영어보다도 미국영어에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인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미국영어에 익숙한 우리에게 영국영어는 왠지 투박함과 조악함을 느끼게까지 한다. 유연한 발음과 억양에 익숙한 우리에게 영국식 영어는 무언지 모르게 거칠게 느껴진다. 미국의 방송을 듣다가 영국의 방송을 들으면 왠지 거북스런 느낌까지 들 정도다.

실제로 미국영어나 영국영어는 신문이나 문서와 같은 문어체에서는 기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물론 매체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생활영어인 구어체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특히 영국영어는 초기 대영제국이 세계 많은 나라들을 식민통치하게 되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그렇지만 지리적 문화적 차이로 영국영어권 국가마다, 심지어는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적으로 영어의 쓰임새가 각기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각 지역마다 방언들(dialects)이 다양하게 생겨났다는 뜻이다.

◇ 미국에 들어오면서 독자적으로 분화된 영어

영어가 미국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대다. 물론 이 시기에 대영제국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식민지 확장과 교역으로 세계 각지에 영어가 전파됐다. 그 이후 4백여 년에 걸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사용되는 영어가 큰 틀에서 보면 서로 이해되었지만 세부적으로는 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지칭하는 미국영어(AmE)와 영국영어(BrE)로 확연히 구분됐다.

이 두 가지 영어는 발음, 문법, 어휘, 철자, 구두점, 숙어, 날자 및 수자 표기에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영어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고 노벨수상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미국과 영국은 ‘공통의 언어를 가지면서 분리된 두 개의 나라’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문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영국은 언어만 제외하고는 미국과 모든 것을 같이 가지고 있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국가마다 지역마다 개별적으로 쓰이는 '파생영어'(regional variations)들이 1백 년이 지나면 서로가 소통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에 예측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 시대의 도래, 그리고 급속한 세계화는 이러한 예측을 빗나갔다. 그래서 어느 국가나 어느 지역에서 쓰이던 영어는 각자의 차이점은 있을지언정 근본적으로는 서로 통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오늘 이 시대 우리는 왜 미국영어에 매혹되어 있는가? 이는 영어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7~18세기에는 대영제국이 식민지 확장에 나섰던 시기며, 18~19세기에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던 때였다. 당연히 이때는 영국영어가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미국이 컴퓨터로 상징되는 신 산업혁명, 아니 정확하게 말해 ‘전자혁명(Electronic Revolution)’의 주역이 되면서 단연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세기 미국에 의한 인터넷 개발은 세계무대에 미국영어를 전파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새로운 기술개발과 국가 간의 협력 제휴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언어적 기회를 창출하게 된 것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기 전 영어를 '취미'로 독파하여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대학 영자신문과 코리아타임스, 코리아헤럴드 등 영자지에 기고 칼럼을 게재하기 시작해 다양한 영어매체에 250여회 기고했다. 이를 토대로 문화예술과 언론 분야 교류 협력을 위해 다양한 해외인사들과 네트워킹을 했으며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영.한 에세이집 <65세의 영국 젊은이>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등 폭넓은 저술 활동을 했다.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칼럼니스트. 긍정경영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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