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재인 대통령이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서 기도했다.

▲교황청에서 문재인대통령, 김정숙여사가 기도하고있다. ⓒ사진: 청와대제공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총리격인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 하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가 열렸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미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訪北) 초청장'을 전달할 예정으로 교황이 김 위원장의 이같은 초청을 수락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미사 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주제로 연설을 했는데, 한국 대통령의 교황청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평화미사 그 의미가 특별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교황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를 전할 예정인것. 교황청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미사가 끝나고 우리나라 대통령 처음으로 문 대통령의 연설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만남 후 아셈정상회의(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다.

역대 교황이 북한 땅을 밟은 적이 한 번도 없는 만큼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은 교황이 이를 수락할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필코 평화를 이뤄낼 것이다 라는 뜻을 밝혔다. 이제 문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앞두고 있는데,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화해에 지지를 표명해 온 교황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 비핵화 여정에 일대 획을 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한편, 3∼4년에 한 번씩 열려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3일에 개막해 28일까지 이어져 즉위 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교황이 단독면담을 하는 것은 문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황 방북과 관련해 어떤 답을 가지고 올 지 기다려봐야겠다. 만약 교황이 방북을 수락할시, 이는 역대 교황 중 최초로 북한 땅을 밟는 교황이 된다. 문 대통령은 미사 직후 한 특별연설에서 "오늘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 6일,
이곳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습니다.
500여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 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력충돌이 있어왔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교황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습니다.
교황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기독교와 유럽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습니다.
EU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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