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는 장애 아동 3명 중 1명, 거의 매일 맞는다.. 장애 아동 학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지적 장애인들

검찰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특수학교인 교남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교사 이 모(46) 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총 12차례에 걸쳐 학생 2명을 발로 걷어차고 빗자루로 때리거나 물을 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금산경찰서에 따르면 A(20)씨 등 6명은 지적장애 3급 B(17)군을 2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B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것을 알고도 폭행했다는 점이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도봉구 서울인강학교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교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장애인 학생 2명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다.

맞고 괴롭힘을 당해도 선택하는 것은 침묵이다. 전달도 힘들뿐더러 딱히 털어놓을 창구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아동 학대는 매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가해자의 대다수는 가족 등 주변 사람이다. 최근에는 장애 아동의 교육을 책임지는 특수학교에서 잇달아 폭행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이 기대고 의지할 존재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매년 급증하는 맞는 장애아

"온몸에 멍이 들거나 부어오른 상태로 발견되는 아이들은 많아요. 이들 대부분이 아프다고 말할 수 없어서 문제죠."

정순경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의 말이다. 정 부대표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향한 폭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되는 것을 꾸준히 목격한다"며 "언어폭력처럼 드러나지 않는 방식도 많다"고 말했다.

학대당하는 장애 아동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당하는 폭력은 일반 아동 폭력보다 증가 폭이 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대비 장애 아동 학대 발생 건수는 2012년 3.99%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4.50%까지 늘었다.

구타나 학대, 가혹 행위로 도움을 요청하는 장애 아동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접수된 인권 상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장애 아동의 빈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3년 2건에 불과했던 10세 미만 장애 아동의 인권 상담 요청은 2016년 상반기 93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대 장애 아동은 45건에서 456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최근 들어 증가 폭이 크다. 10대 상담 요청 건수가 30대를 앞지른 것은 2016년 상반기가 처음이다.

학대받는 장애 아동 3명 중 1명은 매일 맞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거의 매일 학대 당한다고 밝힌 장애 아동은 33.4%로 가장 많았다. 2~3일에 한 번이 12.6%, 한 달에 한 번이 10.3% 등이 뒤를 이었다. 일회성인 경우는 14.3%에 불과했다.

◇ 맞았다고 말할 수 없는 아이들

"맞았더라도 폭행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해요. 심지어 '선생님이 날 쓰다듬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발달 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 행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조 부연구위원은 "이 아이들의 정신 연령은 서너 살에 불과하다"며 "학대를 당했어도 표현하지 못하거나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실에서의 폭행이 발표된 통계치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장애 아동 학대의 최대 피해자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장애 유형에 따른 장애 아동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세 미만은 자폐성 장애가 76.7%, 지적장애가 20.0%로 나타났다. 10대 역시 지적장애가 62.4%로 가장 많았다.

재학대 신고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지적장애다. 또다시 학대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77.6%가 바로 지적장애 아동이다. 한국장총 측은 "학대받은 지적장애 아동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가해자가 곧 보호자인 상황

학대 장소는 '아동 가정 내'가 8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대행위자의 가정 내(4.3%), 복지시설(4.1%), 학교(1.7%), 집 근처(1.5%), 어린이집(1.3%) 등의 순이다.

학대받은 곳도 가정이고, 피난처로 찾은 곳도 가정이다. 한국장총이 학대 피해를 본 장애 아동들의 조치 결과를 분석했더니 71.1%가 가해자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장애 아동의 같은 항목보다 8%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측은 이런 현상에 대해 "장애 아동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가해자와 분리가 힘든 경우도 있지만,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게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가정 내 장애 아동 학대는 단순히 물리적인 폭행뿐만은 아니다. 조주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팀장은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녀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등의 방임 행위도 폭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임의 경우에는 신고하더라도 경찰이나 관련 기관 등에서 신체적 학대와는 달리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사회복지사 박 모(32)씨는 "장애 아동의 경우, 사회에 나오기 전에 이미 가정에서부터 폭력을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 과부족인 특수학교 현실…맞아도 참는다

 가해 대상과의 분리가 힘든 것은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다. 특수 교사 수는 물론, 전학을 갈 수 있는 특수학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법정정원 대비 특수교사 확보율은 71.9%에 그쳤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세종과 경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가 법령으로 규정한 '특수학급 4명 당 교사 1명' 배치 기준을 준수하지 못했다.

학교 자체도 부족하다 보니 전국 특수학교 학생의 7.4%는 1시간 이상 걸려 등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특수학교 학생의 12.3%에 해당하는 579명이 1시간 이상 통학에 소요했다. 최근에 논란이 된 강서구 교남학교의 경우, 이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는 이곳뿐이다.

조윤화 부연구위원은 "특수학교나 교사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니 다양한 증세를 가진 장애 아동을 한곳에 몰아넣거나 학교 선택권 제한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CCTV 설치 및 감시 체계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관련 교육의 강화와 함께 시스템 개선과 지원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인환 한국장애인재단 사무총장은 "폭력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 장애 아동의 특성상, 특수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전국 특수학교 교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2016년 8월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특수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 특수 교사 97.4%가 교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 검증도 안 될뿐더러 인권 침해"라는 이유에서였다.

서 총장은 이에 대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면 설치는 하되 문제 발생 시 학부모 등 관련자만 열람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학대 사건이 묻히지 않고 외부에 알릴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윤화 부연구위원은 "교내 가혹 행위에 대해 감시나 조사가 가능한 민간단체가 시급하다"며 "학교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외부 인력으로 특수 교육 전문가들로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인환 총장 역시 "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째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원에서 장애인 복지 업무를 하는 박 모(36)씨는 "특수 교사나 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들에게 마냥 희생과 도덕심을 강요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장애 정도에 따라 아동들을 분류해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고 해당 인력을 충원하는 등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에 53개소가 있지만, 장애 아동을 위한 전문서비스가 지원되는 쉼터는 전무하다.[ = 연합뉴스, 장미화 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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