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부산 개성고등학교 야구장에서 부산정보고와 개성고가 연습게임을 하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낙엽이 물드는 계절이 돌아오고 10월에 접어든 이때, 2018년 한국프로야구도 정규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프로야구의 근간인 고교야구도 전국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역대회와 같은 보다 규모가 작은 대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2018년 한해를 달려오며 주말리그를 비롯한 전국대회에서 많은 고교야구 유망주들이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난달 10일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를 모두 마쳤다. 또한 지난달 열린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가 대만을 꺾고 5번째로 챔피언에 올랐다.

야구의 계절이 서서히 막을 내릴 즈음 뉴스프리존이 지난봄에 만난 지역 고교야구팀들을 다시 찾았다. 24일 오후 본지는 부산 개성고등학교 야구장에서 개성고와 친선경기를 하고 있던 부산정보고 야구부를 찾았다.

부산정보고 야구부는 올해 주말리그 후반기에서 부경고와 부산공고를 꺾어 공동 3위를 했지만 득실차에 밀려 아쉽게 청룡기에 나가지 못했다. 또 전국대회 대통령배에 출전해 도개고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올해는 부산정보고 야구부에 있어 역사적인 한해로 기록됐다. 지난달 10일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진우가 NC다이노스 2라운드에 지명되며 창단 이후 첫 프로 선수를 배출한 것이다.

김백만 감독은 “감독이 되고 나서 처음 제자를 프로에 보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이 일을 계기로 부산정보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아직 중학야구 선수 학부모님들이 부산정보고 하면 인식이 좋진 않아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 그치만 앞으로 인식이 바뀌어 지역 내 심각한 불균형 현상이 나아졌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김백만 감독은 “올봄, 인터뷰했을 때 쉽게 지는 팀이 아니란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는데 앞으론 이길 수 있는 야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동계기간 조금 더 세밀한 작전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많이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부산정보고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도 만났다. 올해 프로에 지명된 전진우와 함께 팀 마운드를 책임진 ‘차기 에이스’ 남지민과 팀의 안방을 지킬 김태호 포수를 만나 한해 소감과 내년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부산정보고 김백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 부산정보고 김백만 감독 / 사진=변옥환 기자

Q. 주말리그 후반기 공동 3위로 아쉽게 탈락, 대통령배에서 첫 승을 거뒀는데 올해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나름 성과를 냈다는 얘기도 할 수 있겠지만 스텝진이나 선수들은 아쉬운 입장에 있다. 대통령배 2회전, 16강이 걸린 경기에서 2점차로 지는 바람에 너무 아쉬웠다.

올해 초 인터뷰했었을 때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이길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해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제 생각부터 조금 바꾸려 한다.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하기보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요즘은 연습게임 할 때부터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 부산정보고 선수들이 24일 개성고와의 연습경기 공수교대 상황에서 코치와 미팅을 갖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주말리그 후반기 부경고를 꺾고 공동 3위를 했는데 청룡기는 못 나갔지만 당시 팀 분위기는 어땠나

- 아이들이 봄에 주말리그 전반기 전패를 하고 나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되는구나’라고 좌절하는 애들이 많았었는데, 주말리그 후반기 3차전 부경고와의 경기에서 이기면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것 같다.

그 뒤 전국대회에 가서도 어렵게 저희가 1승을 거뒀다. 주말리그 부경고와의 경기를 이기고 나서 아이들이 자신의 야구에서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지는 경기만 하다가 이기는 경기로 돌아서니 팀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 부산정보고 전진우 / 사진=변옥환 기자

Q. 올해 전진우가 NC에 지명되며 부산정보고 첫 프로선수를 배출했는데

- 어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제가 부산고 수석코치 시절 가르치던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됐던 그 느낌과 제가 감독이 되고 우리 선수가 처음 프로에 간 느낌이랑은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더 좋다.

이게 밑거름이 돼 중학교 선수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부산정보고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백만 감독이 개성고와 연습경기를 하는 부산정보고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올해 부산정보고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 김태호 포수가 봄에 다치는 바람에 배터리 부분에서 문제가 약간 있었다. 좋은 투수를 몇 명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1점차 패배가 많았던 이유를 되짚어보면 타선 응집력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더 세밀한 작전 플레이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이번 동계기간 세밀한 플레이 부분을 약간 바꾸려고 한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내년을 위해 더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 저희가 타팀에 비해 선수층도 얇고 선수들 하드웨어 같은 면이 조금 부족하다 보니 크게 쳐서 이길 수 있는 팀은 아니다. 여럿이 협동할 수 있는 팀워크가 필요한 작전 야구를 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한해 팀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 핑계일 수도 있지만 우리학교는 아직 야구 동문회가 없다. 부산 6개 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야구부 후원회가 없다.

때문에 재정적으로 타팀과 비슷한데도 ‘부산정보고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있다. 냉정히 보면 다른 학교랑 비슷하게 야구부 회비를 내고 있다. 후원회가 없다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 지원이 부족하단 인식이 있어 안타깝다. 인식의 변화가 있다면 좋겠다.

그래도 프로야구 선수시절 같이 뛴 선·후배 선수들이 조금씩 도와주고 있다. 한화 정근우 선수나 롯데 손아섭, 넥센 이택근 등 많은 분이 도와줘 그나마 유지가 된다. 저도 더욱 뛰어다니며 야구부 지원 요청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편 다행히 학교 재단에서 교내 실내연습장도 만들어주시는 등 도와주고 있다. 사립학교다 보니 이사장님과 실장님, 교장선생님이 신경 많이 쓰고 계신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올해 부산정보고가 작년에 비해 잘 보완된 점은?

- 우리는 타팀한테 항상 최약체 소리를 들어왔다. 그런데 그런 인식이 조금은 변했다고 본다. 스스로 찾아서 연습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경기 내용이 좋아졌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타팀에 비해 투수만큼은 뒤지지 않게 됐다.

또 감독 입장에서 한 해 동안 크게 다치는 아이들이 많이 없이 잘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 생각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 부산정보고 전진우 / 사진=부산정보고등학교

Q. NC 2라운드에 지명된 전진우 선수에게 스승으로서 하고 싶은 말?

- 지금 프로에 들어간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야구 인생에서 누구보다 스타트가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마라톤과 비슷해서 끝까지 결승지점에 가야 성공한 거지, 그 자체에 우쭐대지 않고 운동했으면 좋겠다.

저도 고교시절 프로 2차 1라운드로 갔고 누구보다 스타트를 좋게 끊었지만 결국 프로에서 선수생활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 제가 했던 것처럼 하지 말고 오래 뛸 수 있는 야구선수,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적응 잘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거 다 보여주면 좋겠다.

전진우 선수에게도 가끔 이런 얘기를 전해줬지만 훗날 후회 없이 그라운드에서 나올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지명을 받지 못한 졸업반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 꽃은 피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니, 지금 안 피었다고 해서 포기할 게 아니라 그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더욱 스스로가 훈련하고 기다릴 줄도 알면 좋겠다.
 

▲ 부산정보고와 개성고와의 연습경기에서 부산정보고의 적시타가 터져나오자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올겨울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계획이 있다면?

- 지금 학교랑 협의 중인데, 교내 야구장이 없다 보니 밀양 사회인야구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근데 겨울엔 동계 훈련하러 내려오는 학교들이 많아 경쟁도 심하고 대여비가 더 비싸진다. 그 비용이면 전지훈련 하러 나가는 값과 비슷하다. 매년 해외로 전지훈련 나갔는데 올해도 잘 협의해 해외로 갈 계획이다.

일단 12월까지는 체력 훈련 위주로 하고 그다음부턴 기술적인 면을 많이 훈련할 계획이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중학야구 선수 수급에 있어 어려운 점은?

- 올해 신입생이 너무 안 들어와서 힘들었다. 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우리학교로 진학을 잘 안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도가 잘못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도 성적인데 균형이 안 맞는다. 팀마다 제각기 사정이 있는데 쏠림 현상이 생긴다. 부산고나 경남고는 선수 15명씩 받는데 저희는 이번에 선수 5명 받는다. 선수 자체 구성이 어렵다.

명문학교라는 일종의 브랜드만 보고 그 학교로 진학하려는 인식이 있다. 제가 생각하는 선수는 유니폼 가슴에 적힌 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잘 없다. 쏠림 현상이 심한 데 비해 경기에 나서는 주전의 수는 똑같으니 어떤 팀은 시합을 못 뛰는 선수도 많이 생겨 대학 진학이 어려운 선수도 많다.
 

▲ (사진=변옥환 기자)

그래서 인식의 변화가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학부모님들이 학교 이름만 보고 보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딜 가면 시합에 뛸 수 있는지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부산정보고에 온다 해서 대학에 진학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이 야구하는 것이라면 아이를 위해 선택해야지 학교 보고 선택하면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자식이 야구부에 속해 있는데 시합을 못 뛰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저는 선수가 없어 시달리고 타팀 감독님들은 선수가 너무 많아 시달리는 문제가 있다.

저희는 지금 시합 뛰고 있는 애들이 다치면 경기에 바로 투입될 선수들이 많이 없다. 내년 선수단이 24명이다. 교육청이나 기관에서 이 부분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선수진, 스텝진, 학부모님들, 선생님들, 재단에서 지금까지 힘들게 끌고 왔다. 선수 진학 부분에서도 구원의 손길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백만 감독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올해 팀 내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이닝(47이닝)을 소화한 ‘차기 에이스’ 2학년 남지민 투수와 내년 주전 포수로 활약할 김태호 배터리를 만났다.

남지민은 “타자와 승부할 때 몸쪽 직구가 가장 자신 있다. 내년 직구 구속을 더 끌어올리고 방어율을 낮추고 싶다”며 “팀이 전국대회 2차전에서 항상 졌는데 내년엔 꼭 16강까지 가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호는 “올해 전반기에 다쳐 많이 뛰진 못했지만 이번 겨울 준비 잘해 내년에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며 “블로킹과 수싸움에 자신 있지만 송구나 타격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 ‘수비 잘하는 포수’란 얘길 듣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부산정보고 남지민, 김태호 두 선수와의 일문일답.
 

▲ 왼쪽부터 부산정보고 남지민, 김태호 선수 / 사진=변옥환 기자

Q. 자신의 올해 성적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자면?

남지민: 동계 훈련 때부터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생각처럼 안 따라줘서 실망감이 들었다. 내년에 더 잘해야겠단 마음도 먹게 됐다.

올해 이닝 수에 비해 맞은 안타 수가 많았다고 생각한다(피안타율 .258). 또 방어율도 좀 높았다(3.83).

김태호: 잘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주말리그 전반기 때 다쳐서 이제 복귀한 지 얼마 안 됐다. 올해 몇 경기 나오지 못했지만, 이번 겨울 준비 잘해서 내년에 더욱 좋은 모습 보이겠다.

Q. 올해 야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지민: 봉황대기 1회전 부천고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던졌을 때 투구 수도 적게 기록하고 오래 던져서 그 경기가 제일 생각난다(6이닝 47구 무실점). 팀이 이기고 있다가 연장 승부치기 가서 아쉽게 져 더욱 기억에 남는다.

김태호: 저는 경기 뛰진 않았지만 대통령배 1회전 도개고랑 경기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날 팀이 뻥뻥 치는 것보다 작전 야구를 통해 정보고 야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Q. 남지민 선수가 타자와 승부할 때 즐겨 쓰는 주무기?

- 인코스 직구를 주로 많이 던진다. 올해 직구 구속은 최고 145㎞까지 나왔다.
 

▲ 부산정보고 남지민(왼쪽)과 김태호 선수가 ‘델레알리 세레모니’를 보이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장기는?

김태호: 포수 볼 때 블로킹이 가장 자신 있다. 또 생각하는 머리싸움에 자신 있다. 상대 타자에 따라 생각하며 상황에 맞게 투수를 리드하는 편이다.

남지민: 제구력과 볼 배합이라 생각한다.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 태호가 사인 내는 대로 맞게 변화구를 던진다.

Q. 자신이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김태호: 한화 이글스의 최재훈 포수를 닮고 싶다. 두산 시절 백업 포수였지만 경기에 나왔을 때 수비적인 면에서 자기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그게 멋있었다.

남지민: LG 트윈스의 임찬규 투수를 닮고 싶다. 배짱 있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어 저도 그렇게 던지고 싶다.

Q. 이번 겨울에 꼭 보완해야 할 점은?

김태호: 송구하고 타격이 아직 미흡해서 더 열심히 연습해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

남지민: 최대한 다치지 않게 보강훈련 잘하고 웨이트도 많이 해서 직구 구속을 많이 끌어올릴 계획이다.

Q. 내년 목표가 있다면?

남지민: 내년 방어율 1~2점대로 낮추고 싶다. 또 전국대회 2차전에서 항상 졌는데, 내년에 16강까지 가보고 싶다.

김태호: 타율 같은 목표보단 내년에 ‘수비 잘하는 포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팀이 잘돼서 저도 돋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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