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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의 벌판에 게슈타포의 총을 맞고 죽어간 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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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의 벌판에 게슈타포의 총을 맞고 죽어간 한 역사학자
  • 온라인뉴스
  • 승인 2018.10.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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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사학자의 순직 > 1944년 6월 16일

 순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직을 위해 , 그 자리의 가치를 지키려다가 죽어간 이들을 두고 우리는 순직자라 부른다. 1944년 6월 16일 프랑스 리용의 어느 황량한 벌판에 게슈타포의 총을 맞고 죽어간 한 역사학자는 자신이 평생을 걸고 연구한 역사의 부름에 응하여 치열하게 싸우다 최후를 맞이한 역사의 순직자였다.

그는 유태인이었다. 따라서 드레퓌스 사건에서 볼 수 있었듯 유태인들에 대한 반감과 편견이 공공연했던 프랑스 사회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 각국의 국민 노릇을 하던 유태인들 거개가 그랬듯 자신의 조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증조부가 대혁명 후 프랑스 공화국의 군인이었음과 자신의 아버지가 불전쟁 당시 프로이센군에 맞선 병사였음 그리고 그 자신 졸병에서 장교까지 진급하는 공훈을 세웠던 참전군인임을 긍지로 삼았다.

 " 당장도 나를 추방하고 싶어하는 (그러는데 성공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프랑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내 마음이 가장 깊이 연결되어있는 단 하나의 나라라는 사실로 대답할 수 있다.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그 문화의 물을 마시며 자랐다. 난 프랑스의 과거를 내 과거로 삼았다. 난 프랑스의 땅에서 자유로이 숨쉬고, 다른 이들과 함께 그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역사학적으로 그는 역사학의 교과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실증사학, 즉 "과거에 그것이 어떠했는가"의 질문에 충실했던 랑케의 감화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그의 관심은 인간이었다.

 "눈에 보이는 풍경, 도구 혹은 기계의 배후에 또는 겉으로는 차갑기 그지없는 문서나 그것을 제정했던 사람과는 얼핏 보면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제도의 배후에, 역사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들이다." -'역사를 위한 변명' 중

 그에게 사료란 "인간이 말하고 쓴 모든 것, 인간이 만든 모든 것, 인간이 손댄 모든 것” 이었고 역사는 단순한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시간 속의 인간에 대한 학문"이었으며 “역사는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정당성을 증명해 줄 것이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믿음을 실천에 옮긴다.

나찌 독일이 프랑스를 함락시킨 후 그는 망명을 모색한다. 나찌의 괴뢰수 정부이자 왕년의 전쟁 영웅 패탱이 그 수반이었던 비시 정부는 그에게 여권을 내주지만 미국이 그 가족 모두를 받아들이기를 거절하자 블로흐는 프랑스에 잔류하고 이어 항독 레지스탕스에 가담한다.

“불의의 운명에 우리는 잠시 정복당해 있다. (투쟁을 향한)우리(레지스탕스)의 생각과 희망은 (미래) 우리(프랑스인)의 연대를 더욱 강하고 깊게 해줄 것을 확신한다."

목숨을 건 사보타지와 저항 활동 와중에 그는 "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친 이로서의 생각을 담은 글을 써내게 되는데 그것이 "역사를 위한 변명"이다.

프랑스 리용 지방의 레지스탕스 지도자로 활약하던 그는 게슈타포에 체포되고 혹독한 고문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감방 안에서도 그는 수감자들에게 역사를 믿을 것을 호소하며 그 의기를 놓지 않았다. 마침내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열흘 뒤 그리고 프랑스 해방 두 달 전인 1944년 6월 16일 스물 일곱 명의 동료들과 함께 벌판으로 끌려나간다. 그 가운데에는 열여섯 소년도 있었다. 그는 곁에 있던 백발 희끗희끗한 사내의 팔을 잡으며 묻는다. "아프겠지요 총을 맞으면?" 그때 남자는 부드럽게 아이를 달랜다. "아니야 금방 끝날 거다." 그리고 게슈타포의 총구 앞에서 프랑스 만세를 부르짖으며 총을 맞는다. 20세기의 위대한 역사가 중 한 명인 마르크 블로흐의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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