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는 아니, 갈수록 뇌리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노랑나비 한 마리.

그날 두문포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요동치는 파도는 갯바위에서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이런 날에 누가 낚시를 생각이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스릴을 맛보며 원투를 쳤다. 강풍에 반원을 그리는 낚싯줄을  팽팽히 고정하고 시선을 초릿대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

바로 그때였다. 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내 주위를 감돌기 시작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없는 험한 곳에 날아올 수 있단 말인가.

파도 치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날고 있는 노랑나비의 날갯짓은 가여울 정도로 힘겨워 보였다. 얼마나 힘든지 노랑나비는 잠시  날다가 날카로운 갯바위 모서리에 앉아 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낚싯대 릴  위에 서 날개를 접은 노랑나비는 다시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나비가  사라진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자니 여러  상념이 스쳐갔다.

누구의, 무엇의 메신저였을까. 자유로운 영혼의 표상으로 각인된  노랑나비. 그는 왜 그토록 험한  날,  험한 곳에 힘겹게 날아왔을까...두고  두고 풀어야 할  화두인 듯싶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중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킬리만자로는 5,895미터, 눈에  뒤덮인  산으로, 아프라카 대륙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서쪽 봉우리 가까이에는 바짝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그러나 그것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양인자 작사,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며 노랑나비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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