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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 26일, < 서글픈 이름 강경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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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 26일, < 서글픈 이름 강경대 >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8.04.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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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민주화운동연합

1991년 봄은 한국 현대사에서 잊지 못할 봄 중의 하나다. 그리고 4월 26일은 그 선연하고도 끔찍한 봄의 시작이었다. 서울 명지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돌연 연행되고 학생들이 '구출투쟁'에 나서고 화염병과 최루탄이 분주히 오가는 풍경은 80년대 이래 낯익은 풍경이었다. 교문 밖으로 전투조가 나가 싸우는데 일단의 전경들이 그 뒤통수를 치려고 돌아들었다. 이를 본 명지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 교문 앞에서 싸우던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달음박질쳤고 전경들은 그를 추격했다.

고려대학교 담벼락에는 철제 난간이 있었는데 이는 시위시에 도로로 내려져 학교로 도망들어오는 퇴로로 즐겨 사용되었다. 명지대도 비슷했던 듯 신입생은 사자에 쫓기는 영양처럼 사력을 다해 도로에 드리운 난간을 향해 달렸지만 담장 바로 밑에서 전경들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무엇에 그리 화나 있었던지 사복 체포조였던 전경들은 무자비한 쇠파이프질을 퍼부었고 순하고 착했던, 훌쩍 커버린 아들의 고추 좀 보자고 아버지가 짖궂은 농담을 하자 그게 농담인줄도 모르고 바지를 훌러덩 벗으며 “인제는 보여 달란 말씀 마세요.”라고 억울해하던 고지식한 청년은 몇 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 후 병원에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한채 세상을 떠난다.

백주에 경찰이 학생을 때려죽였다! 음습한 고문실도 아니고 경찰서 취조실도 아닌 학교 담벼락 앞에서 경찰이 학생을 때려 죽였다! 아연실색한 분노가 대학가를 휩쓸었다. 당장 다음날 연세대학교에는 만명이넘는 대학생들이 모여 경찰과 일대 공방전을 벌였다. 명동은 다시금 최루탄으로 뒤덮였으며 강경대의 초상을 가슴에 품은 학생들의 비장한 사진은 여러 모습으로 남아 있다. 많은 학생들은 6월항쟁의 재판을 꿈꾸었고 노태우 정권의 종말도 멀지 않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시민들은 강경대의 죽음을 안타까와했지만 정권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전두환 때의 미욱함을 교훈 삼아 노태우 정권은 내무장관을 즉시 교체하고 상해치사범들을 발빠르게 구속했다. ”내 친구가 맞아죽었다.”는 절규는 ”안됐다만 더 이상 어떻게?”의 현실 앞에 주춤해 가고 있었다.

이 괴리 사이에서, 터질듯한 분노와 움직이지 않는 대중의 사이에서 극단적인 참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4월 29일 전남대학교 박승희 학생을 필두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분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경원대 안동대 전민련 간부 광주 고교생 그리고 분신의 이유를 종잡기 어려운 아주머니까지. 신문 보기가 무서웠다. 안타까움은 답답함으로 답답함은 대상없는 화딱지로 전화돼 갔다. ”전대협에서 씨바 더 이상 죽지 말라고 죽으면 개새끼라고 선언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냐? ” 애꿎은 동기에게 전화로 이렇게 퍼부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안된 일은 그렇게 제 몸을 까맣게 태우며 죽어간 이들이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감수하며 외쳤던 주장들이 대중들로부터 멀어진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의 죽음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에 동화되기보다는 몸서리를 쳤고 그 의미를 이해하기보다는 그 극단성에 전율했다. 열사의 뜨거움은 넘쳐났으나 그들과 일반 국민들과의 사이에는 북해의 냉류가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모든 죽음과 시위는 신임 총리가 맞은 계란과 밀가루로 깨끗이 마감됐다. 슬프디 슬픈 봄의 끝이었다.

체육대회 가는 버스 안 이름모를 들꽃이 길가에 그득하다. 명지대 노래패 신입생 강경대도 이런 꽃들과 술 향기에 취해 그가 즐겨 불렀다는 노래를 고창했겠지. 역사의 부름앞에 부끄러운 자 되어 조국을 등질 수 없어 나로부터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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