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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일본 정부’보다 ‘우리 안의 친일’을 주목해야 합니다
  •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승인 2018.10.31 23:03
  • 수정 2018.11.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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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KBS 화면캡처>

“오늘(30일)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서서 우리 사법부와 행정부를 쥐락펴락했던 법률 대리인은 바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었습니다.”

KBS <뉴스9>이 어제(30일) 보도한 리포트 ‘5년 넘게 걸린 선고…배후에 김앤장’ 가운데 일부입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내려진 이후 일본 정부의 ‘비상식적 반응’을 전하거나 비판하는 뉴스는 많지만 ‘김앤장’을 주목한 보도는 거의 없습니다. 어제(30일) KBS 보도를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KBS는 ‘김앤장’이 그동안 어떻게 ‘친일본적인 행위’를 해왔는지 압축적으로 전했습니다.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이 2014년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내는데 당시 주장했던 내용이 일본 정부가 지금 내놓고 있는 입장과 거의 똑같습니다.

전범기업 법률대리인 ‘김앤장’ … 박근혜 정부 외교부와 사법부를 쥐락펴락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 추락과 외교 정책의 혼란을 경고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김앤장이 박근혜 정부 뒤에서 강제징용 재판을 사실상 쥐락펴락 해왔다는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제기된 내용입니다.

2012년 5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을 내놓습니다.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은 거죠.

그러자 당시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비상이 걸립니다. 김앤장은 미쓰비시와 신일철주금을 위해 따로 꾸렸던 법률팀을 합쳐 ‘강제징용 재판 대응 TF’를 구성합니다. 이 TF회의에 누가 참석하느냐? 박근혜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병세 당시 김앤장 고문이 참석합니다. 당시 TF에선 ‘외교관계 악화 우려’를 포함한 대응 논리를 강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겨레가 지난 9월14일 <[단독] ‘김앤장 징용TF’ 윤병세, 양승태 대법과 판결 무력화>라는 기사에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김앤장 TF회의’가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이라는 겁니다. 2013년 3월 당시 윤병세 김앤장 고문은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에 임명됩니다. 문제는 윤병세 장관 부임과 동시에 박근혜 외교부는 입장을 ‘급선회’해 강제징용 판결 확정을 연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당시 한겨레 보도 내용을 인용합니다.

“이듬해(2013년) 3월 당시 윤(병세) 고문은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에 임명됐다. 검찰은 그가 김앤장 고문직에서 물러났지만 대응 논리는 그대로 외교부에 들고 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장관 부임과 동시에 외교부는 입장을 ‘급선회’해 강제징용 판결 확정을 연기하고, 최종적으로 파기하는 방안을 양승태 사법부와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김앤장을 통해 외교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접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 방안은 외교부와 협의를 거쳐 실현됐다.

검찰은 윤 전 장관이 김앤장과 외교부를 잇는 ‘창구’ 구실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판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김앤장 티에프 소속 변호사와 교감한 정황도 외교부 압수문건을 통해 포착한 상태다.” (한겨레 9월14일자 <[단독] ‘김앤장 징용TF’ 윤병세, 양승태 대법과 판결 무력화>에서 인용)

‘김앤장’에 취업한 협력자 …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법무비서관에 임명

그런데 사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제(30일) KBS가 보도하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외교부 의견서’를 김앤장을 통해 법원에 전달하자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있거든요.

해당 심의관이 지난 2월 김앤장에 취업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미 한겨레가 지난 7월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에 추천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법무비서관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김앤장’과 교감하에 강제징용 재판을 연기하는데 ‘공’을 세운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올해 ‘김앤장’에 취업을 했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박근혜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에 임명됩니다. 박근혜 정부 외교부와 사법부를 ‘김앤장’이 쥐락펴락 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과 관련한 ‘김앤장’의 광범위한 개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MBC가 지난 8월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박근혜 청와대가 재판 당사자인 일본 전범기업 변호인 ‘김앤장’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MBC 보도를 인용합니다.

“지난 2014년 10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 김 전 실장과 대법관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그리고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병세 외교부장관, 정종섭 행자부 장관 등이 모였습니다. 1년 전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참석한 1차 모임에 이어 후임자가 두 번째 모임에 참석한 건데, 주제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징용피해자 소송을 지연시키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징용피해자 소송의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수시로 접촉해 구체적인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결국 징용피해자들과 일본 전범기업 간의 소송을 두고 청와대와 외교부, 법원행정처까지 사실상의 정부 합동 TF가 일본 전범기업의 편에 서는 형태로 재판이 진행된 셈입니다.” (MBC 8월22일 ‘박근혜 청와대, 일본 전범기업 만나 재판 지연 논의’)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보다 ‘우리 안의 친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정도 되면 박근혜 정부 사법부와 외교부를 사실상 뒤에서 쥐락펴락한 게 김앤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KBS 등은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그동안 ‘김앤장’이 보인 행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단죄’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 안의 친일’을 주목하기보다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되 한·일 간 신뢰를 다시 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는 조금도 변한 게 없는데 일본 정부를 향한 질타보다는 우리 정부를 향해 ‘한일간 신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언론이 ‘우리 안의 친일’ 문제점을 공론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31일) 난데없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이 정도면 ‘말 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KBS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강제징용 소송 15건 가운데 김앤장은 공식적으로 10건을 대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모두 일본 전범기업 편입니다. ‘일본 정부’보다 ‘우리 안의 친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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