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의 문제점- 상임위와 예결위의 2단계 심사구조, 결산심사 기능 유명무실, 사전심의 절차 도입 필요해

사진출처: 국회

[뉴스프리존,국회=최문봉 기자] 국회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공청회를 시작으로 약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슈퍼예산의 본격적인 예산심의에 들어갔지만 여.야 정당간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자료가 각 상임위에 회부돼 소관부처별로 상임위별 심사를 시작했다. 또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하며 예결위는 오는 5~6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정책질의를 할 예정이며 7~8일에는 경제부처, 9일과 12일에는 비경제부처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정당간 입장차이가 커 내년도 약 470조에 달하는 슈퍼예산이 법정처리시한(12월2일) 내 처리될지 항후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 2017년도 회계종합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행 상임위와 예결위의 2단계 심사구조, 겸임위원으로 운영하는 상설 특위체제, 결산심사 기능의 유명무실로 인해 올해 국회 예산심의도 제기능을 못할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회 예산심의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상임위와 예결위의 2단계 심사구조다. 국회 예결산 심사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임위 예비심사, 예결위 종합심사'라는 2단계 심사구조이다. 예산의결권이라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을 단일 위원회에 전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므로 '예비심사'라는 방식으로 모든 위원회의 참여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2단계 심사구조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상임위와 예결위간 기능의 분화 및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임위는 정책적 고려에 기초하여 소관 부서 예산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고, 예결위는 국가재정 전반을 종합적으로 통합· 조정하는 방식으로 권한과 기능의 바람직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상임위 예비심사권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예결산에 관한 상임위의 심의권은 상임위의 고유적, 독자적인 권능이라기보다는 다단계심사에서 국민의사의 수렴과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심사의 용이등의 필요에 의해 부여된 권능에 불과한 면이 있다. 실제로 상임위의 예산안 평균 심사일수는 2.9일(1988~1995년)에 불과하여 일단 심사기간면에서도 부실의 여지를 안고 있다. 더욱이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 조정을 담당하는 예산안 조정소위의 예산결정이 상임위 예비심사는 물론이고 예결위 정책질의나 부별심사 시의 예산안 조정요구와도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예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사실은 다단계 예산심사과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셋째, 중복으로 인한 효율성의 결여이다. 상임위, 예결위 단계 모두에서 「관계 장관 설명 - 전문위원 검토보고 - 정책질의 - 부별심의 - 소위원회 계수조정」등 거의 비슷한 심사절차가 거듭됨으로써 중복된 질의와 답변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인력과 시간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또한 예결위의 특위체제로 인한 문제점이다. 예결산 심사구조의 특징은 담당기구가 '겸임위원'으로 구성되어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특별위원회 체제로 계속 운영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는 '위원회 간 균형유지'라는 의회 내적 요인과 '행정부 견제의 제한'이라는 행정부 측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신속성과 능률을 강조하는 군사정부가 가급적 국회에서 수정 없이 예산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첫째, '임기 1년'의 문제점이다. 지금까지 예결위는 한시적 특별위원회 체제였기 때문에 전문성과 계속성의 결여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예결특위는 매년 정기국회에서 새로이 구성되었으며 더욱이 위원 선호도가 높은 데 따른 빈번한 교체로 인해 구성원의 재임기간이 다른 상임위에 비하여 단기간 이었던 특징을 보여 왔다. 상설특위체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예결위 위원이 다른 상임위에 속한 겸임위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소속 상임위의 압력이나 관련 부처를 의식한 심의태도에서 벗어난 공정한 입장에 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특위 체제하에서 예결위는 국가 재정 전반에 대한 이해에 입각하여 세입과 세출을 조정하고 그 분배를 결정하기보다는 각 상임위 간의 이해에 바탕을 둔 예산계수조정의 역할에 머물러왔다. 예결위 위원을 예전과 같이 겸임위원으로 구성하는 상설 '특위'체제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될 수 없다.

특히 국회 예산시결산심사 기능의 유명무실화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입법부의 결산에 관한 재정통제 조항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헌법 제99조에 「감사원은 세입· 세출의 결산을 매년 검사하여 대통령과 차년도 국회에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라고까지는 규정되어 있지만 제출된 결산을 국회가 어떻게 취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현재의 국회 결산심사는 정부가 제출한 결산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한 탓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법률상 결산 결과의 책임에 대해 이를 추궁할 유효 적절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비록 최근의 국회법 개정으로 인해 결산 결과를 토대로 해당 행정기관에 변상 및 징계조치 등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강제 규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와함께 국회예산 심사능력의 미흡을 들수있다. 예결산 심사기능의 취약성은 예결산 심의에 필요한 전문성의 결여에서도 연유한다. 그동안 예결위은 한시적인 특위체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위원이 예산 국회 때마다 변동되어 예결산 심사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기 어려웠다. 각 교섭단체에서 예결위원을 선임할 때에도 전문지식이나 예결위 경력보다는 정치적 배려나 기회균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수가 많았기 때문에 예결위원회 전문성 확보를 가로막아 왔다.

그리고 비밀주의와 국민의 참여기회 봉쇄를 들수있다. 예산과정이란 국민으로부터 경제적 자원을 추출하여 이를 다시 배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는 국민의 다양한 경제적 이해가 충돌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국회 예산심의과정의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예산심의 구조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예산심의가 시민의 참여는 물론 참관조차 거의 봉쇄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각층의 이해를 수렴하는 절차인 공청회가 개최되는 예는 사실상 전무하며, 계수조정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정지이나 집단을 향한 편파적 예산조정이 이루어졌다거나,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심성, 특혜성 예산조정이 이루어졌다는 등의 의혹과 비판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가 제기능과 역할을 하려면 사전심의 절차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는 중기적 시계에서의 전략적 국가예산편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예산편성에 대하여 국회에서도 중기적, 전략적 관점에서의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회 역시 예산안 심사에 앞서 총지출한도와 분야별 재원배분 등에 관해 사전에 심사하는 사전 예산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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