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⑤

작전상황도에 ‘함수’와 ‘잠수함’ 항적을 합성하다

해군 작전상황도에 ‘천안함 함수’의 실제이동경로(천안함 백서)와 ‘잠수함’의 이동경로(추정)를 합성하면 ‘미상의 함선(붉은 점)’과 함수 최종 침몰지점이 일치하며 정작 ‘제3의 부표’는 ‘붉은 점’보다 위쪽에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이 작전상황도가 작성될 시점(3/27 오전)에는 천안함과 침몰한 잠수함의 최종위치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잠수함 위치는 한 준위가 3/29일 어탐으로 발견하여 ‘제3의 부표’ 설치함)

실제 군은 ‘함수를 찾고 있다.’ 거짓 발표하면서도 함수가 표류하는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심승섭 해작사 작전처장의 증언, “함수 위치 실시간 추적하여 통보했다” 참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안함과 충돌한 잠수함이 떠내려가 가라앉았다면 천안함 함수가 가라앉은 최종 지점 인근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하여 ‘붉은 점’으로 마킹하였을 것이라고 저는 분석하고 추정합니다.   

천안함 함수가 상당시간 선체의 일부를 수면 위로 드러내며 표류하다가 침몰하였듯이 잠수함 역시 코닝타워(Conning Tower)를 수면 위로 드러낸 채 표류하다가 결국 최종 침몰하였습니다.

천안함 함수가 앞 부분 절대수밀공간(Tight Bulkhead)으로 인해 쉽게 가라앉지 않았듯이, 수중 전투 목적함인 잠수함은 구조자체가 여러 개의 수밀구획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두 개의 물체가 동일지점(충돌지점)에서 표류하기 시작하여 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흘러갔다면 같은 코스로 이동할 것이라 예측이 가능하지만, 천안함 함수와 잠수함의 이동궤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함수는 반파직후 동력을 상실하였지만 잠수함은 충돌이후에도 상당시간 동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후 TOD 영상분석 항목에서 입증하겠습니다)

천안함 함수의 이동 경로 추적

사건 초기 MBC 뉴스에서 27일 새벽 0시 40분, 천안함은 검은 바다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 뉴스가 거짓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들은 천안함이 ‘반파 후 불과 3시간 만에 완전 침몰했다’는 국방부의 발표와 다음날 오전 ‘함수를 계속 수색하고 있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거짓말로 가득한 기자회견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TV에서 천안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로 인용되던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침몰한 배 옆에 해경 253호정이 선회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첫 의문은 “왜 저렇게 밝지?” 였습니다. 천안함이 0시40분에 침몰했다면 캄캄한 밤이어야 하는데 저렇게 ‘해양경찰’ 마크가 선명한 영상도 이해가 안 되고, 무엇보다 저 엎어진 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부터 저는 저 사진의 출처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전화와 문의 끝에 백령도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최○○’ 씨가 사고 다음 날인 27일 아침 7:30분경 장촌포구 언덕위에서 망원렌즈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러차례 전화로 설득하여 사진원본 일체를 이메일로 받아 분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천안함 함수가 즉시 가라앉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까지도 계속 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군은 이미 함수가 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해경이 함수 곁을 지키며 선회하고 있었음에도 김태영 국방장관은 ‘함수를 찾고 있다’며 계속 거짓발표를 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그에 대해 일체 설명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저는 해경 501함 유종철 부함장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천안함 반파 이후에도 해경 501함이 함수 곁을 지키고 있다가 오전 7시경 해경 253정에게 현장을 인계하고 자리를 떠났다”는 새로운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심승섭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처장으로부터 “함수를 반파 후 계속 추적하였으며 실시간 현장에 통보해줬다”는 증언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로써 국방부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자 함수가 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천안함 백서에도 그 사실을 수록합니다. 그러나 백서의 ‘피격 및 침몰위치’라는 공식기록마저도 오차를 털어내지 못합니다. (추후 분석) 

3. 함미의 이동 경로

함미의 경우 반파 후 불과 5분 만에 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함미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은 238초소에서 촬영된 TOD 영상에 고스란히 잡히고 있습니다.

함수는 반파되기 전에는 쓰러지지 않습니다만 반파되고 난 이후 갑판상부(선실 및 포탑 등)의 무게중심이 더 높기 때문에 곧장 옆으로 쓰러집니다. 하지만 함미는 앞 부분(엔진 및 기관설비)이 무겁기 때문에 앞쪽으로 곤두박질쳐 결국 꽁무니를 하늘로 향한 채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길이 38m의 함미가 수심 47m의 해저에 곤두박질치면 불과 10m만 더 내려가면 함미는 해저에 닿아 드러눕게 됩니다. 함미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조류에 의해 한참을 떠내려 갈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일단 물 속으로 들어간 함미가 10m 가라앉는 것은 불과 몇 초입니다. 

따라서 함미의 꼬리부분이 TOD에 잡히는 지점의 방위각(4030)으로부터 조류방향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불과 수십m 거리 내에 함미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초 반파지점으로부터는 수백m 이내)

그런데 함미를 찾지 못해서 이틀 동안이나 수색을 해야 했다? 이 말을 믿으라면 삼척동자도 웃을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고 다음 날인 3월 27일 해경이 음파탐지기로 함미를 발견하여 해군측에 통보하고 좌표와 함께 영상까지 보내주었는데도 군은 그 사실을 발표하지도 않고 묵살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46명의 대원이 갇혀있는 함미를 찾아 통보해 줬는데 묵살하다니요.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난 3월 28일 밤 함미를 찾았다고 발표하고 부표를 설치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군은 28일 함미를 발견했다는 어선(장세광 선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함미를 발견했다”고 발표합니다. 하지만 그 발표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2012년 가을 피고인은 본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변호인들 그리고 언론사 기자 한 분과 함께 백령도 현지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장촌포구로 가서 해덕호의 장세광 선장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당시의 상황을 물어보았는데 장 선장의 말은 국방부 주장과 많이 달랐습니다.

군은 첫 이틀 동안 백령도 어선들의 출입항을 전면 금지시켰다가 3일째 되던 날 “함미수색을 도와달라”며 협조요청을 하길래 “어디로 가면 되냐?”고 했더니, ‘좌표’를 주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해군이 준 좌표 위치에 갔더니 그곳에 함미가 있더라는 겁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황당한 경우입니까?

결국 함미의 위치는 천안함이 반파된 지점으로부터 불과 180m 떨어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천안함 길이(88m)의 겨우 두 배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우리 군이 왜 이런 거짓말과 거짓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뻔한 곳에 침몰한 함미를 찾지도 않고 심지어 해경이 찾아줘도 묵살하고, 16시간 이상 떠 있는 함수를 가라앉았다 거짓말하고, 어선 선장에게 좌표를 쥐어줘서 보내 마치 어선이 찾은 것처럼 위장하고… 왜 이렇게 유치한 거짓놀음을 반복하였던 것일까요?

4.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지 않았던 것

이런 일들이 바로 피고인이 사건 초기에 “우리 군은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이라고 칼럼을 쓰며 고의적인 구조지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였던 이유이며 배경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해할 수 없는 군의 행위들은 바로 ‘제3의 부표’ 아래 가라앉아 있는 대형구조물 수색과 구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임기응변의 처신이었다는 사실로 모든 것이 귀결되었습니다. 

국방부는 일찍부터 대응전략의 가닥을 잡고 작전을 펼쳤던 것으로 저는 분석합니다.

천안함은 잠수함이 아니므로 반파침몰 시 함미의 경우 불과 수 분만에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을 것이라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해상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고의적으로 마치 함미를 수색 중인 것처럼 거짓말하며 국민을 기만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국가적 배신행위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함수 쪽 대원들은 전원 탈출 구조되었으므로 수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을 것으로 봅니다. (이 또한 나중에 함수인양 후 박성균 하사 시신이 발견되었듯이, 함수가 떠 있는 상황에서 부표를 설치하고 더 가라앉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함에도 다시 가라앉도록 방치한 것은 중대한 과실입니다.)

따라서 군의 입장에서는 승조원들이 이미 전원 사망하였을 함미와 전원 구조된 함수를 수색하는 것보다 당장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은 잠수함 침몰 지점에서의 수색업무에 집중하였다고 저는 분석합니다. 

피고인은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생존가능성 여부를 따져 더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집중하려 한 판단에 대해서는 수긍할만한 점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위 박성균 하사의 경우처럼 함수에서는 생존 장병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만큼 장병의 생존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잠수함 수색 및 구조활동에 힘을 집중하면서도 함수의 수색 및 구조활동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들이 국민들한테 ‘생존 가능시간 72’시간 운운하며 천안함 함수와 함미를 찾고 있는 척 하면서 정작 다른 곳에서 미국 (혹은 미국과 관련된) 함선의 수색과 구조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을 비밀에 붙이고 거짓 발표로 일관하며 국민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며, 또한 박성균 하사의 경우는 정부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에 해당하므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잠수함 이동 경로 및 TOD 영상분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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