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친노 중 ‘올드’ 친노, 정세균계 침몰, 문재인계 대부분 생존 총선 후 김종인ㆍ문재인계 당 주류 전망…박원순 측근 몰락 차기 대선 문재인ㆍ손학규 주목…김종인 ‘킹메이커’유력

4ㆍ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 바람’이 거세다. 철옹성 같은 친노(친노무현)의 벽을 과감하게 허무는가 하면, 파격적 인물을 전격적으로 공천해 당의 구도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연합통신넷= 김현태, 심종완기자] 당 주류인 친노의 반발이 상당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아랑곳 않고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 단행된 ‘김종인식 공천‘은 과감하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이다.

그런데 더민주의 공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가지 묘한 공통된 흐름이 엿보인다. 특정 계파와 인물군이 득세하거나 배제되는 양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보이지 않는 손’과 손을 잡았다거나 심지어 그의 조종을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김 대표는 ‘상식밖 얘기“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김종인식 공천이 이어진다면 4ㆍ13 총선 후 더민주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범친노 세력이 이전보다 약화되고 ‘김종인계’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종래 ‘친노-비노’ 구도에서 친문(친문재인)-친김(친김종인) 세력이 당 주류가 될 수 있다. 차기 대선도 문재인 전 대표 독주에서 김 대표와 연계된 인물,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의 부상이 예상된다.

더민주에서 제기되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의 이면을 살펴봤다.

 

 

친노, ‘김종인식 공천’ 반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의 공천 배제를 전격적으로 결정하자 당이 술렁였다.

친노 진영은 강력 반발했고 이해찬 의원도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의원은 16일 “공천과정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정무적 판단이라는 정략적 의도를 갖고 공천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어서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 컷오프(공천배제)가 김종인 대표이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이 의원은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중진인데다 공천 심사 때 추가 컷오프 후보군도 아니어서 공천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을 공공연히 강조해온 김 대표 입장에선 이 의원을 공천하기가 어려웠다. 김 대표는 친노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패권 청산의지를 강력하게 보임으로써 친노 거부감이 큰 호남의 지지세를 모으고, 김 대표가 공략대상으로 정한 중도층과 개혁적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연장선에서 김 대표는 지난 10일 이해찬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친노이자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정청래 의원의 공천을 배제했다.

범친노 진영은 정청래 의원에 이어 친노 상징인 이해찬 의원까지 공천에서 배제되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며 김 대표를 몰아부쳤다. 이에 김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반박했다. 김 대표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친노 인사들의 지적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편견을 위해 떠들고 있는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더민주 ‘보이지 않는 손’ 논란

김 대표가 주도하는 더민주의 공천에 대해 범친노 진영은 ‘보이지 않는 손’을 꺼내들었다. 김 대표가 ‘보이지 않는 손’과 연대하거나 조종을 받아 친노 인사를 찍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성 의원은 13일 정청래ㆍ전병헌 의원 공천탈락과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비대위원 등 현 지도부 인사들의 단수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청래 의원과 전병헌 의원 공천 탈락 등과 관련해 “최근 공천과정을 놓고 보이는 손, 보이지 않는 손이 다 작동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면서 “김종인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분들이 있다면 이번에는 많은 성찰을 해야 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마디로 김 대표의 비대위가 주도하는 공천심사가 소수의 의견에 좌우되는 ‘밀실심사’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눈과 귀를 가리는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공개된 정의당 팟캐스트 방송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이 박영선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박영선 위원이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다른 후보를 집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정 의원 탈락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 위원과 이 본부장은 유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전후 상황을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내가 전략기획본부장이긴 하지만, 여론조사를 돌려보는 것은 내 소관이 아니며 마포을에서 그런 여론조사를 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 위원 측도 “특정 누구를 마포을에 민 적이 없으며 여론조사를 한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친노 핵심 정봉주 전 의원은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추정컨대 김헌태 공관위원이 정청래 찍어내리기 자료와 근거를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며 “정청래 의원 지역구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컷오프 발표가 나기 얼마 전 그 지역에 김기식 의원에 관한 지지를 묻는 여론조사가 돌려졌다. 김헌태씨와 김기식 의원은 경성고 동문”라고 주장했다.

최재성 의원은 “실무자 혹은 중간관리자,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분들이 잘못 핸들링하고 가공하고 디자인했을 때 그건 눈과 귀를 가리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거론한 ‘실무자'는 김헌태 본부장, ‘중간관리자'는 정장선 단장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의사결정 라인에 있는 분’은 당 비대위원으로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정 세력 배려, 배제하는 공천

18일 현재까지 더민주의 공천 양상을 보면 묘한 공통점과 특색이 두드러진다. 범친노 중 ‘올드’ 친노와 ‘정세균계’ 친노가 철저하게 배제된 반면, ‘문재인계’ 친노는 대부분 공천을 받았고, 비노 중 ‘손학규계’ 인사들이 출마 기회를 얻었다.

문희상ㆍ유인태ㆍ이해찬 의원 등 ‘올드’ 친노와 정세균계인 전병헌ㆍ오영식ㆍ이미경ㆍ강기정ㆍ이상직ㆍ유대운ㆍ박민수 의원 등이 컷오프ㆍ경선 패배로 밀려났다.

반면 ‘문재인계’인 전해철ㆍ홍영표ㆍ윤호중ㆍ박남춘 의원 등이 단수 추천을 받았고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 백원우 전 의원, 정채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원외 인사들도 무난히 공천 받았다.

문 의원이 영입한 인사들 대다수도 무난하게 공천장을 쥐었다. 오기형 변호사(서울 도봉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경기 용인정), 김병관 전 웹젠 의장(경기 분당갑), 김정우 세종대 교수(경기 군포갑),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전북 정읍),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광주 서구을), 김빈 디자이너(비례대표) 등이 그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을 김 대표와 문 의원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문 의원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손학규계’ 인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우선 공관위원인 박영선 바대위원을 비롯해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 등이 손 고문과 가깝다. 오제세 의원과 전혜숙 전 의원이 단수 공천된 것도 ‘손학규의 힘’ 이란 분석이 있다.

반면 총선 후 차기 대선에 나서려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들은 공천에서 고배를 마셨다. 공천 신청한 박 시장 측근 가운데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제외하고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 강희용 전 더민주 부대변인, 민병덕 변호사 등이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문의원 측에서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견제하기 위해 태클을 걸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러한 공천 양상이라면 총선 후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의원이 주류를 형성한 가운데 손학규 고문의 역할이 주목된다.

대선 경쟁 또한 김종인-문재인-손학규 3파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과 김 대표는 킹메이커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따라서 더민주 공천 과정의 ‘보이지 않는 손’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고문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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