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하지도 않은 TV·냉장고·안마의자까지 지원,관련 예산 집행액, 올 상반기에만 평년보다 2배~7배 이상 급증

[뉴스프리존= 김정태 기자] 최근 문경시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청구 답변서에 따르면 문경시가 최근 5년간 14개 읍면동 관내 마을회관에 지원한 운동기구 예산은 2014년 541만원, 2015년 520만원, 2016년 2260만원, 2017년 2억330만원, 2018년 3억70만원으로 특히 2017년부터 금액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상반기에만 3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여 2015년과 비교하면 6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V, 냉장고, 안마의자와 같은 각종 비품 지원도 2014년 9711.1만원 2015년 4623.2만원, 2016년 2338.6만원, 2017년 1억4744만원, 2018년 1억5608만원으로 운동기구 지원과 마찬가지로 2017년부터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회관 뿐만 아니라 문경시가 최근 5년간 집행한 관내 운동기구 설치현황 또한 2014년 2억3615.1만원, 2015년 2억2234.7만원, 2016년 3억1478.5만원, 2017년 6억5284.5만원, 2018년 6억2735.7만원으로 2016년부터 해마다 2배 이상 늘어나고 있어 마을회관에 지원한 운동기구의 경우와 증가 추세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문경시 관내 운동기구란 모전공원, 모전천 산책로, 영강체육공원 산책로, 영신 숲 산책로, 마을 정자 앞, 대로변 등에 설치한 운동기구를 뜻한다.

마성면 A 이장은 이를 두고 “우리 회관에는 원래 안마의자가 있었다. 연식도 오래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작년 말에 갑자기 시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두 신청하라고 했다. 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신청하지 않았는데, 신청하지도 않은 TV·냉장고·안마의자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가은읍 주민 B 씨는 “멀쩡한 TV·냉장고·안마의자를 어느 순간 갑자기 교체했다. 시에서 신경을 써 주는 것 같아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저 돈이 다 우리 자식들이 번 돈에서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양면 주민 C 씨는 “선거철이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공무원들이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고, 필요한 것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라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해도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343개 마을회관 정수기 일괄 교체

문경시가 공개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관내 343개 마을회관 정수기 렌탈 현황에 따르면 렌탈 개시일이 모두 선거일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던 2018년 3월이었으며,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사가 343개의 정수기 중 274개, B사는 총 35개 그리고 나머지 C, D, E사가 총 34개를 납품하여 A사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들은 “시민들이 필요해서 넣어준 것이 아니라, 특정업체를 배불리기 위함이 아니냐”고 분노하고 있다.

또한 모 이장은 “시에서 정수기를 요청하라고 했다. 하지만 기존 정수기도 충분히 쓸 만하여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 3월에 갑자기 새 정수기를 설치하고 갔다”고 말했다.

문경시의 2017년과 2018년의 운동기구·비품 지급행위는 충분히 선거법 위반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경시는 평년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0배 이상의 예산을 이 기간에 집행했다. 그리고 2018년 6월 1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었다.

<이슈진단>

문경시의 행위는 기부행위에 의한 불법선거운동에 속할까.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떠할까. 공직선거법은 제112조에서 기부행위 금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기부행위 금지 규정은 상시 금지 규정으로서, 법에서는 기부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만 나열하고 있다. 같은 법 제112조 제2항은 기부가 허용되는 예외적 경우를 적시하고 있는데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 관련한 행위 ▲의례적 행위 ▲구호적·자선적 행위 ▲직무상의 행위의 경우다.

판례는 제112조 제2항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즉 법에 정해진 경우에만 엄격히 해석해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다면 기부행위를 넓게 허용하는 결과를 낳아, 결국 입법 취지에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다.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판례#1

(중략)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사유로 위법성의 조각을 인정함에는 신중을 요한다 할 것 (후략)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도1697 판결, 위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도579 판결 등 참조]

판례#2

(중략)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로 그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가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에 의하여 관행적으로 행하여져 온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간담회를 개최한 경위와 시기, 그 규모와 횟수, 참석자들과 피고인의 인적 관계, 참석자들의 수와 그들에게 제공된 음식물의 가액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이 사건 각 기부행위를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후략)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도7205, 판결]

즉 지방자치단체가 관행적으로 행해져 오던 일이라도 경위와 시기, 그 규모와 횟수, 피고인의 인적 관계, 가액 등을 종합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가 아니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또 다른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판례#3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 (가)목 또는 (나)목에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상의 행위 중 하나로 열거된 ‘법령’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그 금품제공행위와 관련된 ‘자체사업계획과 예산’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법령 또는 조례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여야 하고, 단순히 자체사업계획에 의하여 예산을 그 편성 목적 및 절차에 따라 지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위 조항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금품제공행위에 관하여 이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별도의 법령이나 조례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금품제공행위가 업무추진비의 지출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업무추진비가 그 편성 목적 및 절차에 따라 지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같은 금품제공행위를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 (가)목 또는 (나)목에서 정한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에 해당하여 기부행위의 개념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5도2820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도579 판결 등 참조)

※ 공직선거법 제112조 제2항 제4호 (가)목, (나)목

4. 직무상의 행위

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지방자치단체가 표창·포상을 하는 경우 부상의 수여를 제외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

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한 금품제공행위

즉 문경시의 마을회관 운동기구·비품 지원 행위는 이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법령이나 조례가 존재해야 기부행위의 예외가 되는 것이다.

◆ 운동기구·비품 등 지원행위의 근거 조례, 법령 존재 여부

우선 ‘문경시 마을회관 지원 조례’[시행 2015.11.26.]는 마을회관의 신축, 증축, 재건축, 리모델링, 보수, 보조금 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문경시 읍면동복지회관 설치운영조례’ [1995.01.03 조례제0036호] 또한 운영위원회에 대한 규정, 시설관리에 대한 규정, 사용 및 위탁관리에 대한 규정만을 둘 뿐 구체적인 운동기구·비품 지원 행위에 대한 근거규정은 되지 않는다.

즉, 문경시에는 마을회관 운동기구·비품 지원에 대해 대상·방법·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가 없다. 이렇게 구체적인 대상·방법·범위 등을 규정한 법령이 없음은 당연하기에 논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전체 마을회관 300여 개를 대상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2017년, 2018년에 이처럼 물량공세 한 것은 기부행위로 볼 게재가 다분하다.

더군다나 문경시장 고윤환 등 공무원 6명이 현재 불법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경북선관위와 문경경찰서의 조사를 받은 상태다. 이들의 불법사전선거운동 혐의가 드러난 이상 문경시는 기부행위 논란에서 더욱더 자유로울 수 없다.

설사 기부행위가 아니더라도, 과연 문경시의 이와 같은 ‘묻지마 식 지원’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는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모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어쩌면 이러한 물품들이야말로 문경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기활성화, 농업예산 등 당면한 현안 과제에 들어가야 할 예산은 아닌지 심각히 고려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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