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인 '반올림'은 23일 삼성에 대해 삼성전자 외 다른 전자계열사들에서 발생한 직업병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의 황상기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에서 "직업병 피해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에서만 있는 게 아니다"며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면서 "삼성은 이 모든 직업병 노동자들을 위한 폭넓은 보상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내놓은 중재인에 대해서도 "사외협력업체 소속이라서 혹은 보상 대상 질환이 아니라서 보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급성 백혈병으로 숨져 '반도체 백혈병' 분쟁의 계기를 제공했던 근로자 황유미 씨의 부친이다.

이어 황 대표는 "삼성은 국내와 해외에서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고 비판한 뒤 "이제라도 사과하고,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도 산재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산재보험제도 개혁, 직업병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등을 건의했다.

이밖에 황 대표는 삼성전자의 이날 공식 사과에 대해 "지난 11년간 수없이 속고 모욕당했던 일이나 직업병의 고통,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생각하면 그 어떤 사과도 충분할 순 없다"면서 "제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지만 유미와 제 가족이 겪었던 아픔은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악수하는 삼성 김기남 대표이사와 반올림 황상기 대표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오른쪽)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 및 이행계획 발표를 마치고 반올림 황상기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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