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중과 만나는 독서운동가로 40년 만에 첫 시집 ‘오후 세 시의 하늘’ 펴내다

권화빈 시인 낭만에 젓다 / 고경하 기자

[뉴스프리존,대구=고경하 기자] 경북 안동 시민운동가에서 민중문화로 최근 독서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권화빈 시인(58.영주시 100인 독서클럼 휴 대표)이 첫 시집 ‘오후 세시의 하늘’을 펴냈다.

권화빈 시인은 1960년 안동출생, 2001년 ‘작가정신’으로 등단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영주시 100인 독서클럽 ‘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독서운동가다.

시인이며 독서운동가인 권화빈 시인의 시는 정말 쉽다. 말대로 쉬운 시만 쓴다. “자고로 내 시는 쉽다. 절대 어렵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너무 깊게 언어의 지층으로 내려가 언어의 살을 파먹지 말기 바란다. 그건 독자에게 주는 예의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우선 그의 시 ‘섬’을 살펴보자. 섬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다/아무도 찾지 않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 사람도 사람의 향기를 잃어버리면 섬이 된다/ 시의 전문이다. 정말 한두 줄로 그의 생각과 사상을 정리했다. 사람과 섬의 관계를 향기를 통하여 적절하게 비유한 시다.

가난한 시인에게는 노후보다는 사후에 늘 걱정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자라는 이름보다는 시인이라는 이름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시 ‘노후와 사후’는 또한 너무나 간결하고 간단하다.

오후 세시의 하늘 시집 / 권화빈 시인

그는 노후를 위해/땅을 사고/나는 사후를 위해 / 詩를 쓴다 // 똑같이 / 이 세상 살아가다가 // 누가 / 비석에 이름 석 자 / 새겨질 것인가 / 나도 그의 시처럼 죽어서 시인이라고 하는 묘비명을 남기도 싶다. 돈 보다는 글쟁이로 시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세상은 누구나 다 그렇지만 똑바로 정신 차리고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심성이 바른 사람이면 누구나 똑바로 살고 싶어진다.

그의 시 ‘게’는 그런 그의 마음과 뜻을 담고 있다. 똑바로 간다는 것이 / 자꾸 옆으로만 간다 / 먼 바다 개펄 / 진창에 대가리를 부비며 / 땀 철철 흘리며 가는 / 게를 본다 // -아아 그래 / 게 같은 나의 삶 - // 똑바로 산다는 게 / 그만 / 자꾸 옆으로 옆으로만 간다 / 그래그래 / 아아, 게여! / 나의 배후(背後)여 //

나도 마음은 조금 삐딱하지만 늘 정확한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면서 제대로 살고 싶다. 더러운 세상에 홀로 올바르게 살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살자.

그의 시 ‘어떤 메아리’는 산속에서 쓰여진 시로 ‘-山中問答’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세상 나쁜 놈 / 다 죽어라- // 이쪽에서 / 외치면 // 아. 글쎄 / 저쪽에서 돌아오는 말 // -그럼 / 너부터 죽어라- //

함께한 참여한 시인들 / 고경하 기자

그래 남 욕하기 전에 내가 먼저 더 열심히 살고 그러다가 아름답게 죽자. 그리고 내가 스스로 더 깨끗하게 살기는 다짐하며 살자. 식물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간결하고 좋다. 마당 구석에 새롭게 ‘텃밭’을 마련했다.

우리 집 옆 마당 텃밭에 / 상추 씨앗 몇 알뿌리면서 / 내 삶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 사소한 일에도 / 자주 화를 내던 것도 사라졌고 / 살면서 늘어나던 거짓말도 / 거짓말처럼 / 조금씩 줄어들게 되었다 / 아침마다 물뿌리개를 들고 / 텃밭에 물을 주면서 / 아침 햇살 고마운 줄도 다시 알았다 / 아침 훈장같이 / 내 이마에 땀방울 방울방울 달아주는 / 오늘 아침 텃밭은 나의 부처다 //

나는 텃밭을 통하여 부처가 되었다. 나도 이제부터 자식을 키우면서 식물을 키우면서 마음속을 부처로 단련해 가자. 가을이다. 이제 단풍이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늘 마음속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있다. 오늘도 바람 속을 단풍과 함께 걷는다.

권화빈 시인 인사말 / 고경하 기자

‘단풍 보다가’는 나의 이야기다. 나는 / 뜨거운 사람보다 /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 단풍나무에 / 한 잎 한 잎 / 단풍 물들 듯 // 오늘도 나는 / 너에게 / 그렇게 스며들고 싶다 //

나를 아름답게 가꾸어 그 속에 스며들고 싶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자. 누구나 그렇지만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옆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사람의 / 앞모습보다 / 옆모습을 더 사랑한다 // 어제도 그랬고 / 오늘도 그렇고 / 또 내일도 그럴 것이다 // 옆모습이 / 늘 / 앞모습보다 / 눈물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 나도 이제부터 더 아름답도록 노력하며 살자.

이하석 시인 / 고경하 기자

대경작가회의 고문 이하석(대구문학관 관장)시인은 권화빈 시인을 두고 “사람은 물론 뭇 존재를 대하는 따뜻함과 지극한 겸손의 태도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중심 기운이면서 이웃들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모든 존재들과 연대하는 나의 연민의 힘이 되기도 한다.”라며.“내가 그리는 것은 나와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서로 그리워하는 존재로서의 당신이며, 그런 면에서 이 시집은 당신을 그리는 연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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