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28일 자신을 겨냥한 화염병 투척 사건과 관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은 일선 법관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안타깝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이나 직원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경비에 더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수개월째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입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에선 들을 수 없다.
대법원이 ‘국정농단’을 일삼은 정권과 재판거래를 일삼았고, 또 수많은 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탄핵’ 결의가 나와도, 또 사법농단과 관련된 수많은 증거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단죄하겠다. 처리하겠다 이런 식의 발언은 어디에도 없다.
수개월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잠적 중인, 도피생활 중인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의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도 김 대법원장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당한 봉변에는 재빨리 ‘법치주의’를 운운하고 있으니, 양승태 일당의 엽기적인 사법농단을 철저히 단죄하라며 거리에서 또 온라인에서 외치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이같은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트위터에 “사법부가 무법천지가 되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자신이 봉변을 당하니 '법치주의'를 외치는 이분, 사법농단 판사들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힐난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사법농단에 숨죽이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호재 만났다. 김명수는 자신의 차량 화염병 투척사건 사과하러 온 김부겸 장관에게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일’이라고 했다. 맞다, 그렇다면 재판거래는 법치주의 근간을 세우는 일인지 묻고 싶다”고 정면으로 일갈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에 “화염병은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고,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재판거래, 말도 안 되는 구속영장 기각, 이재용 무죄판결 등은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거지요? 국민이 우습죠?”라고 물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를 통해 “양승태는 사법 농단으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렸고 김명수는 사법농단 수사 방해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 그런데 김명수가 자신에게 화염병을 던진 게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고 일갈한다. 대법원장 둘이 대를 이어 무너뜨린 법치는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반민주 행위로 전 국민이 피해자다”라고 꾸짖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6일 故 이영구 판사 1주기 추모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故 이영구 판사는 유신독재의 외압에도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렸던 판사다.
“우리 사법부는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장으로서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들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18일 MBC < 스트레이트 > 방송에 따르면, 취재 기자는 김 대법원장에게 “요즘 법원상황이 어둡던데 많은 느낌이 드셨을 거 같다” “법관 회의 때 탄핵관련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일 거 같다. 그런 움직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아무 답도 하지 않고 황급히 이동했다.
자신이 수장임에도 몇 개월째 입장 표명조차 당당히 하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사법부 내부가 얼마나 곪아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젠 김 대법원장에게 격려가 아닌 꾸지람을,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할 때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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