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28일 자신을 겨냥한 화염병 투척 사건과 관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은 일선 법관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안타깝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법관이나 직원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경비에 더 신경 써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수개월째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입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에선 들을 수 없다.

대법원이 ‘국정농단’을 일삼은 정권과 재판거래를 일삼았고, 또 수많은 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탄핵’ 결의가 나와도, 또 사법농단과 관련된 수많은 증거들이 우수수 쏟아지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단죄하겠다. 처리하겠다 이런 식의 발언은 어디에도 없다.

▲ 대법원 담벼락에는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고승은

수개월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잠적 중인, 도피생활 중인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의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도 김 대법원장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당한 봉변에는 재빨리 ‘법치주의’를 운운하고 있으니, 양승태 일당의 엽기적인 사법농단을 철저히 단죄하라며 거리에서 또 온라인에서 외치는 시민들을 우롱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이같은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트위터에 “사법부가 무법천지가 되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자신이 봉변을 당하니 '법치주의'를 외치는 이분, 사법농단 판사들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힐난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사법농단에 숨죽이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호재 만났다. 김명수는 자신의 차량 화염병 투척사건 사과하러 온 김부겸 장관에게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일’이라고 했다. 맞다, 그렇다면 재판거래는 법치주의 근간을 세우는 일인지 묻고 싶다”고 정면으로 일갈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에 “화염병은 법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고,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재판거래, 말도 안 되는 구속영장 기각, 이재용 무죄판결 등은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거지요? 국민이 우습죠?”라고 물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트위터를 통해 “양승태는 사법 농단으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렸고 김명수는 사법농단 수사 방해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 그런데 김명수가 자신에게 화염병을 던진 게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고 일갈한다. 대법원장 둘이 대를 이어 무너뜨린 법치는 민주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반민주 행위로 전 국민이 피해자다”라고 꾸짖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6일 故 이영구 판사 1주기 추모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故 이영구 판사는 유신독재의 외압에도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렸던 판사다.

“우리 사법부는 최근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장으로서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을 만들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18일 MBC < 스트레이트 > 방송에 따르면, 취재 기자는 김 대법원장에게 “요즘 법원상황이 어둡던데 많은 느낌이 드셨을 거 같다” “법관 회의 때 탄핵관련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일 거 같다. 그런 움직임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아무 답도 하지 않고 황급히 이동했다.

▲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개월째 떠뜰썩한 ‘양승태 사법농단’ 파문에 대해 명백한 입장 하나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MBC

자신이 수장임에도 몇 개월째 입장 표명조차 당당히 하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사법부 내부가 얼마나 곪아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젠 김 대법원장에게 격려가 아닌 꾸지람을,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할 때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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