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재인 근황

문대통령 잇단 질책 후… 靑 참모회의 3주째 ‘휴업’. 11월 27일, 조선일보 기사제목이다. 잠깐 머뭇거리다가, 클릭하여 기사를 읽어보았다. 물어뜯어대는, 조선일보 특유의 그런 게 아니라, 대충 사실(Fact) 서술 같았다.

‘휴업’이 ‘시위’로 읽혔다. 대통령이 느끼고 있을 답답함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치통이 또, 시작되었겠고나싶었다. 며칠 전에 쓴 <문재인의 사실상 주적^^> 이 회상되었다.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야당이야 그렇다 치고라도, 거대 언론부터 참모, 장관, 당료들까지, 허다한 적들에게 에워싸인 채 고군분투하고 있는 문재인의 외로움 - . 그들의 능력이 모자란 것인가? 아니다. 모자란 건 사명감이다. 충성심. 또는 감투정신!

조선일보 기사를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았다. 아팠다. 그 아픔은, 그 뒤 내내 나의 생체에서 되새김질되었다. 신명 도무지 일지 않는 것이지만, 나는 결국 쇠귀에 경 읽기나마 또, 해보려들 수밖에 없게 된 듯하다. 우선 작은 새처럼 내 생각머리(念頭)에 올라와 고개를 갸웃갸웃, 꼬리를 까딱까딱거리고 있는 주제는 <손혜원의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인데, 어떤 글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시작해보자, 뭐. 가다가 길 막히면 그만두든가 하면 되니까^^.

2) 호승심(好勝心)

손혜원을 아주 간략하게 정의해볼 수 있을까? 그건 망발 같다. 비단 손혜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한 물건인가? 그러나 시도마저 해볼 수 없는 것은 아닐 듯하다. 밑져야 본전. 한번 부딪쳐보기로 한다.

키워드는 호승심이다. 지난 4월 10일, 이 블로그에 <손혜원은 왜 싸우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도 있을 만큼, 손혜원은 ‘호전적’인데, 나는 그 호전성의 근원인 이 호승심, 한 낱말로 손혜원을 설명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의 이 생각에 나의 이웃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유별난 호승심 없이는 설명될 수 없을 에피소드 둘을 우선 소개하겠다.

에피소드 #1

2016년 6월 18일, 이 블로그 글, <문제적 인간, 손혜원>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안철수가 탈당한 것이 2015년 12월 14일이라고 나오네요. 그러니까 그 날이거나 그 다음날이거나, 아마 그럴 듯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기피식품으로 정해두고 있다 해도 인터넷마저 포기하지 않는 한, 피해갈 수 없는 세상 풍경 가운데서 이런 문장이 문득 눈에 띄었습니다.

시원섭섭합니다.
조금 섭섭하고 많이 시원합니다.

(조금씩 더 알아가면서 조금씩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이 문장 안에 손혜원의 품성과 지향, 체취와 가치관이 모두 담겨 있고, 실려 있습니다. 이 문장만 제대로 이해하면 손혜원에 대해 더 궁금할 게 없습니다.)

히야!
저는 칵, 감탄했습니다.

안철수가 기어코 떠난 그 뒷자리, 마치 줄초상이라도 당한 것처럼 적막한 그 공간에서 이토록 기막힌 한마디가 더구나 공개적으로 팍, 발사되다니! 내심이야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약간의 내숭 투 애도라도 곁들이는 게 우리 정치판의 풍습이나 버릇, 그런 것일 텐데, 이건 폭력 남편이 큰 유산마저 남긴 채 죽었다고 얼씨구나 하고 춤을 추는 푼수 여편네 꼴이 아닌가. 그런데 손혜원이라고?

그것이 손혜원을 처음 알게 된 장면이었고, 주요 선거 때며 투표일 직전에 장기 여행을 떠날 만큼 정치냉담자이던 내가 정치적 소견 표명 용 블로그를 만들 만큼 정치에 관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는데, 내 눈에 비친 안철수는 정치판에 들어오기 이전, 시골의사와 짝을 지어 돌아다니던 그 시절부터 구상유취, 어리보기였다. 정치판에 들어온 뒤에는 더욱더 그랬다. 갑작스러운 명성을 버거워 죽겠어 하는 그가 아주 딱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런 그를 두고 마치 절망의 대지에 강림한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명색 거대 공당이 저토록 소란스럽다니!

그러다가 그가 기어코 떠나고 나니까, 과장 아닌데, 줄초상당한, 그런 풍경이었다. 며칠 전, 박용진의원의 ‘삼바’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 ‘안철수 탈당 기자회견 때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자료를 받아갔지만, 그 자료를 보도한 언론은 극히 드물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덧 모두 잊고 있는 듯하지만 그때 정말 굉장했다.

그런데 그토록 굉장한 풍경을 마음 먹고 비웃듯이, 조금 섭섭하고 많이 시원하다니! 촌철살인의 그 워딩, 놀라웠다.

지금도 그다지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손혜원의 인간적 면모를 전혀 모르고 있던 그때, 내가 주목한 것은 도구로서 손혜원의 가치였다. 규격화된 도식에 의해 망가지기를 되풀이하여 세계 최하, 최저의 악명 드높은 대한민국 정치판의 진정한 변혁을 위한 동기, 또는 동력으로서, 손혜원의 내장 가치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내게 그 워딩의 의미는 그만큼 강력했다. 그랬기에, 그 뒤 내내 손혜원을 눈여겨 바라보고 있게 될 수밖에 없었다.

에피소드#2

(찾아보니까 2017년 3월 8일인데) 김종인 탈당 직후인 그날 오후, 긴급 편성한 자신의 페이스 북 라이브에서 예종석, 당시 홍보본부장과 대담하며 손혜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종인 전대표는 당을 향해 기관총이라도 난사할 생각인 듯한데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김 전 대표의 상황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실시간으로 본 극소수 팟캐 가운데 하나인데, 나는 지금도 그 말을 하는 순간의 손혜원, 그 입매와 그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상대하는 성난 소의 정수리에 마지막 칼을 꽂는 투우사의 입매이고 눈빛이었다. 일격필살의 의지. 매서웠다. 못 박기, 또는 명시적 협박.

김종인과 손혜원의 교유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주 굵은 것만 더듬어봐도, 2012년 대선 뒤, 손혜원에게 문재인을 도와주라 한 게 김종인이고, 김종인의 민주당 영입에는 손혜원도 한 역할 했고, 민주당 영입 뒤에도 손혜원은 김종인의 최측근 멘토였을 만큼 두 사람 인연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기에, 그 모든 인연을 무릅쓴 그 못 박기는 더 준엄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을 듯한데, 독특한 호승심 소유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이 못 박기 하나로, 反文 대표 투사로서 연일 조선일보를 대짜배기로 장식하던 김종인의 정치적 입지는 군말 한톨 없이 말끔하게 마감되었다.

지금 이 시간, 다시 되돌아보아도, 결코 가벼운 게 아닌 그런 인연인데다, 더구나 그 나름의 야심을 품고, 문재인에 대해 이를 갈며, 새로운 길을 향해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하는 김종인을 향해, 분명한 협박인 그런 못 박기를 과연 어떻게 감행할 수 있었던가, 싶다.

3) 악플러 최다 보유자

나의 블로그에서 이미 여러 차례, 여러 방법으로 기록해두었듯이 손혜원은 줄기차게 싸운다. 싸우지 않아도 될 만한 장면, (도구로서 가치 극대화를 위해 적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기에^^) 제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장면에서까지 손혜원은 싸운다.

우선 그의 언어 습관부터 호전적이다. ‘여의도를 200단어 동네라 하는데, 아냐, 100단어지, 100단어야’ - 손혜원이 이렇게 야유 투 정의를 내린 적이 있을 만큼 여의도에서는 말조심이 명심 사항 첫번째다. 그런데 손혜원에게는 말조심, 그런 게 없다. 자중이니 좌고우면이니 하는 것 없이 생체에서 태동하는 그대로 내보내는 생짜배기 그 언어 하나하나가 싸움 촉발 동기가 된다.

그 결과 가운데 하나가 악플러다. 적어도 민주당 사람들 가운데 악플러가 가장 많은 게 손혜원일 듯한데, 나는 <손혜원은 왜 싸우는 것일까?>처럼(한잠 자고난 심야에 목도하게 된 그때 그 장면, 정말 으리으리했다. 재미삼아, 손혜원의 싸움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것인가, 구경이나마 한번 해보고 싶다면 이 글을 검색하여 그 서두만이라도 훑어보면 된다^^), 그가 알게 개입하여 악플러들을 상대로 한 난장판을 수습한 경우도 있지만, 그가 모르는 장면도 여럿이다.

나의 방법은 꼭 같다 - <자신 있으세요? 님의 이 댓글, 캡쳐해두겠습니다.> 그러면 거의 예외없이 냅다 도망간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었다. 남의 글에 악플이나 다는 사람들의 허약한 비열성을 나타내는 것일 텐데, 그렇게 도망친 다음, 그가 손혜원에게 다시 악플질 하는 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혜원을 일삼아 씹어대는 악플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츰 더 늘어나는 듯하다. 그 검증은 쉽다. 트윗에 들어가 ‘손혜원’을 검색해보면 된다. 명색 한 인간을 능멸하는 온갖 살벌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그런데도 손혜원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싸움거리를 만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말한 적이 있다. 전국의 모든 민원이 우리 사무실로 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의 싸움은 줄기차게 새로워지고, 그 싸움 하나하나는 새로운 악플러群을 생성한다.

4) Maverick

그 자체로 생명체인 언어를 정의하면 그 뜻이 전혀 달라질 수 있는데, maverick을 굳이 내 식으로 뚯풀이를 해보자면, 순치되지 않는, 또는 도무지 순치될 수 없는 야생 짐승, 그런 게 될 듯하다. ‘스펙’이라는 표현이 시대적 유행어가 된 것처럼, 벽돌장처럼 모두가 규격화되거나 규격화되려 죽어라 애쓰고 있는 세상에서, 규격화를 거부하는, 단지 규격화를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탈규적적인 짓을 저지르고야 마는 그런 유형의 인간.

내가 손혜원을 한국 정치판의 바로 그 maverick이라고 정의해둔 적이 있는데(<한국 정치판의 Maverick 손혜원>), 한국 정치판이라는 게 얼마나 규격품 세상인가. 규격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아마도, 죽어라 규격품이 되어 최하, 최저로 전락하고야 마는 그곳. 그래서 매 선거 때마다 규격화되어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는 헌 것들의 물갈이 퍼센티지를 주요 선거 전략 삼지만, 그러나 그 판에 들어가기만 하면 재빨리 규격화되어 국회의원이 아니라 國害 말종이 되고야 마는, 그래서 다음 선거 때는 또 물갈이 퍼센티지가 주요 선거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치판의 그야말로 생짜배기 신인인 손혜원의 maverick다운 호전성을 목도하게 된 것은 그의 정치판 데뷔 초장이었다.

천생 어리보기(라고 내가 평가하는) 안철수가 그렇게 떠난 뒤, 폐허처럼 황량해진 민주당 조직에서 그 움직임이 내 눈에 띈 것은 손혜원뿐이었다. (지금 민주당 사람들이나 그 지지자들이나, 사상 최고 지지율에 취해, 참 황량했던 그 시절의 민주당 풍경이나, 그 풍경에서 손혜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까맣게 잊고 있거나, 어떤 연유에서인가, 잊고 있는 척하고 있는 것 같지만^^) 김종인 영입, 당명과 당 로고 변경, 당가 제정 등, 그 황량한 폐허로부터 당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그 숨 가쁜 프로세스에서 눈에 띄는 거의 유일한 activator는 손혜원이었다. 자타칭 짜르 주변에서 어른거리고 있던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숨 죽이고 있는 판이었기에 손혜원의 그 움직임은 더 두드러져 보였다. ‘튄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는 실로 다이나믹하게 튀기를 되풀이했다. 조금만 예를 들어보겠다.

아예 공중분해하는 듯하던 민주당의 존재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필리버스터를 김종인이 당시 원내총무 이아무개를 불러 버럭 성을 내며 강제 종료시키려 했을 때, 국민 대중이 받을 상처를 내세워 김종인을 압박, 결국 대중의 상처를 어루만질 시간을 갖게 한 게 손혜원이었고, 정청래 컷 오프 다음, 다시 한번 더 폐허 풍경이 된 민주당 공간에서 <우리에게 정청래가 필요하다>는 反김종인 팻말을 치켜들어 실의에 빠진 대중 적극 선무에 나선 유일한 당직자가 손혜원이었으며, 이른바 ‘중앙위 반란’을 두고 문재인이 양산에서 보턴을 눌렀기 때문이라고 '격노'하여 당무를 거부한 김종인을 수그러뜨리는 데 한 역할을 한 것도 역시 손혜원이었다.

그 시절을 나는 민주당의 트로이카 시대라고 이름 붙여 둔 바 있는데, 안철수를 잡겠다고 중진 결의문이니 하는 것까지 만들어 일대 소란을 피워대던 그들을 포함, 모두가 한껏 숨 죽이고 있는 판이었기에 그 존재가 더 우뚝해 보일 수밖에 없는 김종인, 문재인, 그리고 손혜원, 이들 셋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가운데 역시 대중 눈에 보이는 막전(幕前)과 대중 눈에는 띄지 않는 막후에서, 그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손혜원이었다.

마치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다는 것처럼 문재인은 최선을 다해 몸을 낮추고 있었고(그 무렵, 어느 언론은 그것을 ‘문재인의 LowKey 전략’이라 했던 것 같다), 우스꽝스러운 피에로처럼 짜르 흉내를 내고 있던 김종인은 최선을 다해 목에 힘을 주고 있기나 했던데 반해, 손혜원은 그 특유의 호전성을 발휘하여 좌충우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Maverick이 아니라, 한국적 정치판 질서가 몸에 밴 정치 타짜라면 불가능했을 좌충우돌이었기에 그 움직임은 더 두드러져 보였다.

 혹시 나의 이웃들 가운데 기억하는 이들이 계실 것 같기도 한데, 날이 밝은 시간에 그렇게 움직인 손혜원에게 어둠이 내린 그 다음은 대중과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페이스 북을 기피식품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가 페이스 북 계정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그, 내가 문득 주목하게 된 도구로서 손혜원 스토킹을 위해서였는데, 그의 페이스북 공간에서는 자주 대중과의 교감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내가 외면하는 시시한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그 드라마에서 그는 댓글 대화로 대중의 감각과 지혜를 실시간으로 흡수하여 자신의 홍보 아이디어를 완성해 갔고, 그리고 문외한으로서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그 결과물을 대중에게 내보였다. 당청 홍보에 대한 의문을 표명하는 나의 최근 글 가운데 하나인 <문재인의 사실상 주적^^>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접적 상황은 순간순간 무쌍하게 변화하고, 홍보는 당연히 무쌍하게 변화하는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해 응수해야 한다. 유튜브 쪽에서 적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비명이 울리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랜데, 도대체 두 달 동안이나 미적거리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쪽 요새의 함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정말 그렇지 않은가. 순간순간 무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두 달씩이나 미적거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는가? 계획적 태업이나 배임 아니면 불가능하다. 상황에 가장 민감하고 가장 효과적이게 대응하는 순발력은 홍보의 당연 에센스다.

바로 그 당연 에센스를 실천하는 홍보 강자로서 손혜원의 면모를 처음 확인해 보게 된 것은, 그가 내 시야에 막 들어오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절이었다. 요즘은 일부러 찾아보려 해도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민주당 홍보가 그 당시에는, 그리고 그다음 해 대선 때까지도, 언제나 대중의 가시권에서 대중과 긴밀하게 함께 호흡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은 선제 타격했고, 그 워딩이나 이미지의 대중 호소력은 극단적이었다. 요즘 민주당 홍보의 전형이 된 뒷북은, 그 시절에는 저쪽 몫이었다. 그들은 뒷북을 울리기에만도 숨 가빠해야 했다.

손혜원은 대중 홍보에 관한 한, 거의 본능적 감각 소유자다. 정치판에 들어오기 이전,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등,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한 상품을 만들어낸 그는 대중의 섬세한 성감대를 아주 자세하고 알고 있었고, 알고 있기에 대중의 체감 엑스타시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이 2016년 4월 총선 승리였다. 내가 2002년 대선은 유시민의 전쟁이었고, 2012년 대선은 조동원의 전쟁이었던 것처럼, 2016년 그 총선을 <손혜원의 전쟁>이라고 정의한 이유다.

5) 손혜원의 적(敵)들

최다 악플러는 최다 적을 의미한다. 이건 조금도 새롭지 않다. 손혜원이 여의도에 발을 들여미는 순간, 최다 적은 이미 전제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단정, 엉뚱해 보이는가? 설명해 보겠다.

당에서 책정해 놓은 1억 정도의 연봉도 받지 않겠다 하며 여의도에 들어온 손혜원은 말했다 -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왔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친문과 반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즘 ‘보수 재건’을 외치는 사람들의 슬로건이 <반문연대>라던가?), 2015년 7월,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구분은 당내에 국한된 것이었다. 명색 당 대표인 문재인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너도나도 덤벼들어 그 나무를 흔들어댔다. 문재인을 죽여야 자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기에, 동상이몽의 박지원, 안철수, 김한길 등을 소두목으로 하는 그들은 필사적이었다. 바로 그런 아수라 판국에 ‘문재인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들어왔다고?

그러니까 그 선언 순간, 당내 문재인 비토 그룹은 손혜원의 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당장에는 그 자신도, 그의 적(들)도 그것을 체감하지 못했다. 손혜원은 생짜배기 신출내기였기 때문이다. 그의 적(들)은 오히려 가소로워 하기나 했다. 박지원처럼 툭툭 집적거려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손혜원은 응수하지 않았다. 그러나 ‘셀프 디스’부터 그의 존재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적(들)은 그의 존재에, 그 현실적 위협을, 불가불 인지하게 된다.

분명 적대적인 그 인지는 밥그릇 숫자 위계(이른바 選數)가 범죄 사회의 전과 숫자처럼 엄격한 정치판에서 생판 초짜인 손혜원이 트로이카의 사실상 keyman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극대화된다. 더불어 손혜원의 적, 그 구조는 미묘해진다.

비단 문재인 비토 그룹만은 아니었다. 문재인 친위 그룹도 ‘초짜’ 손혜원의 Maverick적 거동은 호감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시샘이나 경계, 그런 것. 일종의 권력투쟁. 결국 손혜원은 친문, 비문, 모두에게, 굳이 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편하지는 않은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그의 호전성을 수그러들지 않았다. 남다른 호승심을 비수처럼 품에 안고 있는 Maverick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위한 것밖에는, 정치적 야망이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을 것 같다.

6) 괴벨스가 필요한 이유

결국은 손혜원이라는 돌출 변수로 말미암아 블로그질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 하나 - 긴 글은 거의 무조건적 혐오 대상이라는 것.

댓글칸을 열어두던 시절, 단지 글이 길다는 것을 두고 저질 욕을 해대는 이들이 드물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줄이려 해도 적어나가다 보면 길어진다. 미숙함 때문일 듯한데, 지금 적어나가고 있는 이 글도 한없이 길어지고 있고,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러나 해야 할 이야기를 한꺼번에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혜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불로그에서 ‘손혜원’을 검색해보면 아마 수십 꼭지 글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그 수십 꼭지 가운데서 아주 조금을 추려 매우 새삼스레 이런 이야기를 적어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의 오늘 글질을 마무리해보기로 하겠다. 나의 최근 글, <문재인의 사실상 주적^^>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다.

괴벨스가 홍보 담당이던 제3제국 국민들은 베를린 함락이 임박할 때까지도 자신들이 패배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괴벨스의 능란한 홍보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홍보 담당이 누군가 알지 못하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적어도 패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패배자로서 무한 굴욕을 감수하고 있다. 괴벨스는 온몸으로 히틀러의 방탄막이 되었고, 그 운명마저 함께 했다. 그런데 민주당 홍보는 문재인으로 하여금 무한 총알받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면서 자신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 문재인의 등 뒤에서 당 사상 최고 지지율을 이용해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을 궁리나 하고 있다.

문재인이 당면하고 있는 주적은 문재인으로 하여금 총알받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고 있는 당청의 홍보 기능이다. 문재인이 현재 패배하고 있는 거라면, 그것은 최소한 패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도 연일 두들겨맞고나 있게 몰아가고 있는 당청 홍보의 패배다. 현재 문재인이 당면하고 있는 고통의 상당 부분은 당청 홍보 기능의 부실 때문이다. 당청 홍보의 속 편한 태업으로 말미암아 문재인은 당하지 않아도 될 곤욕을 일상으로 치러내고 있다.

조금 더 적어보자면, 문재인이 직접 총알받이를 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극복되지 않는 한,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문재인의 레임덕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대한민국 야당의 속타는 희망 조기 달성 가능성이 차츰 더 높아지고 있다. 결코 반길 게 아닌 듯한 이런 상황을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아, 히틀러와 제3제국을 방어하기 위해 괴벨스가 자기 목숨을 바쳤듯이, 문재인과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능력과 전투력을 함께 갖춘 홍보 전력은 왜 없는 거지, 아, 이거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비극인가,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떨쳐버릴 수 없는 그 생각에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이어지는 상념 하나 - .

7) 손혜원과 탁현민

이것도 역시 기억하는 이웃이 있을 듯하다. <손혜원의 전쟁> 당시, 손혜원 뒤에는 호위무사처럼 언제나, 더러는 작은 백팩을 등에 짊어진, 탁현민이 있었다. 손혜원과 탁현민은, 그 별난 호승심과 Maverick적 유형 쪽에서 완전 같은 과(科)다. 프로다. 접적 상황에서는 눈빛이 사나워지는, 일전불사형 승부사다.

그런데 탁현민은 지금 대한민국의 야차나 걸귀 같은 야당에게 어둑시니(어둠 속 귀신) 처럼 무서운 존재로서(<조선일보의 탁현민포비아 - 아, 가련無比!> 참조)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바를 꿋꿋하게 해내고 있는데(탁현민씨, 떠날 생각 말고, 마지막까지 대통령을 필사 보위하시라!), 손혜원은, 나의 관점에서는, 그가 꼭 있어야 할 그 자리, 그 바깥에서 서성거리고 있기나 한다.

정치 변혁의 도구로서, 손혜원에 대한 나의 평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당초 기대 꼭 그대로, 그는 한국 정치 지형 변형에 그에게 주어진 몫만큼 기여했고, 안팎 적들에게 에워싸인 이 아사리판에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적어도 상당 기간은 기여하게 되리라, 예측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왜 그런가?

노무현의 비극 요약은 차기 창출 실패다. 차기 창출에 실패하면서, 그의 차기인 이아무개, 그 인간 最말종은 노무현의 자취 지우기에 모든 수고를 다바쳤고, 마침내는 노무현, 그 생체마저 지워버렸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가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고, 문재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기를 창출해내야 한다. 차기 창출 실패는 노무현의 비극 정확한 재현이다. 그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번 실패했기에, 그들은 더 악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 문재인의 차기 창출, 백척간두 상태다. 그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더 엄혹한 이 위기 국면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그 자리, 그 바깥에서 서성거리고나 있는 그것이 손혜원, 그 자신의 선택일까, 그 자신이 아닌, 그 어느 누구, 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선택일까? 그것이 당과 문재인과 국가를 위해 利가 될까, 害가 될까? 이것이 이 시간, 내 의문 요약이다.

8) 이해찬의 몽상

다시 이 글의 맨 앞머리, 문재인의 근황으로 돌아가보자. 명색 대통령의 그 답답한 심정 쪽으로. 그는 싸우지 않을 뿐 아니라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들어 자주 그의 ‘질책’이 보도된다. 문재인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

문재인은 자연인 문재인이 아니다. 촛불값 받아내겠다고 문재인에게 청구서를 내미는 참 파렴치한, 참 다라운, 참 조잡한, 참 유치한, 그런 부류들의 문재인도 아니다. 엄격하게 금 그어 보자면, 촛불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문재인은 시대의 담당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정하시겠는가? 그렇다면 박근혜 이후 시대의 담당자가 누가 될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문재인의 어깨에, 다 빠져 달아난 문재인의 치아에, 맡긴 역사적 사명은 실로 중차대하다. 100년에 한번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인재, 그것은 과장 아니다. 문재인을 보호해야 한다. 문재인에게 모든 짐을 짊어지워서는 안 된다. 문재인으로 하여금 모든 총알을 그 가슴팍으로 막아내고 있도록 하는 것은 역사적 죄악이다. 사적 호오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권력 투쟁이라는 것은 부질없는 것. 이너서클의 상투적 역학관계를 넘어서야 한다. 대의를 목표해야 한다. 20년이니 50년이니 하고 마구 발사되는 집권 의지. 선언으로 되지 않는다.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허황된 몽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겠다. 마냥 늑장부리고 있다가, 더구나 ‘두 달 동안 공들여’라는 공치사까지 덧붙여 이런 졸작이나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홍보 기능은, 그 결과물로 보아, 적이 마음먹고 침투시킨 세작과 같다.

이해찬대표의 20년 집권 의지 표명은 되풀이되고 있지만, 막말과 생떼를 주무기로 하는 적들의 파렴치한 무차별적 공격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차츰 더 악독해지고 있는데, 기껏해봐야 그나마 그 소리마저 희미한 뒷북이나 딩딩 울려대고 있는 그들을 그대로 둔 채로는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조기 레임덕을 피해가는 것마저 불가능하고, 더불어 차기 창출도 언감생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찬 “민주당 말고는 개혁진영 중심 잡을 역량 없다”- 이해찬대표가 이렇게 말씀했다는데(노컷뉴스, 2018년 11월 25일), 조직의 중추인 홍보 기능의 불구성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의 이 말씀은 곧이곧대로 탄핵이 기각되리라는 기대에서 5단 축하케이크를 준비해두었다는 박근혜의 몽매함과 같게 들린다. 개혁 중심 역량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야말로 목숨 걸고 악랄하게 덤비는 적들 앞에서 이토록 무능력하고 무기력한데다 사명감마저 허약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들을 두고 어찌 謨事나마 해볼 수 있단 말인가? 나의 이 표현이 과격한가?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펙트 체크’, 곧 검증이 필요하겠다.

최근 예로, 민주당이 두 달 동안 공들였다는 공치사를 곁들여 내놓은 그 ‘씀’인가, ‘씀’에서 가로빗장 하나를 빼낸 것인가, 하여튼 그 오묘한 작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보자. 그것이 세상에 공표된 지 보름이 지난 아직까지, 하도 시끄러워서 듣지 않으려 해도, 나는 적들의 발악은 실로 고막이 소란스럽도록 들려오는데, 민주당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패잔의 만가뿐이다.

민주당 재사들에게 묻고 싶다. ‘씀’, 그 후속 조치는 무엇이었나요? 구멍 가게 규모의 기업에서도 하고 있는 <Planning(계획) - Implmenting(실행) - Evaluating(평가)>이라는 필수 프로세스를 알고 있나요?

그렇게 하고 있나요?
했나요?
그 결과는 어떤 것인가요?

단지 홍보 담당자로서 그의 비범한 천재성과 비정한 승부 근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괴벨스 이야기를 하면 그의 도덕성이니, 인류사에 끼친 그의 죄악이니 하는 것을 치켜드는데, 굳이 그러시다면 조동원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는 또 박근혜에 부역한 놈, 하고 티를 잡을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는 적어도 홍보 담당자로서는 탁월했다. 적색공포증 환자나 다름없는 그 무리들에게 빨간 옷을 냅다 입힌 것이나, 노이즈 마케팅을 기획, 성공시켜(당명), 단숨에 차떼기 덤터기로부터 당을 해방시킨 것부터, 자기 자신의 바보스러운 실수까지 홍보 자료로 활용한 것까지(‘저야 모르죠’), 그는 창의와 전투력 면에서 발군의 능력자였다.

그런데 기껏해봐야 뒷북이나 쳐대는 민주당 당신들 같은 그런 홍보가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그런 홍보 가지고 발악하듯이 눈동자 벌겋게 하고 덤벼드는 적들을 과연 어떻게 대적해낼 수 있겠는가? 나의 이 질문에 대한 당신들 대답은 무엇인가?

[리얼미터] 文대통령 지지율 50%선 무너졌다 (조선일보, 2018년 11월 29일) -

가짜뉴스와 생떼와 막말을 주무기로 하는 적들의 파렴치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홍보전의 꾸준한 패배, 그 최근 결과 가운데 하나인 이 보도에 대해 내게 다가온 첫번째 반응은 적들의 요란스러운 축포이고, 그 울림이 더 우렁차진야당 연합 합창단의 <문재인 레임덕 송>이다(<2년차 지지율 文이 가장 높은데··· “레임덕” 외치는 야당, 왜>중앙일보, 2018년 11월 28일).

대중은 본질적으로 우중(愚衆)인 거고, 지지율이라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 추세라면 민심 이반에 대한 사실적 고민을 해야 마땅할 민주당은? 패잔의 침묵, 그뿐이다. 고요하다. 대책없는 이재명 앓이 때문만으로도 바쁘다던가? 이 엄혹한 시기에 자해극이나 이토록 열정적으로 지속하고 있다니!

조목조목, 그야말로 위기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 채, 격양가를 흥얼거리며 잿밥(권력투쟁) 탐이나 내고 있는 꼴이기에 그 위기는 더욱더 심중해 보인다. 현대는 이미지 시대다. 이미지에 의해 승부는 결판난다. 조직의 사활은 홍보에 달려 있다. 명색 국가 조직의 홍보를 그들의 밥벌이나 정치적 장난질 같은 게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역사적 죄악이다. 당면한 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라도 있다면, 그들의 무책임한 장기 태업을 강제 종료시켜야 한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대적 당위다. 당청, 홍보에 대한 나의 관점으로는 그렇다. 당청 홍보에 대한 경고 네 번째, 오늘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때로 부슬비가 내린 오늘 날씨, 스산했다. 나의 기분도 그랬고, 이제 어둠이 내린 이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求原諒 : 고증 과정 거치지 않고 매우 거친 기억에 의지해 적었기에 사실과 다른 부분 있을 듯하기도 한데, 그렇다 할지라도 전체적 맥락 구성에는 중요한 오류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 틀림없이 있으리라 짐작한다. 두루 해량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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