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노예정신이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제강점기 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또 각종 독립운동단체에서 활약하며 치열한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차가운 뤼순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 TJB 대전방송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조선혁명 선언(이른바 의열단 선언)을 남긴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명언 중 하나다. 그는 당시 선언문에서 자치론, 실력양성론(준비론), 외교론 등을 매섭게 비판하며 민중혁명론을 강하게 외쳤다. 그는 일제강점기 사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또 각종 독립운동단체에서 활약하며 치열한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차가운 뤼순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8일은 그가 태어난 지 138년이 된 날이었다. ‘단재 신채호 선생 탄신 138주년 기념식’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충북도청 대회의실에 모였다.

유인태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상임대표(전 국회의원, 현 국회 사무총장)은 헌사를 통해, 단재 선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 유인태 단재신채호기념사업회 상임대표(전 국회의원, 현 국회 사무총장)이 8일 충북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단재 신채호 선생 탄신 13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헌사를 읽고 있다. © 저널인미디어

“당신께서는 꺼져가는 조선왕조의 끄트머리에서 바야흐로 쳐들어오는 외세의 검은 그림자 앞에서 마침내 격변으로 소용돌이치는 개화기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이 땅에 오셨다. 그러나 우리가 새롭게 건설해야할 근대국가의 설립을 미처 이루지도 못한 채 식민국가로 전락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무엇을 빼앗겼는지 무엇을 되찾아야하는지도 모르고 나라 안팎에서 우왕좌왕하는 방황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로지 당신만이, 우리가 되찾아야할 나라가 무엇인지, 우리가 다시 건설해야할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

유 상임대표는 “다사다난했던 2018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오늘 이 나라를 살아가는 당신의 후예들은 마침내 당신이 꿈꿨던 나라를 이뤄내고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갈라졌던 나라가 하나가 되고자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우리의 숨통을 초이던 갑갑한 외세로부터 스스로 우뚝 서고자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당신이 이 땅에 오신 뜻을 되새기는 자리”라며 “우리는 당신과 우리 역사 앞에 정녕 부끄럽지 않은 후예인가 되물어보고자 다시 모였다. 당신이 그토록 열망했던 희망찬 나라가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고 단재 선생을 기렸다.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축사를 통해 “단재 선생은 충북교육의 교육적 모델”이라고 밝히며 내년 봄 청주 상당구 방서지구에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 이름이 ‘단재초등학교’로 붙여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이름에 단재선생 이름을 쓰자고 한 것은, 교육감이 제안한 게 아니고 학부모님들이 학교 이름에 단재선생을 모셨으면 좋겠다며, 연판장을 돌려 교육감에 요구해 단재초등학교로 이름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설가 조정래씨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 “너무 기쁘다”며 당부인사를 보낸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통일시대를 맞아 단재 선생의 발자취도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민족혼을 되살릴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김수갑 충북대 총장도 “단재 선생은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사셨던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뛰어난 언론인이자 교육자셨다. 국권회복의 기초가 애국심을 기르는데 있다 보시고 사설 읽는 운동 전개하시고 영웅전 기술에도 앞장서셨다. 그밖에도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정의하시고 민족사관을 정립하셨으며, 조선상고사 집필 등을 통해 우리 근대사학의 기초를 확립하신 분인 만큼, 우리가 후세에도 기릴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 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에 만 오천여분이 건국훈장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단재 선생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항상 VIP가 아이들과 학생들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고 통일시대 주역일 아이들이게 단재 선생의 위대한 정신을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도 참석했다. 이 여사는 부상을 당해 몸이 불편함에도, 멀리 북경에서 이곳을 찾았다.

▲ ‘단재 신채호 선생 탄신 138주년 기념식’ 행사 막바지 무렵에는 ‘단재의 노래’를 청주KBS어린이합창단이 힘차게 합창했다. © 서울의소리

이날 행사에는 단재역사퀴즈대회와 글짓기 대회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열렸으며, 행사 막바지 무렵에는 ‘단재의 노래’를 청주KBS어린이합창단이 힘차게 합창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대전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단재선생의 생가지에서 기념 헌화식이 열렸다. 이날 대전중구문화원은 이덕남 여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단재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와 허태정 대전시장 등이 대전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단재선생의 생가지에서 기념 헌화식을 하고 있다. © 대전시청 홈페이지

이 여사는 감사패를 전달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저는 제 아버님의 사상 때문에 엄청 고초를 많이 겪고 살았어요. 그런데 오늘날 그렇게 살다나니까 정말 기쁜 일이네요. 정말 우리 아버님이 정말 큰 어른이시다. 전 국민이 이렇게 받들어주시니까 제가 힘이 되고 정말 고맙습니다. 유족으로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축사를 통해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이곳 대전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이, 대전으로선 무한한 기쁨이고 영광이다. 그분을 잘 기려서 우리 역사를 잘 알게 할 뿐만 아니라 대전의 모든 시민들이 단재 신채호 선생을 통해 역사와 조국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단재 선생의 생가를 찾은 허태정 대전시장과 그 일행들. © 대전시청 홈페이지

허 시장은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다. 100주년 즈음하며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단재 선생을 기리고, 대전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로서 시민들이 인식하고 자부심 갖고, 나아가 후손들이 역사에 대한 교육을 단재선생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나하나 잘 준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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