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 박정희 ‘어마어마한’ 부정재산은? ‘프레이저 보고서’ 재조명!

“최근 국정농단 부역자들은 줄줄이 감옥에서 풀려나고 있습니다. 장시호가 풀려났고 김종도 풀려났고 앞으로 계속 풀려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국정농단 세력들이 또 과거 권력자들이 숨겨놓은 은닉재산은 단 한 푼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나라가 이러면 안 되는 것이죠. 저희는 이 은닉재산을 찾을 때까지 노력과 헌신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프레이저 보고서(Fraser Report)는 지난 1976년 코리아게이트 사건(박동선 미국 의회 로비사건)이 터진 후 조직된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소위원회(프레이저 의원이 이끔)가 발간한 보고서로, 1978년 10월에 발간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012년 ‘백년전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프레이저 보고서’를 재조명해 여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 이른바 프레이저 보고서, 지난 1976년 코리아게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 미국 하원 의회에서 박정희 정권의 민낯을 샅샅이 조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유신독재를 일삼고 있던 박정희 정권은 대미 로비스트 박동선을 통해 자신에 비판적인 미국의 국회의원들을 매수하려고 했다. 그런 사실이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그러면서 미 의회는 박정희 정권의 민낯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미 의회에선 ‘프레이저 청문회’가 열린다.

당시 출석해 박정희 정권의 온갖 비리를 폭로한 사람이 있다. 오랫동안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며, 한때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했던 김형욱이었다. 그는 ‘날으는 돈까스’ ‘공포의 삼겹살’이린 별명으로 불리며 저돌적으로 박정희 독재정권을 위해 충성했다.

김형욱은 박정희를 위해 1차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같은 대규모 간첩조작 사건을 지휘했고 또 박정희가 3선 개헌을 밀어붙이는데도 적극 협력했다. 그러나 박정희는 그를 이후 배척했고, 결국 김형욱은 이후 해외로 망명한다.

▲ 프레이저 청문회에 출석해 박정희 정권의 비리를 폭로한 사람은 오랫동안 중앙정보부장을 지내며, 한때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했던 김형욱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

그는 청문회에서 박정희의 온갖 비리를 폭로했다. 그러다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갑자기 실종됐다. 중정 요원에게 납치돼 닭사료 분쇄기에 갈렸다는 설도 있고, 국내로 끌려와 박정희가 직접 살해했다는 설 등등 수많은 설이 오갔다.

프레이저 보고서에는 박정희 정권의 온갖 비리들과 더불어 ‘박정희가 경제는 살렸다’는 소위 ‘박정희 신화’가 허구임을 증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미국이 ‘수출주도형’ 이라는 경제정책을 사실상 짜줬고 상당부분 원조까지 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이렇게 미국이 경제정책을 주도한 이유로는 냉전시대 소련과의 체제대결에서 이겨야할 필요성, 일본에 대한 보호, 미국의 국가적 위신 때문이었다.

▲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 미국은 소련과의 체제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

그 ‘박정희 신화’라는 것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인해 많이 부서진 건 사실이나, 여전히 어느 정도의 지지층이 남아있다.

프레이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의 진실을 알 기회가 있었으나, 박정희가 키워놓은 전두환 등의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며 보고서를 묻었고 그렇게 잊혀졌다.

▲ 박정희는 한국인의 역사를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또 언론을 자신의 나팔수로 만들어 자신을 노골적으로 영웅화시키는데 앞장섰다. 그는 봉건왕조 시대 왕들보다도 훨씬 강한 권력을 누렸다.ⓒ민족문제연구소

그 ‘박정희 신화’는 IMF 사태 이후 조선일보 등의 언론을 통해 다시 만들어졌고, 이명박근혜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오히려 IMF를 일으킨 결정적인 요인이라면,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무럭무럭 자라났던 재벌그룹들의 부도덕함과 무능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조세피난처 금액’ 한국이 3위…인구 감안하면 ‘세계 1등’

“그 어마어마한 박정희 통치자금은 어디로?”

“재벌들의 스위스 비밀구좌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순실 재산 몰수법, 자한당이 노골적으로 가로막고 있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이후로 불법해외은닉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들끓기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을 비롯한 군사독재자들, 그리고 그에 부역했던 사람들, 또 정경유착으로 무럭무럭 커온 재벌그룹들의 해외 은닉재산이 엄청날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다.

영국의 조세피난처 반대운동 단체인 '조세정의 네트워크'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1970년대 이후 무려 888조 원이 스위스 등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역외탈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특히 1979년 박정희 사망 이후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888조원의 규모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많았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규모가 훨씬 큰 셈이다. 이 자료도 발표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은 그보다 규모가 더 늘었을 것이 확실하다.

오랜 기간 최순실 국정농단을 추적했으며, ‘최순실 부정재산 몰수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8일 교통방송 < 장윤선의 이슈파이터 > 와의 인터뷰에서 888조원의 역외 탈세에 대해 “영국 시민단체의 조사 근거가 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프레이저 보고서에 나와 있는 그 어마어마한 박정희 통치자금이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 그런 것들을 쭉 추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재미있는 것은 프레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거기에 항상 핵심으로 대두되는 나라가 스위스거든요. 스위스 가면 USB은행이 있고, USB은행이 박정희 통치자금이 관리됐다고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실제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온갖 수법을 쓰며 각종 이득을 챙긴다. ⓒ뉴스타파

그는 또 “그리고 바로 그 옆에 보면, 스위스 은행이 또 하나 있다. 여기는 교포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MB 재산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이명박의 은닉재산도 스위스 은행에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안 의원은 또 “최순실만 그랬겠는가”라며 추가의 법도 발의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는 “MB도 지금 외국에 많이 뒀을 것이고, 그 다음에 재벌들, 우리나라 과거 재벌들이 스위스 비밀계좌에 구좌 없는 사람 있겠나? 이건희 씨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해외 구좌가 지금 이야기되고 있나? 대한민국의 웬만한 재벌들은 스위스 그 은행에 비밀구좌를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씩, 아니면 수십 개, 수백 개 있을 거라고 본다. 전두환 재산이 29만원밖에 없겠나”라고 꼬집었다.

▲ 안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순실 재산몰수특별법은 여야의원 135명이 공동발의 했으나, 1년 넘게 법사위에 묶여 있다. 이 법안에 서명한 자한당 소속 의원은 단 한 명(김성태 전 원내대표) 뿐이다.ⓒKBS

한편, 안 의원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최순실 재산몰수특별법은 여야의원 135명이 공동발의 했으나, 1년 넘게 법사위에 묶여 있다. 자한당이 이에 딴지를 걸며 가로막고 있다. 자한당 소속 의원 중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이 딱 한 명 있는데, 정말 의외로 김성태 전 원내대표다.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또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져 국정농단. 그 비밀계좌를”

“이건 국민들의 세금이자 피와 땀… 반드시 찾아야”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득권층의 재산 해외은닉 등에 대해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반드시 찾아내어 모두 환수해야 한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와 함께 국세청·관세청·검찰·금융감독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조사한 뒤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7개월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조사단이 전한 내용은 없다.

이와 관련해, 연말을 맞이해 안민석 의원과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는 12일 박정희 정권 및 박근혜 - 최순실 등의 해외은닉재산 환수를 촉구하며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민석 의원은 “아마 (조사단의)의지가 부족한 건 아닌지, 의지가 있는데도 못 찾는다고 하면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겠나”라고 비판하며 “분명 최순실을 비롯한 이명박, 그리고 과거 권력자들과 재벌들의 해외은닉재산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프레이저 보고서의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미 의회에서 발간된 프레이저 보고서에는 박정희가 스위스 비밀계좌에 어마어마한 부정재산을 보관했다고 보고하고 있고, 이를 심지어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이후락씨가 관리했다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조사해 발표한 프레이저 보고서가 허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해외은닉재산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왜냐면 이건 국민들의 세금이고, 국민의 피와 땀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은닉재산을 찾아서 환수하는 것이 정의를 바로세우는 길입니다. 아울러 국회에선 과거 빼돌린 해외은닉재산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합니다. 최순실재산몰수특별법이 아직도 통과되고 있지 않은 데 대해서, 국민들과 함께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안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올해는 비밀주의로 가려져 있던 스위스, 바하마,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를 포함해 전세계 98개국과 계좌정보 등 금융거래정보를 교환하게 되었다”라며 “정부 의지만 있으면 모든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획득이 사실상 가능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스위스 세무당국이 포스코 측에 스위스 비밀계좌로 추정되는 금융거래 내역을 제공하라고 요구한 사실을 들며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사정기관이 확보하여 밝히는 등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에 기치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들은 “그들이 그렇게 꼭꼭 숨기고자 하는 스위스 비밀계좌,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고 최태민, 최순실로 이어져 국정농단 사태로 이어지게 된 바로 그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공개를 정식으로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프레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가 이후락(전 중앙정보부장), 박종규(전 경호실장), 서정귀 (전 호남정유 사장) 등의 명의로 운영관리 됐음을 지적했다.

또한 박정희 비밀계좌에 있는 비자금은 해외원조와 차관 그리고 베트남 참전 지원금 등을 불법은닉한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석유기업인 걸프, 칼텍스를 비롯해 일본 기업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취해 비밀계좌에 은닉했다고도 꼬집었다.

▲ 안민석 의원과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는 국정원(전 중앙정보부)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전 보안사령부, 전 기무사)를 향해 “박정희 정권 및 박근혜 최순실 등의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팩트TV

이들은 “문서로 확인되는 박정희 정권의 스위스 비밀계좌를 철저히 조사하고 해외불법은닉재산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국정원(전 중앙정보부)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전 보안사령부, 전 기무사)를 향해 “박정희 정권 및 박근혜 최순실 등의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합동조사단에도 “조사했다면 조사결과를 밝히고, 하지 않았다면 그 사유와 향후 조사계획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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