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비호하는 자유한국당의 제동걸기로 유치원 비리 근절법, 소위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 80% 이상이 찬성하는 ‘박용진 3법’ 처리는 내년에도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3법 없이, 현행법이 ‘그대로’ 진행될수록 한유총만 싱글벙글이다. 내후년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한유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자한당의 훼방에 답답함을 느낀 교육부는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의무 사용, 일방적인 휴원이나 폐원 금지 등의 내용을 시행령으로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사립유치원이 일방적으로 폐원신청을 하며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정식 법안이 아니니 강제할 규정이나 처벌도 약하고, 행정지도 처분 등만 가능하다.

▲ 한국당 의원들은 이런 한유총의 비리가 터진 데 대해 무언가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우기고 있다. 한유총에게 자한당은 수호천사같은 존재다. ⓒ조선일보

이같은 교육부의 조치에 자한당은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파행시키며, 집단 퇴장했다.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방조하기 위해, 아니 더 장려하기 위해 집단퇴장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박용진 3법’을 내놓자, 이에 몽니를 부리던 자한당은 39일이나 지나서야 자체 법안을 내놓았다. 자한당은 정부 지원금은 국가지원회계로, 학부모가 내는 교비는 일반회계로 나누는 일반회계로 이원화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의 중재안도 자한당이 거부했다.

일반회계에 해당하는 부분은 교육 외의 목적에 사용해도, 따로 감사도 처벌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사립유치원 측에서 학부모가 낸 교비로 명품백을 사든, 성인용품을 사들이든, 종교시설에 헌금하든, 아파트 관리비를 내도 횡령죄로 처벌이 불가능하단 것이다. 사립유치원에서 아무리 비리를 저질러도 빠져나갈 구멍들을 다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같이 ‘박용진 3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을 통해 처리할 것임을 알렸다.

홍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는 데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바른미래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른미래당만 동의하면 교육위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유치원 3법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바른미래당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런 패스트트랙 안건은 현재 국회법상 위원회 또는 본회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 지정할 수 있다.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는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수가 15명 중 9명이라 둘이 합의하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총 330일의 계류기간이 지나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계획대로 잘 된다고 하더라도, ‘박용진 3법’은 내년 말이나 되어야 통과될 수 있다. 게다가 바른미래당과 협의할 시,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박용진 3법’ 원안보다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 유치원 비리 근절3법, 소위 박용진 3법은 패스트트랙을 통해 통과될 수는 있지만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바른미래당과 협의해야 하므로 원안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SBS

그 사이에 총선도 슬슬 다가오니, 한유총이 지역구 의원들을 옥죌 가능성도 높아진다. 늦어질수록 한유총만 “이대로!”를 외치며 싱글벙글일 것이다.

온갖 비리가 드러나며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한유총을 적극 비호하고 있는 자한당 때문에, 학부모,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의 속내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자한당 내 사립재단과 관련 있는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 ‘골수친박’ 홍문종 의원, 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뭐 박근혜도 오랫동안 (박정희가 강탈해 물려준 장물로 불리는)영남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었으니. 참여정부 때 ‘사학법 개정’에 의원들을 이끌고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하지 않았었나. 몇 달 내내 사립학교 관련 이권단체들과 합세해 국회를 파행시키고, 결국 사립학교법 개정을 가로막았다. 언론의 든든한 비호까지 받으면서.

▲ 박근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에 태클을 걸면서, 자당 의원들을 이끌고 대규모 장외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국회를 파행시켰다. ⓒ노컷뉴스

아이들한테 ‘밥 한 끼’ 주는 것만으로도 ‘복지 포퓰리즘’이니 ‘과잉복지’라고 매도하면서, 아이들 가슴에 상처를 준 정당 아닌가. 반대로 각종 토건사업에는 아낌없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지 않았나. 그 뿌리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