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공돈 25만 원이 생긴다면 뭘 할 수 있을까. 혹자는 옷 한 벌 사기에 모자란 금액일 수도, 누구에겐 20kg의 쌀과 난방비, 세금을 내고 우유를 살 수 있는 금액일 수 있다. 그런 것이다. 25만 원의 값어치는 그 돈을 지닌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와닿는다. 내년부터 노인 홀로 사는 가구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환산한 금액이 월 131만원 이하이면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부부가구는 월 219만2천원 이하일 때 가능하다.

지난 9월부터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월 25만 원이 됐다. 기초연금은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 중,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일 때 지급받을 수 있다.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 제도는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나온 정책으로 노후의 삶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엄마도 기초연금 수급자로 그 권리를 누리는 분 중 한 사람이다. 엄마에게 기초연금에 대해 언급하니 ‘고마운 일이다’는 대답이 먼저였다. 혼자 사시는 엄마의 일상에 기초연금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

돈의 쓰임새는 단연 ‘생활비’였다. 매달 용돈을 드리지만 넉넉지 않은 금액이라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터다. 그 생활비 안에는 손자손녀들의 용돈과 김치며, 동치미 등 딸을 위해 손수 만들어 주시는 찬거리도 포함될 것이다.

77세. 적지 않은 연세다. 일상생활 중에도 허리나 무릎, 눈이나 치아 등이 말썽을 일으켜 병원에 자주 다닌다. 병원비에도 쓰이지 않느냐 물었지만, 의외였다. 병원비는 큰 부담은 없다고 하셨다. 올 1월부터 개편 적용된 ‘노인외래정액제’의 효과였다.      

‘노인외래정액제’란 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환자가 1500원만 부담하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진료비의 3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개편 후, 30%였던 본인부담금이 금액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외래진료비가 1만5000원 초과~2만 원 이하면 진료비의 10%인 1500~2000원을, 2만 원 초과∼2만5000원 이하면 진료금액의 20%를, 2만5000원 초과일 경우 30%인 7500원 이상을 본인이 부담한다.

어느 가정이건 마찬가지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병원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동네 안과나 치과, 내과, 외과를 가도 모두 마찬가지다. 평일 오전을 채우는 것은 어르신들이다. 병원비 부담을 덜게 해 준 노인외래정액제에 마음이 좋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적지 않은 시대다. 적적한 마음이 들 때마다 딸이나 손녀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는 걸 즐기는 엄마에게 반가운 혜택이 추가됐다. 지난 7월부터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어르신의 휴대폰 사용료를 50%, 최대 1만1000원까지 감면해 준다.

나는 시행 즉시 엄마가 사용하는 통신사에 신청을 해 감면을 받으실 수 있도록 했다. 엄마에게 휴대폰 요금감면 혜택을 말씀 드리니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이제 휴대전화 요금 걱정 없이 조금은 편하게 통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사업을 하던 오빠가 집을 팔고 대출을 받으면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시던 엄마가 혼자 지내신 지 3년이 됐다. 나이 든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 가득이다. 그 쓸쓸함을 알기에 괜히 서글퍼 질 때도 있다.

엄마는 기초연금이 복잡한 절차 없이 자동으로 알아서 지급돼 편하다고 하셨다. 자녀의 재산과 소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과 매년 물가가 오른 만큼 연금액도 조금씩 같이 오른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자식들 용돈 외로 생기는 25만 원 기초연금은 엄마에게 ‘고마운 여유’였다.

2014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전체 만 65세 이상 인구 중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인원 (출처=보건복지부)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답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싶다. 때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철철이 옷을 입고, 시원한 바람이나 따뜻한 방이 있어야 사시사철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기초연금은 반드시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초연금 대상자가 주소지 관할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신청해야 한다.

육체와 정신이 메마른 노후의 현실, 그 중심에 복지가 있었다. 2018년 추가되거나 달라진 복지는 엄마의 일상에 들어와 작은 도움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2018년 내게 가장 와 닿았던 뉴스는 ‘복지’였다. 기초연금 25만 원은 당신들의 일상에 충분한 값어치를 하고 그 이상의 정서적 위로가 되고 있었다. 소외 받는 이들을 위한 복지가 들어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르신을 위한 복지’는 이 시대를 사는 부모와 그 자식에게 역시 따뜻하게 와닿았다. 자식과 사회가 함께 어르신을 책임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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