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병수 기자] 26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처리를 또다시 미뤘다. 다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유치원 3법과 김용균법 처리를 위한 막판 협상에 27일 돌입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이 모두 자한당의 반대로 연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쟁점 법안들이 연동돼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설명했다.

환노위는 이날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김용균법을 재심의했으나 결국 의결하지 못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합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오후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유치원 3법과 김용균법 처리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여야는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 제한, 재하청 금지, 작업 중지권 보장 등 주요 내용에 대해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사업주 책임 강화, 과징금 부과액 상향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할지 결정하고, 환경노동위원회도 각 당의 입장을 다시 취합해 김용균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인지 담판을 지을 계획이다.

지난 24일 국회를 찾았던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여야 대표들을 찾아 원청 기업의 사업장 안전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등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김용균 법' 처리를 꼭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 법안, 제대로 된 법안 통과하지 않으면 우리 아들들 또 죽습니다."라고 외쳤다.

김미숙 씨는 26일도 회의장 주변에서 대기했다가 환노위 의원들을 만나 “정말 잘돼야 하는데, 기다리기 너무 답답하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나왔지만 결국 자한당의 저지로 무산 되고 말았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일명 '김용균법'을 놓고 국회 환노위 소위에서는 3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뒤 비로소 공론화한 사후 약방문식 뒷북 입법조차 막아선 것이다. 뿐만아니라 한국당의 적극적인 법안 저지로 유치원3법의 처리도 불발로 끝나 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해온 한유총은 적어도 향후 1년 가까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현안들에 대한 대책을 담은 법안들임에도, 한국당이 “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와 “사유재산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한유총의 회유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등 유족들도 찾아와 눈물로 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와 양벌규정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애초 여야는 지난 24일 회의에서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전부개정법률안’ 처리에 뜻을 모은 만큼 이날 최종 합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8개 쟁점 가운데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 금지,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 대상 확대, 산재 예방계획 구체화 등의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데에 여야 간 원칙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임이자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은 "신중히 공개토론을 해서 그러고 나서 이 법을 통과시켜도 우리가 늦지 않지 않느냐..."했다. 결국40여 일을 끌어온 '유치원 3법' 역시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도, 합의가 불발됐다.

분위기가 급반전된 건 이날 오후 열린 자한당 의원총회에서 ‘법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부터다. 정부안의 뼈대를 담아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공감했던 자한당이 강경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데는 나경원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분리회계 문제와 형사처벌 조항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 본회의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한국당 원내 고위관계자는 “정부안을 주축으로 통과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경영계가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시간에 쫓겨서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필요하면 한국당 안을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최종 담판을 짓자며 열린 소위도 소득 없이 끝나자, 민주당은 거듭 패스트트랙 추진 입장을 밝혔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자한당의 공개토론 주장에 대해 “이해당사자들 의견을 지금까지 1년을 들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들으라는 거냐”며 “(법 개정을) 하기 싫다는 것”아니냐고 지적 했다. 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과 관련한 운영위 소집을 재차 요구하는 등 원내대표들 간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마지막으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막판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서 “정부가 지난 2월 입법예고를 하고 11월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내기까지 수십차례 의견을 듣고, 공청회도 했다”며 “합의가 안 되는 쟁점도 아닌데 다시 토론회나 공청회를 하자는 것은 쟁점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환노위 간사인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도 “그간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제기했던 건 다 해소시키고 보완했는데, 왜 이제 와서 다시 공개토론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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