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심 결심공판 출석 이후 이명박(78·사진) 전 대통령이 118일 만에 항소심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항소심 법정에 출석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1심 결심공판 이후 법정에 나온 건 약 4개월 만에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무덤덤한 표정의 그는 1심 때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으나 몸은 다소 수척해졌다. 방청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법정에는 딸 승연 씨와 측근인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등 측근들이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멋쩍은듯 웃는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이 느껴졌다. 첫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각각 한 시간 동안 항소 이유를 밝혔다. 먼저 검찰은 횡령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이 부당하다며, 징역 15년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각자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의 항소 이유 설명까지 들은 후 재판장은 “피고인은 특별히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며, 측근들의 검찰 진술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이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재판부와 사법부에 신뢰를 갖고서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변론이 끝날 때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신청한 이학수(73)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원세훈(68) 전 국가정보원장 등 15명이 핵심증인으로 채택됐다. 본격적인 증인신문은 오는 9일 2차 공판 때부터 시작된다. 1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했던 관계자들이 잇달아 증인으로 서게 되면서, 항소심에서는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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