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신문명정책연구원)

민주노총에는 전태일이 없다

우리사회에 전태일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태일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 잘못 이해한 나머지 전태일이란 말만 나오면 치를 떠는 사람들조차 대단히 많아졌다. 전태일이야말로 온갖 고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하다 자신의 생명까지 바친 사람인데도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간의 시대상황도 전태일을 오해하게 만든 한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민주노총이 전태일을 독점하다시피 함으로써 전태일과 민주노총을 동일시하는 데도 중요한 원인이 있다. 민주노총이 싫어진 만큼 전태일도 싫어진 것이다. 물론 지금 전태일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 가운데는 처음부터 전태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겠으나 민주노총 때문에 더욱더 싫어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전태일은 민주노총과 동일시되어도 될까? 그래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에는 전태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민주노총은 전태일 정신이나 전태일 사상을 계승한다고 말할 만한 요소를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태일 정신이 무엇인가? 전태일 정신은 사랑과 희생이다. 전태일은 시다와 미싱사 등 참혹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자기 몸 이상으로 사랑했거니와, 그들을 위해 온갖 고난을 감수했음은 물론 마침내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쳤다. 그리고 전태일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동일체로 보면서 자신을 ‘전체의 일부’로 간주하였고,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향해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라고 말했다. 이것을 말로써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심지어 죽음까지 불사하며 실천해보였다. 이런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민주노총은 어떤가? 자기 것을 손톱만큼도 손해 보려 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고임금 때문에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의 임금이 낮은 데도 이를 모른 척 하거나 너희들도 투쟁해서 고임금을 쟁취하라고 말할 뿐이다. 한마디로 민주노총에는 사랑과 희생이 전혀 없다. 오직 이기심과 우월감만 있을 뿐이다. 전태일과는 정반대의 사람들일 뿐이다.

다음으로 전태일 사상을 보자. 전태일 사상은 한마디로 혁명과 해방이다. 즉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다. 전태일은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상을 혁파해서 모든 사람이 서로간의 정을 나누면서 사는 인간해방의 세상을 이루려고 했다. 그리고 전태일은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상을 혁파해서 모든 인간이 가치적으로 동등한 인간해방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쳤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어떤가? 혁명도 없고 해방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각박한 이 비인간적인 세상에서 오직 자신의 경제적 권익이 증대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적 이기심에 충만해서 현존하는 비인간적 사회에서 특권을 누리고자 할 뿐이다. 즉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민주노총에 대해 특별히 불만스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말로는 온갖 사회개혁을 주장하지만 실제는 사회변혁의 의지가 전혀 없다. 얼핏 보면 노동자계급주의를 내세움으로써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하나 사실은 이기적 자본주의를 지향할 뿐이다. 심지어 지난날 ‘천만 노동자 단결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고 외칠 때가 있었으나, 그래서 마치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노동자계급주의를 내세워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으로 자본주의적 이기심을 충족시켜 왔을 뿐이다.

이러고서도 ‘전태일 정신 계승’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이것은 희대의 사기극일 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민주노총 소속의 대기업 노동조합들은 이기적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시키는 대중적 기반이 되리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그 이유는 민주노총 등 한국의 노동운동에는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이념이 없는 것은 물론 그 말의 뜻도 잘 모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노동해방을 노동자의 이기적 욕망을 최대한 관철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전태일 사상이 필요하다. 전태일 사상에 입각해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정치와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임금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임금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운동으로는 임금문제도 노동시간 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해방, 인간해방 곧 자아실현의 세상을 건설하려고 해야 오늘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대량실업과 소득양극화 등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어떤가? 노동해방 인간해방은커녕 임금 좀 나누어 갖자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 것이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 싶으면 사생결단하고 반대한다. 본래 노동운동은 평등을 지향하는 운동이건만 민주노총은 평등에는 관심조차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더 이상 전태일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사족을 한 가지 덧붙여둔다.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전태일을 이용만 할 뿐 전태일을 위해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전태일재단 행사 때 민주노총 이름으로 5만 원을 냈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민주노총 사람들은 전태일재단 회의 때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자신들은 전태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전태일을 독점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무례하기 그지없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

내가 민주노총 규탄대회를 여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민주노총의 오만에 있다. 부끄러워해야 할 자들이 오만방자하니 이것을 어떻게 그냥 보아 넘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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