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열쇠 점포 /사진=중부소방서 제공

생후 1개월된 딸을 돌보기 위해 소방관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 일찍 귀갓길에 오른 40대 소방관이 대형참사로 번질 위기에서 시민들을 구했다.

9일 인천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화재는 8일 오후 8시 11분 동구 송현동 열쇠 제작 점포에서 발생했다. 50㎡ 남짓한 점포에서 시작된 불은 바로 옆 8층 상가건물로 번질 기세였다.

불이 난 열쇠점포는 50㎡ 규모로 8층 상가건물과 접해 있어 수백명이 화마에 희생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당시 이 상가 건물 안에는 PC방·노래방·당구장·독서실 등이 밀집해 있었고 내부에는 100여명이 있어 불이 건물로 옮겨붙을 경우 대형 인명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소방서 소속 송현안전센터 정기영 소방위는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인천 동구 송현동의 한 열쇠점에 불이 난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정 소방위는 곧바로 건물 1층 소화전을 찾아 소방호스를 꺼내고 진화작업을 벌이는 한편 송현안전센터 동료에게 전화해 지원을 요청했다.

정 소방위는 작년 12월 5일에 태어난 딸을 돌보기 위해 불이 난 현장에서 100m 떨어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동료들보다 먼저 일어나 동인천 방향으로 길을 가던 중 화재 현장을 만났다고 전했다.

마침 화재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던 동료 6∼7명이 밥을 먹다 말고 한달음에 달려와 진화작업에 동참했다.

동료들은 패딩점퍼 사복을 입은 채 불길 바로 앞에서 방수 호스를 손에 쥐고 불길을 잡기 시작했고, 일부는 옆 건물 3∼4층으로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그 층의 소화전 방수 호스로 열쇠점포를 향해 물을 뿌리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화재가 발생한 열쇠 점포 /사진=중부소방서 제공

나머지는 건물 내 PC방·노래방 등을 돌며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도왔다. 여기에 중부소방서 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서 불은 발생 후 15분 만인 오후 8시 26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열쇠 점포 주인 81살 이 모(여) 씨가 발등에 열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받고 귀가하는 등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 불로 별다른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육아를 위해 귀가하던 정 소방위의 적극적인 행동 덕분이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정기영 소방위는 "불이 난 점포 옆 건물의 규모를 보니 소화전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돼 소화전부터 찾아 진화작업을 시작했다"며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었는데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진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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