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 지난 11일, 검찰 소환으로 사법농단 수사가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 조사로 종국을 향해 가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4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고 밤 11시 55분쯤 귀가하는 모습 ⓒ뉴스프리존DB자료

첫 검찰소환 날 14시간 30분 만에 귀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한두 차례 더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조사를 마친 토요일 오후 검찰을 찾아 10시간 넘게 전날 끝내지 못했던 조서 열람을 마무리했다. 법원이 전직 사법부 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할지에 법조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조사 3시간 남짓 조서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살폈밧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두 번째 조사를 진행한다.

다시 조사를 받게 죌 양승태 전대법원장은 조상원 특수3부 부부장검사 등이 나서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강제징용 재판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라는 핵심 혐의에 대한 조사였던만큼 헌법재판소 동향 수집,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당초 지난 주말 재조사 예정이었지만 이를 미뤄 이번주 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보안·경호 문제를 고려해 1~2번 추가 소환에서 압축 조사로 최대한의 결과를 끌어내 마무리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좀더 세부적으로 재조사 때는 헌법재판소의 기밀을 빼돌린 혐의와 공보관실 운영비 편법 운용 혐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양 전 대법원장과 혐의 대부분이 겹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의 경우 구속 전 4차례 조사를 벌였다.

검찰 내부의 내용으로 보면,영장 청구 결정 시기는 이번 주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박·고 전 대법관 때와 같은 기준으로 다수 증거가 확보됐고,  첫 조사 때처럼 조서 열람에 이틀 이상 걸린다면 영장청구 여부 결정 시점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조사과정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전직 대법원장이라 주거 및 직업이 일정한 점 등을 들어 판단한다면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법원 내부는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에 검찰 수사와 이로 촉발된 사법개혁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우선 사법농단 사건에서 잇단 압수수색영장 기각으로 입길에 올랐던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건이 몰려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옷을 벗는 일은 흔치 않다. 그는 지난해 10월 “신중히 해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일제 강제노역 사건 재판 지연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할 때는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게 되자 과거 근무 인연을 이유로 재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장심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망에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던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도 최근 사표를 냈다. 한 판사는 13일 “법원장 임기 초반부터 이맘때 법복을 벗겠다는 관측이 있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울산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선 최 법원장이 어떤 로펌을 가게 될지가 주요 관심사였다”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담당하는 등 ‘복심’으로 평가받은 최영락 대구고법 판사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정직 3개월 징계가 확정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올해 2월 판사 임기가 끝난다. 10년마다 돌아오는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재임용 신청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법농단 사건 특별재판부 구성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던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은 ‘시골판사’로 불리는 ‘원로법관’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파주시법원 판사에 지원했다. 시·군법원은 3천만원 이하의 소액 사건 재판을 주로 맡는다.

양승태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견제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인 김영식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사표를 냈다. 일부 보수언론은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본인은 물론 청와대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법원장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인사 발표가 예정돼 있다. 새달 1일에 나머지 법관 인사가 발표된다. 사표를 낸 법관들도 정기인사 전까지는 근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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