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발생한 하남시 개지옥 사건 당시 구조되고 있는 아이들. 사진 제공 = 케어

[공동취재= 취재 김아름내 기자, 편집 정수동기자] 기자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뜨겁다. 비난의 화살은 케어 박소연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박 대표의 지시에 의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50 마리가 안락사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특히 안락사 없는 보호소(No Kill Shelter)'를 표방했으면서도 대부분의 안락사가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루어졌고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도 안락사가 이루어졌다는 내부고발자의 주장이 나오면서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다.

하지만 동물권 단체 내부에서는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냐'면서 안락사가 공론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상 많은 단체, 보호소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이며 봉사자나 반려인 들의 이해부족이 빚어낸 사건이라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안락사가 불가피 했느냐 아니면 케어가 일부 직원들의 주장처럼 진짜 나쁜 짓을 했느냐를 따져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케어' 우리나라 동물보호의 역사를 진일보 시켰다

안락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케어의 박소연(48)대표는 국내 동물보호 활동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시작으로 단체를 성장시키면서 2015년경 명칭을 케어로 변경했다.

케어의 활동을 살펴보면 눈부시다. 2006년 장수동 사건을 계기로 무려 15년 만에 처음 동물보호법 개정을 이루어 냈고 피학대동물의 격리조치와 동물학대 감시원 제도를 마련했다.
 
그리고 기존 최고 벌금 200만원을 500만원으로 상향조정, 현재 2년 징역 2천만원의 벌금형까지 오게 하기 위해 많은 입법운동을 해 왔다. 2011년 돼지 생매장 영상을 촬영 폭로하면서 현재 돼지에 대한 생매장은 이루어지지 않는 성과도 냈다. 또한 2012년 일명 도끼로 이웃집 개를 살해한 승려 사건에서 산속에 숨어있는 승려를 찾아내 구속수사와 그 동물학대자에게서 실형선고를 최초 받아낸 사례도 있다.

2017년에는 PC방 고양이 나비를 구조하면서 가해자에게는 현재 까지 가장 많은 700만원의 벌금형 판결을 이끌어 냈다. 또 2017년 개도살을 동보법으로 고발하며 식용으로 개를 죽이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라는 선고도 받아냈다

특히 케어는 2018년을 개식용 종식 원년으로 선포하고 한 해 동안 ‘FREE DOG KOREA’ 운동을 펼치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에도 830여마리를 구호했다.

한편 케어가 2018년 3월 29일 발표한 2017 사업수지결산서에 따르면 회비는 10억 942여만 원 후원금은 3억 5,841만원 기타수익 2억 870만원 보조금 수입 2,604만원 등 16여억 원에 이른다. 활동가는 비상근을 포함해 1월 현재 38명이다. 한편 케어 박소연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에게 동물은 그저 불쌍할 뿐이야

동물 보호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자동차 트렁크에 개를 매달고 달려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악마 에쿠스’ 사건은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여론을 증폭시켰다. 동물 학대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역시 급증했다. 인터넷 포털 뉴스에서는 동물 학대를 다룬 기사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그럴 때마다 이를 비난하는 대중의 목소리는 거세졌다. 이에 더해 이효리, 김혜수 등 인기 연예인들이 동물 보호 캠페인에 동참하고 SNS를 통해 이를 알리면서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정부도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012년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해 동물 학대를 저지른 사람에게 징역형을 부과하는 조항이 담겼다. 2013년에는 규정이 더 강화돼 동물 학대 영상물을 유포한 사람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하는 등의 조항이 추가됐다. 이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2013년에 발표한 ‘서울시 동물헌장’에는 동물의 행복추구권을 명시하고, 동물에 대한 학대와 폭력이 비윤리적 행위임을 지적하며, 서울 시민은 동물보호법과 조례를 준수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밝혔다. 2008년부터 시범 지역을 중심으로 시행돼온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13년부터는 그 시행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미등록 시 과태료 40만 원이 부과된다.

2012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국민의 의식 변화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98.1%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덕적 의무가 인간에게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94.1%의 응답자가 동의를 했다. 동물 학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대해서는 89.6%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수년 전에 비해 동물 보호의 필요성과 의무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범위는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멀게는 동물원까지다. 그리고 그 인식은 ‘동물들이 불쌍해!’에서 그친다.

동물을 마주치는 방식은 다양하다. 매일 아침에 바르는 화장품의 대부분은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들어졌고, 신고 있는 구두는 한때 동물의 몸을 덮고 있던 가죽이었다. 또 매끼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는 농장 동물의 사체를 썰어 놓은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축산 시설에서 기르는 농장 동물은 1억 6천만 마리 수준으로 추정된다. 농장 동물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동물 학대 사건의 동물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태어날 때부터 도축될 때까지 겪고 있다. 가해지는 학대의 정도와 개체 수를 고려했을 때 동물 학대의 수준이 가장 높은 것은 농장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연민의 대상이 되는 반려 동물의 학대 사건과 달리 이용의 대상인 농장 동물에 대한 학대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다. 2010년 말 발생해 2011년 봄까지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 사태 때 소 15만 마리와 돼지 330만 마리가 살처분 후 매몰됐다. 살처분은 가축의 전염병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가축들을 죽여서 묻거나 태우는 것을 말한다.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책으로 살처분 매립이 적절한가는 차치하더라도 당시의 살처분은 ̒살(殺)̓처분이 아니었다. 긴급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산 채로 수백 마리의 살아있는 돼지들을 구덩이에 묻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2012년 녹색당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축산법의 일부 내용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이에 국민들의 관심은 시들했다.

2013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을 매몰하는 경우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2014년 초 조류 독감이 창궐하며 같은 일이 닭과 오리에게 또 벌어졌다. 1천만 마리가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묻지마 살처분’에 이번에는 동물보호단체부터 종교단체까지 사회 각계에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 대다수의 반응은 “어쩔 수 없다”였다.

◆ 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1988년 오스트리아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로 보호한다.’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를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동물이 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손상된 재산 가치가 아닌 실제로 치료에 지불한 비용을 기준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민법상 동물이 재산으로 고려된다. 때문에 많은 경우 동물은 법의 울타리 안에서 생명이 없는 물건처럼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복지 활동가는 공리주의적 접근을 통해 동물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려 노력하고, 동물권리론자는 동물을 삶의 주체로 격상시켜 동물의 도덕적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논란이 뜨겁다. 비난의 화살은 케어 박소연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박 대표의 지시에 의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50 마리가 안락사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동물보호법 제22조를 보면 보호조치 중인 동물에게 질병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안락사 불가피 한 선택인가

문제는 이 같은 구조 건수에 비교해 국내 유기동물은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면서 몇몇 동물권 단체의 구호나 구조 활동만으로는 동물권 보호라는 이상은 현실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안락사의 기준이 있었다”, “공간 문제로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동물 안락사, 어떤 기준으로 이뤄질까?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는 시행규칙에 규정돼 있다. 나열하면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 동물이 사람이나 보호 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됐을 경우 이다.

실제 국내 유기동물은 2014년 79,250마리에서 4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그럼, 우리나라의 동물 안락사 현황은 2017년 기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은 10만 마리가 넘는다.

2017년 유기동물 발생통계는 총 100,778마리로 4년간 21,000여 마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인구 증가에 비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중 20.2%가 안락사 된 것으로 집계됐다. 5마리 중 1마리 이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안락사는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국에서 개농장 개들을 구조해 가는 미국단체인 HSUS(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에서 해외의 동물보호소에서 보호소의 운영정책과 관리방침에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모아놓은 것. 안락사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광범위하게 안락사 기준을 삼고 있다. 이 수치도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동물만 집계한 것인 만큼 사설 보호소까지 포함한다면 안락사 되는 동물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10만여 마리의 유기동물 중 개가 7만 마리 이상이었고 이 중 24.8%가 안락사 된 것으로 집계됐다.

HSUS의 ‘동물보호소 안락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호소에서 해당 동물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보고 입양가정이 없다면 안락사를 시행한다 .고양이의 경우 2만 7천여 마리 중 8.3%였다.

질병 치료가 회복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호소에서 치료할 여건이 되지 않거나 치료 장소,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시행된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케어 박소연 대표는 그간 병에 걸린 동물에 대해서도 법과 정부에서 정한 매뉴얼에 따른 인도적 방식을 따라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건강한 동물까지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또 신체 상태는 양호하지만 전염성이 있는 호흡기 질환계통 질병, 전염성 기관지염이나 기생충 보균 등 치료가 가능해도 보호소 환경에서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수 있는 질병을 가진 경우,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의료보호 등 이유로 입양 가능성이 어려운 경우에도 시행한다. 2011년 이후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반가정에서 사육이 금지된 견종이나, 공격성 등이 강해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는 견종, 다른 보호소로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 시행하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실시한다. 하지만 결국 내부 폭로로 그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 보호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기동물 발생 요소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논의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지난해 발생한 하남시 개지옥 사건 당시 구조되고 있는 아이들. 사진 제공 = 케어

HSUS는 안락사를 둘러싼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한편, 동물단체들은 박 대표를 사기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동물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것. HSUS는 “안락사는 동물보호소에서 동물 수를 통제,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부득이 시행되는 필요악”이라면서 “동물 수 증가는 보호소 책임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책임이며 원하지 않는 동물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과 지원, 협조를 받아 대책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매년 유기·유실 동물 수는 증가해 지난해 10만 마리에 이르렀다고 한다. 넘치는 구조 동물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보호소 입장에서 안락사는 어쩔 수 없다는 네티즌도 많다. “현실적으로 유기 동물을 보호소가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실제 법으로도 허용되고 있다”며 정당한 과정을 거친 안락사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살리려고 구조해놓고 안락사시킨다”며 동물 보호소가 안락사를 쉽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안락사보다 유기 동물들을 빨리 입양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HSUS는 해당 동물의 상태, 향후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될 수 있는지, 보존 등의 명분으로 계속 살려둬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의 건강, 안전을 위협하는지, 보호소 재정상태 등을 고려하고 안락사 방침을 세워야한다고 밝혔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네티즌들은 “안락사시킨 사람을 탓하기 전에 동물을 버린 주인을 탓해야 한다”며 “예쁠 때 키우다 병들고 늙으면 유기하는 주인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사설 보호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유기 동물을 생산해내는 번식장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그에 걸맞은 인식과 사회적 제도는 뒤처져 있다. 안락사에 대해 논의하기 이전에, 동물을 사고 파는 물건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반려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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