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불씨 살리자] ③ 박지원 의원 (DJ 정부 대북 밀사)

“2000년 첫 정상회담 전 김대중(DJ) 대통령은 ‘우리가 접촉한 북한의 숨소리까지 모두 미국에 알려 주라’고 지시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남북대화는 김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고, 제가 조수석에 앉겠다’고 한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DJ 정부의 대북 밀사로 나섰던 박지원(73)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는 5일 “정부가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남북대화와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
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임기 첫해(2003년)에 남북 정상회담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2007년에야 정상회담을 열어 왕
창 합의했으나 제대로 실천이 안 됐다”며 “박 대통령도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올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선(先) 비핵화의 빗장을 푼 것”이라며 “북한도 이번 기
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만나면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
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와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것부터 풀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해결)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도 했다.

 -새해 남북대화 가능성이 열렸다.

 “남북 공히 가장 필요한 때가 됐기에 잘 되리라 본다. 지난해 8월과 12월 방북했을 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통
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났다. 북측이 남북대화를 그렇게 간곡히 바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김양건 부장은 ‘노동당 창건 70주
년을 맞이해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위대한 원수님(김정은 제1위원장)께서 강조한다’고 말
했다.
나는 대통령 특사보다 강하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핵 폐기의 빗장을 풀었고, 고위급 회담에서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건 북한이 잘하면 대화하겠다고 하는 뜻이라고 설
명해줬다. 대북 ‘삐라’ 문제로 회담 안 하면 소탐대실이라고 충고해줬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다음 수순은.

 “(고위급) 대화가 잘되면 비밀접촉을 해야 한다. 북한은 공식 라인으로 접촉하면서도 비선 라인을 꼭 유지한다. 우리도 과
거에 내가 비선 라인이 되고 임동원 국정원장이 공식 라인이 됐다. 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어가면 특사 접촉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의 ‘대북 특사’를 맡을 의향은.

 “(웃으며)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비밀접촉은 안 하겠다고 했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접촉은 있었을 것이다.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박 대통령은 이
전부터 북한과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분이다.”
 

 -북한은 줄곧 대가를 요구했는데.

 “비밀접촉을 하거나 대통령 특사를 보내면 돈을 달라고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대북 접촉을 맡은 상당한 실세가 나에게 ‘북
측 인사를 중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돈을 얼마나 줘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절대 주지 말라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나를 특
사로 보내면서 북한에 손익 개념으로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엔 북한이 1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북한에 현금 받아
갈 생각 말고 교류협력을 통해 받는 이익을 생각하라고 설득했다.”
 

 -남북대화는 누가 해야 하나.

 “통일부와 국정원이 합동으로 해야 한다. 비밀접촉이든 특사든 박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실세가 나서
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믿는다. 대통령(代統領) 소리를 듣던 내가 2000년 3월 싱가포르에서 송호경 당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을 만났는데 ‘베를린 선언’이 흡수통일 시도라고 오해해 밤새 설명했더니 ‘김대중 대통령의 음성을 듣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때 ‘아!
정상회담이 되겠구나’라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북한과 접촉할 때 노하우가 있다면.

  “작은 일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북은 원래 ‘땡깡’을 잘 놓는다. 억지소리 하면 그냥 앵무새처럼 얘기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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