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손우진 기자]사법농단 의혹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로에 23일 결정된다.

▲지난 1월11일 14시간의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모습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의 치열한 법리싸움이 예상된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헌정 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 결정을 놓고 개별 혐의만 40여개, 영장청구서는 260쪽에 달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핵심 혐의에 관해 단순히 아랫선에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걸 넘어 직접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321호에서 열릴 예정미며, 검찰 관계자는 22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특수부장들과 부부장검사들이 들어가 설명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3일 자정 전후 최종 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 전 대법원장은 별도의 예우 없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7개월간 수사를 통해 철저히 준비, 속 여부를 가를 주요 혐의 ?

검찰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 가치에 대한 중대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피의자가 도망 혹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무죄추정을 넘어설 만한 객관적인 혐의가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양 전 원장이 전·현직 판사 다수의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점도 영장 발부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으로 신분에 맞게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적어 구속영장이 기각될 거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여태껏 국정농단 사건이나 MB 사건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대해 온 법원의 태도를 보면 결국 '혐의 중대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부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조사를 담당했던 부부장 검사들을 투입해 양 전 원장의 직접개입 혐의를 소명하면서 증거인멸 우려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해왔다. 주거가 있고, 신분이 확실해 실제 도망갈 확률이 거의 없는 피의자들이다. '사법농단 1호 구속'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같은 이유로 구속됐다.

법원이 '죄가 없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사법농단 사건의 위법성은 이미 지난해 10월, 법원이 '공범'인 임 전 차장을 구속하며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라고 밝히며 인정됐다. 법원은 한 달 뒤 '빗장'을 걸었던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허용했다.

핵심은 공모관계 입증이다. 임 전 차장의 직속상관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공모관계의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라는 법원의 판단으로 구속을 피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실무선에서 알아서 처리했다거나 이들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해 '패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법원행정처장들과는 다르게 엄연히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데다 그가 직접 '강제징용 시나리오'를 짜고, 실행에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구체적인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4가지 공모관계 입증할

양 전 대법원장은 우선 강제징용 소송ㆍ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핵심 증거는 혐의별로 ▲김앤장의 양승태 독대 문건(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개입) ▲물의 야기 법관 문건(판사 블랙리스트) ▲이규진 수첩(헌법재판소 비밀누설) ▲행정처 문건 '대법원장 격려금' 적시(법원행정처 비자금) 등 크게 네 가지다. 검찰은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이규진 수첩' 등 물증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친분이 깊은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를 자신의 집무실과 음식점에서 2014년~2015년 동안 3차례 이상 만난 내용이 적혀 있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심사는 여느 때보다 치밀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 ▲전원합의체 회부방식 등이 논의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김앤장 측과 소송 실무를 먼저 정하면 양 전 대법원장이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본다.

반면 검찰 수사에서 증거가 탄탄하게 확보됐다고 볼 경우 법원이 되레 이를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건의 단초가 된 '판사 블랙리스트'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흔적이 있다. 검찰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는 대법원이나 박근혜 정부 관심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판사들에 관한 인사 불이익이 검토됐다.

헌법재판소 내부정보를 유출하고, 법원 예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도 주요 혐의들이다. 헌법재판소 내부정보를 유출하고, 법원 예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도 주요 혐의들이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3차례 걸친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사권은 대법원장 재량이라 죄가 되지 않는다", "아랫선에서 알아서 추진해 알지 못한다"라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에서도 적극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전직 대법원장 신분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겠지만 발부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장 청구서만 260여 쪽에 달할 정도로 혐의가 방대한 만큼, 법원의 결론은 자정이 넘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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