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양승태는 양승태스러웠다. ‘국정농단범’ 박근혜와 비슷했다."

‘사법농단 끝판왕’으로 불리는 전 대법원장 양승태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됐다.

영장실질심사 약 5분 전 청사에 들어선 양승태는 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드대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구속심사를 받게 된 심경과 혐의 중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들어갔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때도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가며 취재진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신 대법원 앞에서 ‘속 보이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과거 박근혜가 지난 2017년 3월 30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때 모습과 정말 비슷하다. 박근혜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포토라인도 무시하고 오늘 양승태처럼 그대로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당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오늘은 어떤 점이 송구하냐” “혐의 인정하느냐” “세월호 인양 보면서 무슨 생각했냐”는 취재진의 모든 질문을 무시했다. ⓒ노컷뉴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박근혜를 향해 “오늘은 어떤 점이 송구하냐” “혐의 인정하느냐” “세월호 인양 보면서 무슨 생각했냐”고 질문을 던졌으나, 박근혜는 쳐다보지도 않고,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몇 시간 동안 좁은 자리에서 기다리던 취재진들은 허탈함에 “이게 뭐하는 거야!” ‘뭐야 이게!“ ”아이! 진짜!“ 등으로 박근혜를 꾸짖었다.

오늘 양승태의 모습도 2년전 박근혜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렇게 수많은 혐의에 대한 정황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과거 자신의 수하들이 쇠고랑을 찬 와중에도 하나도 책임지려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 모습, 정말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다.

양승태가 현재 받고 있는 40여개 혐의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관련해 변호를 맡은 김앤장 측 변호사를 접촉한 것 ▲ 일제 강제징용 주심 대법관에 ‘국제법적 문제’ 검토 지시 ▲ 판사 불이익 처분과 관련해 직접 'V'표시를 했다는 기안 문건 ▲ 양승태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표시한 이규진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 외교부에 해외법관 파견 청탁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 양승태는 40여가지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만 260쪽에 달한다. 이는 이명박과 박근혜보다도 훨씬 혐의가 방대하다는 것이다. ⓒYTN

특히 ‘사법농단’ 파문이 일던 지난 7개월 동안 양승태가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는커녕 집을 떠나 두문불출했던 것도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게 한다. 또 검찰의 조사에 ‘기억나지 않는다’ ‘밑의 실무진이 한 일이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한 층 높아진다.

혐의가 40여개에 달하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서는 무려 260쪽에 달한다. 앞서 구속 기소된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의 경우 230쪽이었다. 양승태는 임종헌과 대부분 혐의가 유사한데다, 상급자였던 만큼 분량이 더 많은 셈이다.

이는 역시 셀 수 없는 수많은 혐의로 기소됐던 이명박(206쪽), 박근혜(92쪽)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니 얼마나 사법농단이 심각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문제뿐만이 아니라, 국제 문제(강제징용, 위안부)까지에도 손을 댔으니 얼마나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끼쳤는가.

▲ 양승태가 검찰의 조사에 ‘기억나지 않는다’ ‘밑의 실무진이 한 일이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한 층 높아진다. ⓒKBS

이날 양승태에 대한 구속 여부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내릴 예정이다. 명 부장판사의 오늘, 혹은 내일 새벽에 내릴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양승태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린다. 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구치소로 향하고, 기각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양승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대법관 박병대도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그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두 번째 영장 청구다. 양승태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박병대도 역시 양승태처럼 ‘포토라인’을 지나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그에 대한 구속 여부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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