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측근 한 명 단죄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난 검사라고 법원이 처벌하고 대법원장 지낸 양승태는 봐주겠지"라는 말은 안 했나요?“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안태근 형제님, 주님께 용서를 구했지만 서검사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서검사에게 충심으로 사죄해 지난날을 씻기 바랍니다” (김용민 시사평론가)

후배인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덮기 위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우병우 사단’의 대표적 인물인 안 전 국장은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1월, 안 전 국장에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것은 소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국장이 검찰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국장에 징역 2년형을 구형했는데, 법원은 구형 그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 검사를 포함한 검찰 내부 인사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보면,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성추행 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의 비위를 덮으려 지위를 이용해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에게 부당한 인사 상 불이익을 줬고 이로 인해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가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고 꾸짖었다.

▲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우병우 사단의 핵심멤버중 한명이다.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은 안태근과 우병우 사이에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1천번 이상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 시기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우병우가 온갖 비리 논란에 휩싸여 있을 때다. ⓒ YTN

안태근 전 국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끝판왕 중 한 명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의 대표적인 측근이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은 안태근-우병우 사이에 2016년 7월부터 10월까지 1천번 이상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1천번 넘게 통화를 주고받은 약 3개월의 시기는 ‘박근혜 국정농단’이 세상 밖으로 터지기 직전으로,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재임했을 때다.

당시 우병우는 전관예우 논란, 넥슨과의 수상한 천억대 땅 거래 의혹, 의경복무 중인 아들(코너링이 그렇게 좋았다던)의 ‘꿀보직’ 논란 등을 비롯,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비리 사건에 휩싸이며 집중적으로 여론의 성토를 받고 있던 중이다. 오죽하면 우병우를 적극적으로 저격하던 건 < 조선일보 > 였을 정도였다.

하루 평균 10번 이상 통화를 한 셈이니, 우병우와 안태근은 가족이나 연인보다도 훨씬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핵심측근이란 얘기다. 우병우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고 압박을 넣은 정황인 셈이다.

또 ‘박근혜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나던 2016년 11월 16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국회에 출석해 매우 불량한 태도를 보이며 구설에 올랐다. 당시 故 노회찬 의원의 질의에 막장답변을 쏟아냈다.

노회찬 의원 : 갑자기 (박근혜가) 이런 사건(엘시티 게이트)에 대해서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납득이 될 거 같습니까? 상식적으로 민정수석을 통해서 엘시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지시를 한 게 아닙니까?

김현웅 당시 법무부장관 : 그거까지는 제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지금 법무부가 검찰에서 엘시티 사건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바는 없습니까?

김현웅 당시 법무부장관 : 그건 제가 확인을 해봐야 되겠습니다.

노회찬 의원 : 이렇게 나오실 정도면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김현웅 당시 법무부장관 : 제가 직접 모든 사건에 대해 보고하진 않기 때문에..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법무부장관이 계속 답을 피하자, 노회찬 의원은 안태근 검찰국장에게 질문했다.

노회찬 의원 : 뒤에 계신 감찰국장님, 엘시티 사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고 있습니까?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황당한 표정으로)뭐가 없다고요?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 기억이 없어서요.

노회찬 의원 : 기억이 없다고요?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요?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요.

노회찬 의원 :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요? 누가요? 본인이요?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 제가 보고한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목소리 높이며)아니 보고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보고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네? 그 따위로 얘기하는 거예요? 답변을 그 따위로 하는 거예요?

▲ 지난 2016년 11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엘시티 게이트’와 관련해 질문하는 故 노회찬 의원에게 막장답변을 쏟아내 여론의 분노를 샀다. ⓒ노컷뉴스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 아니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 : 아니면 아니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기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 그럼 모르겠습니다.

노회찬 의원 : (황당한 표정으로)막장입니다. 막장이에요!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우병우 사단에 속해 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책임자이며, 안 전 국장은 조사대상자였다.

그럼에도 담당 검사와 조사 대상자가 수사가 끝난 직후인 2017년 4월, 부하 직원들을 거느리고 돈봉투를 돌리며 즐거운(?) 만찬을 가졌다. 우병우 사단이 제대로 막장행각을 벌인 셈이다.

▲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우병우 사단에 속해 있다. 수사 담당 검사와 조사 대상자가 수사가 끝난 직후 부하들을 거느리고 돈봉투를 돌리며 즐거운(?) 만찬을 가진, 제대로 막장행각을 벌인 것이다. ⓒYTN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돈봉투 만찬 사건’이 드러났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들은 이후 면직처분을 받았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이후 복직소송에서 승소했다가 하루 만에 사직했다. 지난달 안태근 전 국장은 복직소송에서 승소했고 법무부는 항소한 바 있다.

한편, 오늘은 사법농단의 끝판왕 격으로 불리는 전 대법원장 양승태와 전 대법관 박병대에 대한 구속 여부도 결정된다.

특히 < 경향신문 > 에 따르면, 검찰은 안태근 법정구속을 언급하며 “양승태의 혐의가 훨씬 많아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밤 혹은 내일 새벽쯤 양승태와 박병대에 대한 구속이 이뤄질지,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3일 사법농단 정점인 양승태와 박병대에 대한 구속여부도 결정된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들은 박근혜도 머물고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KBS

현재 양승태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경기 의왕시에 소재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박병대도 그곳으로 이송된다. 이들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들은 그대로 수감된다.

서울구치소엔 박근혜가 수감돼 있다. 검찰은 최근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에 대해 ‘재판거래’ 관련 조사를 시도했으나, 이미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는 박근혜는 면담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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