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가 다른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주 극명하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기업이 돈을 이익으로 버는 것과 달리 정부는 돈을 세금으로 걷어 쓴다는 사실이다.

저 사실이 실인즉슨 매우 깊은 의의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범하게 통용되고 있어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모순과 폐단을 간과하거나 무관심하게 치부하는 경향이 뿌리 깊다.

▲ 박종형

돈을 버는 쪽이 기업이면 의당 기업이 ‘갑’이어야 하고 그것을 받아 국가재정으로 삼아 쓰는 쪽인 정부는 당연히 ‘을’이어야 사리에 맞다. 그럼에도 언제 한번 정부가 을인 적이나 을처럼 기업을 대한 적이 없이 항상 갑이다.

사실상 을의 입장인 정부가 기업을 대함에 있어 가치지향 적이어야 한다면 지켜야 될 기준이 있다.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 돈 버는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선관의무를 명분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하거나 경영마인드가 결여된 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기업을 심판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의 몫이고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으로 하여금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신나게 사업을 하여 이익을 되도록 많이 창출하도록 도와주어야지 괜히 간섭해서 주눅 들게 만들고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게 바른 도리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기업은 진창을 기어서라도 돈을 벌어야 생존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아무리 유능해도 돈벌이에 나설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면서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명분이란 기업의 부정한 치부를 막고 공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고 시장에서 응징 받을 일이며, 기업의 부정이란 여니 범죄와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처벌 받을 일이고,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함은 비판하고 바르게 유도할 일이지 정부가 갑의 입장에서 기업을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가만히 보면 기업한테 가장 무서운 감시자와 심판자는 시장과 소비자이지 정부가 아니다. 정부야 엿을 먹이건 유착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배꼽을 맞추건 가랑이사이를 설설 기어서든 기업이 칼날을 피할 수 있으나, 시장이나 소비자의 심판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그 선심이 푼푼한 오지랖으로 때로는 기업을 어르고 때로는 겁줘 품고 감싸고돌기 일쑤인 이유는 나변에 있나 모르겠다.
기업의 존재성이 국가적으로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만은 아닐지 모른다. 기업이 정권의 돈줄이어서 권력이 기업의 부정이나 심지어 부실기업까지도 지나치게 감싸고 뒷배를 봐 준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과 부정한 정경유착을 해서 국가경제에 입힌 폐해가 얼마나 심대하였던가를 우린 뼈아프게 치렀다. 때문에 도덕과 윤리를 말할 때는 정치인과 정부가 먼저다. 저들이 여전히 부도덕하고 윤리를 지키지 못하면서 기업더러 그것을 강조하고 심판하려 드는 건 모순이다.

도덕성이 결여된 권력이란 그것이 결여된 기업보다 훨씬 해롭다. 엄연한 현실인즉 기업은 도덕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라도 필사적으로 완수해야할 본분이 있다. 이익을 벌어 종업원을 굶기지 않고 먹여 살려야하는 책임이다. 그게 정부와 다른 것이며 정부가 기업처럼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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