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국가 정보원 자금 4억 원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31일 김 전 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8년 3~5월께 두 차례에 걸쳐 4억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 모두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돈을 전달했다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또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진술을 번복하고 추측성 진술을 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김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인 지난 2008년 특수활동비 4억 원을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발뉴스〉에 이같은 판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10년 넘게 취재해온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SNS에서 “양승태 부하의 복수”라고 주장했다.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일부 유죄가 선고된 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과 배치된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주 기자는 “사법농단 주역 김연학 판사가 MB 재판마저 흔들고 있다”며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김연학 판사가 우병우 블랙리스트를 재판하는 코미디를 연출하더니...”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중 부패사건을 담당할 수 있는 재판부 7개 중 5개에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이 속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을 한 제31형사부 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도 포함된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부패 재판부 중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 현황 <자료=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 의원은 “2015년 2월~2017년 11월까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총괄심의관으로 재직하며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에 대한 사찰 및 인사 불이익 조치를 한 ‘사법행정권 남용’의 키맨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와 특별조사단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연학 판사는 ‘원세훈 판결’을 지록위마라고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고 허위 조작한 문서를 만든 의혹도 받고 있다.

전날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시국회의)’는 탄핵소추해야 할 법관 2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3차 명단에 법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김연학 부장판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국회의는 “김연학 부장판사는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정신병이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에 의한 인사자료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이번 판결에 대해 김어준씨는 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백준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40년 금고지기이고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장 다음으로 힘센 자리”라며 “두 사람이 각각 일관되게 돈을 줬다고 했는데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김백준, 김주성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진술도 아닌데 돈을 줬다고 했다, MB 재판에서 김백준씨는 기억이 아주 정확하다고 얘기했다”며 “(재판부가) 그건 안 믿고 그냥 무죄를 판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1심 선고와 연계해 “법조 출입기자들 중 ‘문재인 정부가 직접 관련된 재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법원의 역습’라는 얘기를 들은 이들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한겨레신문은 지난 1월9일자 “느닷없는 우병우 석방, ‘법원발 역습’의 서막?” 기사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머잖아 검찰이 기소한 적폐사건, 문재인 정부와 직접 관련된 재판에서 예상 못했던 결과들이 나올 거예요. ‘법원의 역습’이랄까”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어준씨는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심에서 뇌물 부분이 무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MB를 풍자한 노래 ‘돈의 신’을 발표하기도 했던 가수 이승환씨도 SNS에 해당 기사를 링크하며 “이러다 이명박, 보석으로 풀려날 지도”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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