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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단편소설〖상사〗1회
  • 한애자
  • 승인 2019.02.09 20:49
  • 수정 2019.02.0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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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1회

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삼월의 날씨인데도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번성중학교로 처음 전보 발령을 받았을 때도 유난히 눈이 많이 날렸었다. 모애는 전보 때가 되면 늘 마음이 스산하였다. 이제 어느 학교에 가서 새로운 교장과 교감을 모시고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갈 곳 잃은 철새처럼 모애는 마음이 착잡하였다. 다만 한 가지 각오되는 것은 어느 학교를 간다 해도 인간 세상사 한가지라는 점을 숨을 깊이 몰아쉬며 다시 새겨본다. 사람들 사는 모습이 모두 거기서 거기다. 새로운 학교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똑같으리라. 이번 학교는 교사나 학생들이 그래도 근무하는 데 좀 수월했으면 한다.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특별하고도 자신에게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애써 기대해본다. 특히 한 가지 간절한 것은

“제발 여자 교장은 안 만났으면……”

돌아보면 여자라는 존재는 참 묘하다. 늙으나 젊으나 같은 음극끼리라서 그런지 좋은 기억은 없다. 자신을 시기하거나 남선생 같으면 그냥 지나칠 일인데도 시비가 많다. 돌아보면 늘 시시콜콜하고 자잘한 것이 여선생들과의 접촉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왕이면 남교사가 많은 학교가 낫다 싶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풍시대를 반영하듯 모두 여교사가 압도하는 세상인 아닌가! 그네들 역시 같은 여교사보다 남교사에게 잘한다. 그것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서 오세요!”

모애가 교무실에 들어서자 중앙자리의 교감이 반겨주었다. 역시 예감대로 여자교감이었다.

“번성중학교에서 왔습니다.”

모애는 다소곳이 인사드렸다. 상사가 여자이면 어떻고 남자이면 어떠랴마는 모애에게는 그것이 마음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 교장 선생님께 인사드리러 가십시다.”

역시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서로에게 별로 흥미가 없다. 그는 모애의 세련된 차림을 훑어보더니 약간 언짢은 표정이 스쳤다. 모애는 그 표정이 무얼 말하는지 직감하였다. 교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맨 바깥쪽의 자리에 교무보조가 컴퓨터 앞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애는 교감의 뒤를 따르며 학교 건물을 훑어보았다. 역시 강남의 학교라서 산뜻하고 시설도 모두 현대식이었다.

교장실에 들어서니 인자한 인상으로 교장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은회색의 노신사처럼 그는 지성미와 함께 몸 관리를 잘한 스마트한 인상차림이었다. 그 회색머리는 그의 품위를 더욱 드러내 주고 있었다. 모애는 그를 바라본 순간 마음이 환해지고 걱정의 구름이 걷히는 듯 밝아졌다. 남자 교장이라 다행이었다. 그것은 왜 일까! 자신에겐 여자 상사를 두면 훨씬 힘이 들고 직장생활의 활력이 없었다.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자신을 여자 교장은 언제나 적대시하고 미워하였다. <자기보다 잘난 여자는 용서 못 한다>는 수준 낮은 여교장에게 그동안 시달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개 인사를 마치고 교장실에서 나올 때도 모애는 교장과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기쁨이 가득 찬 반가움이었다. 자신을 좋은 인상으로 보는 듯하여 약간 안심하였다. 여 교감의 냉냉함에 방패막이가 되듯 그의 따뜻함은 퍽이나 위로가 되었다.

한애자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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